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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readers_322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큰반지
추천 : 1
조회수 : 58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9/06 23:58:04
마법의 힘을 대중에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일세.
깨닳음 없이 큰 힘을 가지게 되면 결국 스스로를 해치고 나아가서 삼라만상의 질서를 깨트리게 된다고 내가 일렀지 않는가.
은은한 반사광이 가득한 선계의 깊은 숲속 에서 눈을 감은 채 가부좌를 틀고 않은 최치원의 표정은 평온하였지만 가느다랗게 뻗은 그의 눈꼬리는 살짝 떨렷다.
마에스트로 최 당신은 600년전에 영원한 진리를 깨닫고 인간의 경지를 넘어섰습니다.
덕분에 긴 시간을 넘어 늙지도 병들지도 않은 채 이렇게 나와 이야기하고 더욱 지극한 경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몇몇 선택 받은 사람들이 당신처럼 혹독한 수련과 엄청난 행운을 더해 그 경지에 도달하고 선계에 올라 더욱 지극한 진리를 향해 정진하겠죠.
하지만 나를 포함한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은 어떡하죠? 기아에 허덕이고 페스트 같은 전염병이 돌기라도 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쓰러집니다.
평범한 인간이라고 해서 그렇게 허망하게 죽어가게 둘 수는 없습니다. 모두가 마법의 힘을 일부만이라도 사용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정확히 말하자면 신선이 될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도 훨씬 위대해 질 수 있습니다.
마에스트로 최 당신의 만류로 서랍속에 봉인해 두었던 내 책을 이제는 세상에 공개하겠습니다.
사람들이 물건의 갯수를 헤아리거나 크기와 양을 비교할 때나 사용하고 있는 숫자. 하지만 나는 그 숫자로 영원한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주문을 만들어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을 발견했고 책으로 썼습니다.
지금까지 영원한 진리는 단지 깨달을 수 있을 뿐 어떤 형태로도 구체화 할 수 없었습니다. 구체화 하는 순간 진리로부터 멀어져 버리니까요. 하지만 숫자라는 완벽한 상징체계로 만든 수학이라는 언어는 가능합니다.
수를 사용하면 아무리 정확하게 영원한 진리를 서술하더라도 그것은 진리에 대해 한없이 가까워 지는 상징일뿐 정확하게 그것을 서술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숫자로 이루어진 이 주문을 배우고 익혀 사용할 수 있더라도 영원한 진리에 완전히 닿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숫자의 완벽한 상징성. 그 자체가 가진 힘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비록 제한된 형태로나마 모든 사람들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3요소중 가장 도달하기 어려운, 영원한 진리에 도달할 수 있게 만드는 주문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마법을 실행할 에너지와 마법으로 얻게 될 이득을 위한 반대급부인 제물을 얻을 수 있는 방법들쯤은 금방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이제 내가 발견한 이 비밀을 세상에 발표해서 평범한 사람들을 각성 시켜 세상을 바꾸는 일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마법사들이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숫자를 사용해 만든 수학이라는 주문을 통해 말입니다.
제 시도가 성공한다면 신선이 될 수 없는 많은 평범한 사람들 그래서 선계로는 절대로 들어갈 수 없는 저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마법의 힘을 사용해 이 세상 모든곳을 선계로 만들 수도 있을겁니다.
그동안 어리석은 저를 어여삐 여겨 당신 같은 거인의 어깨에 올라 곁눈질로나마 영원한 진리의 바다를 볼 수 있게 해준 마에스트로 최 당신의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제 길을 가겠습니다. 이만.. 최치원과의 대화가 끝났지만 한참을 눈을 감고 있어야핬다.
마법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본 최치원의 도움으로 일찍이 영원한 진리의 많은 부분에 닿았지만 약한 몸때문에 조금만 마법을 사용해도 몸을 추스릴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감았던 눈을 뜨자 책상 위에 놓여진 두툼한 원고뭉치가 눈에 들어왔다. 내일이면 출판사에 보내져 세상에 알려질 것이다. 글을 쓰는 내내 정하지 못한 책의 제목을 이제는 정해야 한다.
잠시 떴던 눈을 다시 감고 미간을 찡그리던 그는 눈을 번쩍 뜨고는 원고의 표지에 책 제목을 써내려 갔다.
Philosophiæ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 훗날 인류 역사에 엄청난 변화를 만든 책으로 기억될, 프린키피아라고 줄여서 부르게 될 책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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