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마트 그리드라는 말을 많이 듣죠? 전기를 효율적으로 소비하고, 그로 인해 발전량 자체를 줄이면서 자원과 지구 환경을 보존하게 위한 개념에서 나온 게 스마트 그리드이고, 스마트 그리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 ESS입니다
ESS는 말 그대로 에너지 저장 장치입니다 단지 전기 형태의 에너지만 저장하는 게 아니라 생산된 에너지 자체를 저장하는게 ESS입니다 그리고 ESS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부터 ESS의 개념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ESS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게 무엇일까요? 양수발전소입니다 현재 전체 ESS중 95%이상이 양수발전의 형태로 저장됩니다 양수발전은 전기를 직접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위치에너지의 형태로 저장하죠
그럼 ESS는 왜 필요할까요? 크게 3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습니다
1. 피크 발전량 감소 2. 신재생 에너지 확대 3. 분산 전원 확대
1. 한 국가의 전력망에서 1년 내내 평균 80의 전기를 사용하다가 단 1주일동안 100의 전기가 필요하다면 이 전력망에 필요한 발전량은 얼마일까요? 답은 100의 발전량이 필요하다 입니다 단 한 순간이라도 전체 발전량보다 더 많은 전기가 소비된다면 그 전력망은 블랙 아웃이 됩니다 유럽같으면 각 국의 전력망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필요시 다른 나라의 전력을 가져오면 되지만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고, 위로는 북한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고립된 전력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ESS가 있다면 평상시 20의 전기를 저장하다가 필요할 때 그 전기를 사용하면 됩니다 100의 발전량이 아니라 85정도의 발전량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죠 대규모 발전소가 늘어나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라지 않는 일일겁니다
2. 신재생 에너지의 확대 우리나라는 탈원전 신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규모 집중 발전소와 신재생 에너지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신재생 에너지는 발전량을 우리 마음대로 조절할 수가 없습니다 기존 발전소는 연료의 투입을 조절하면서 원하는 량의 발전을 할 수 있지만 신재생 에너지는 태양광의 양도, 바람의 양도 우리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습니다 태양이 강하게 내리쬐도록 할 수도 없고, 바람이 강하게 불도록 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은 발전량이 들쭉날쭉하고 정전압과 정주파수 유지가 힘듭니다 그래서 신재생으로 발전된 전기는 우선 ESS를 통하여 저장되고, 인버터에서 정전압, 정주파수를 보정하여 전력망으로 연결됩니다 전력망 전체가 정전압, 정주파수 보장이 안 된다면 역시 블랙 아웃의 위험이 발생합니다
3. 분산 전원 확대 우리나라의 전기 사업법은 현재 민간 발전사업자의 전력망 진입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가호호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하여 자신이 사용하고, 남는 전기는 전력망으로 역송전하여 한전에 팔고 있습니다 소규모 민간 발전 사업자의 설비를 보면 발전원+ESS설비(축전지 + 인버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소규모 발전 형태는 발전사업자가 전기 품질을 보장할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2번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소규모 민간 사업자가 전력 품질을 유지하면서 전력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정 장치가 필요하고 ESS가 이 역할을 해줍니다
우리나라가 탈원전을 성공하기 위해서 반드시 스마트 그리드가 완성되어야 하고, 스마트 그리드를 위해서 ESS는 필수 설비입니다
ESS사업이 적자다? 이건 왜 전력사업이 공기업의 형태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발전소 하나를 지어서 흑자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몇 년이 필요할까요? 최소 십수년, 평균적으로 수십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전력사업 뿐만 아니라 공기업의 형태로 존재하는 대부분의 사업이 이와 같습니다 초기 투자비용이 커서 초기에는 적자로 운영될 수 밖에 없고, 그 품질을 국가와 같이 신뢰도가 높은 집단에서 보장해주어야하는 사업이 대부분입니다 게다가 공공사업은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보장되어야하는 성격이 존재하므로 투자 비용이 크다고 마음대로 사용비용을 높일 수도 없죠 ESS 같은 대규모 투자 사업은 당연히 초기 비용이 크고,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우리나라는 민간 사업자의 전력시장 진입을 허용하였지만 대기업에서 계획했던 민간 발전소들도 적자 예측의 이유로 줄줄이 취소되었습니다
ESS 배터리를 몇 개사가 납품을 독점한다? 이 정도 대규모 사업을 하기 위해서 납품 기준이 까다롭습니다 그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은게 현실이죠 단지 어떤 회사의 제품이 많이 납품되었다고 그 회사와 담합을 의심하는 건 어불성설이죠 기술 특성상 중소 기업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는 분야도 많습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중소기업 상생을 위하여 총 사업비용 얼마 이하이거나, 특정 분야의 사업과 같은 경우는 대기업 진입 자체를 막아놓은 분야도 많습니다 게다가 중소기업과 같은 경우 가점이 존재하기도 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제품이 많이 사용되었다면 우선 그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그 과정을 전혀 이해하지않고 근거도 없이 단지 결과만으로 꿰맞추는 건 누구라도 할 수 있습니다 차이는 누가 얼마나 깊이 조사하고, 확실한 근거를 보여주느냐이지요
그런데 김어준이 이런 걸 참 잘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을 만들어놓고 그 결과에 과정을 끼워맞추는 식이죠 예전부터 김어준의 강점은 사람들과 다른 관점에서 현상을 바라보는 것이었지, 이런 전문적인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이 아니었지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김어준이 전문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여 헛다리 짚은 적이 없는 것도 아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