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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초보아빠의 얼렁뚱땅대충요리 - 감자탕
게시물ID : cook_1454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캐나다소시민
추천 : 14
조회수 : 1622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5/03/30 00:16:19
항상 요리 포스팅을 하면 느끼는 거지만... 한국에 있을 때는 이걸 과연 집에서 해 먹을까... 라는 품목이 많았었습니다.
족발도 그렇고, 막걸리도 그렇고... 당연히 가게 또는 음식점에서 사 먹는 걸로 알았지.. 이걸 집에서 힘들게 왜 할까... 라는 생각이었었는데...
우짭니까?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없으면 먹고 싶은 놈이 해 먹어야죠...  
좀 있으면 순대까지 만들 기세입니다... 우얗든...
 
오랫만에 뼈 좀 쏙쏙 핥을 겸, 쇠약한 아내 기력 좀 보강할 겸... 해서 감자탕을 해 먹기로 했습니다.
우선 감자탕 고기를 사야하는데... 캐나다에서는 감자탕 고기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캐나다 애들은 이 고기 안 먹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중국마켓에서 생고기를 팝니다. 
머... 여러가지 이유로 그다지 소개하고 싶지 않은 곳입니다.
이름도 신성, 새로울 신에 성 성... 영어로는 뉴시티, 또는 뉴타운의 뜻입니다.
응? 뉴타운? 이 놈들이 단체로 쥐고기를 삶아먹었나... 이름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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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같은 날에 가면 주차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사람은 엄청 많습니다. 주말 저녁쯤에 가면 살 품목이 다 떨어졌을 정도로...
웬만하면 가고 싶지 않지만, 여기에서만 파는 품목, 감자탕고기, 블루크랩, 중국꽃빵 등등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기 가야할 때가 있습니다.
 
우선 중국식품점답게 냄새가 장난이 아닙니다.
주차장부터 시작해서 벌써 냄새의 아우라가 스물스물 침투하는데... 아빠랑 장 보기 좋아하는 딸내미도 여기는 같이 가고 싶지 않아합니다. 냄새가 싫다고... 

감자탕 고기를 사러 왔는데, 벌써 거의 다 나갔네요... 옆에 떡하니 있는 대걸레가 참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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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제주도를 삼무도라고 합니다. 세가지가 없다는 뜻인데... 도둑이 없고, 거지가 없고, 대문이 없다곤 하죠...
저는 이 식품점을 감히 삼무마켓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즉 싸가지... 아니 세가지가 없습니다.

첫번째는 친절이 없습니다. 
그 전에도 어느 중국음식점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처럼, 보통 중국사람이 운영하는 곳은 모두 웬만하면 불친절합니다.
제가 보기에 점원을 뽑기 전에 어디 무인도 같은 곳에 가서 불친절 극기훈련이라도 받고 오는 게 아닌 지... 궁금합니다.
인사 같은 건 바라지도 않고, 고기 사려고 줄 서있으면 순서라도 지켜서 물어봤으면 좋겠는데, 실컷 기다려서 이야기하려면 옆에 중국말 쓰는 아줌마가 갑툭튀하면 바로 순서가 무시됩니다.
혹시 나쁜남자에 대한 환상을 갖고 계신 여성회원분이 계시다면 이 곳 추천해드립니다. 나쁜점원 투성이입니다.

물건을 사서, 아니 감히 가게에 들어와서, 죄송한 마음에 조용히 고기 잘라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역시나 기분나쁜 투로 고기를 채 가더니 말없이 고기를 자르는 터푸한 아저씨... 아~~~ 이 나쁜 남자의 마성은 어디까지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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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청결이 없습니다.
여기는 해물, 정육 코너가 따로 있어서, 얼리지 않은 해물, 정육을 바로바로 처리해줍니다. 제가 주로 이 곳을 이용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그런데 그 곳에 정육사, 해물사(?)분들을 보면 옷부터 벌써 장난이 아닙니다. 
꼬질꼬질한 얼룩이 마치 루이비똥 마크처럼 온 옷에 가득차 있습니다. 무뉘를 개발해서 새로운 명품으로 등록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됩니다.
게다가 멀리서도 딱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떡진 머리에, 가끔 점심, 저녁 때쯤에 가면 그 곳에서 바로 식사를 하면서 정육, 해물을 건네주는데... 입 주위에 음식이 묻어 있는 걸 혀로 핥아서 다시 곱씹으면서 고기를 건네주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말 터프하고 마초적인 분들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뭐 사면 최소 2어번을 걸러내야지 음식을 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 마지막 없는 건... 영어입니다.
여기서는 웬만하면 영어는 안 통하는 캐나다 안의 신세계입니다.
영어로 이야기를 해도 바로 중국말로 답해줍니다. 물론 제 영어가 이상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계산대 있으신 분들도 인사가 없고 퉁퉁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하이'라고 나름대로 인사를 하면, 바로 인상을 찌푸리면서 "와땽샹꾸리꿍~~" 이라는 중국말로 답합니다.
우리 한국분들은 어떻게 하든지 밖에서 영어 한마디 더하려고 하는데, 그런 세상에 무심한 듯이, 난 내 갈 길을 가겠다 라고 외치듯이 싸우는 듯한 그들의 중국말을 들으면 정말 그 배짱에 저 깊숙히 숨겨놓았던 분노의 똥줄이 움찔움찔하는 기분이 듭니다. 
여기를 사용하실 분은 반드시 중국말 몇 마디 정도는 연습하고 가시길 바랍니다.
예를 들면... "니 쒸팔로마~" (밥은 먹고 다니냐?)
 
<글 속의 글 - 불친절 극기훈련>
교관: 그 동안 이 극기훈련에 참가해 주어서 고생많았다. 오늘은 수료식 및 졸업시험에 관한 평가를 하겠다. 지금부터 나를 교관이 아닌 손님으로 생각해 주길 바란다. 알겠나? 
훈련병들: 옛 알겠습니다.
교관: 이 놈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누가 감히 손님에게 존대말을 쓰나? 바로바로 깎아내려라.
훈련병들: 응 알았어.
교관: 우선 214번 훈련병. 니는 왜 졸업시험 때 손님에게 인사를 했나? 어디 감히 손님에게 인사를 하나? 손님 무시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손님에게 인사는 감점사항이다. 감점 20점 해서 졸업점수 76점.
214번 훈련병: 아~~씨. XX 같네.  
교관: 오~~ 그 자세 좋다. 손님에게 바로 욕을 씨부릴 수 있는 배짱... 가산점 4점 추가해서 80점. 다음 311번 훈련병. 다 좋았는데, 표정이 안 좋았다. 인상이 너무 좋았어. 니 그 얼굴 보면 어떤 손님이 기분 나빠하겠는가? 손님에게는 언제나 드러운 인상을 팍팍 쓸 수 있도록 거울 보고 연습하도록... 
교관: 270번 훈련병. 넌 옷이 무슨 그 모양이야? 누가 가게에서 그렇게 깨끗한 옷 입으래? 손님들이 그 옷 보고 밥맛 떨어지겠나? 그리고 머리는 왜 그리 자주 감아? 손님하고 연애할 일 있나? 목욕은 일주일에 한번이면 족하다. 청결점수 30점 감점...  
 
... ... 
 
교관: 자 이상으로 불친절 극기훈련을 마치겠다. 여기서 배운 사항을 숙지해서 본 필드에 나가서도 반드시 불친절 가게 명성에 누가 되지 않는 활약을 펼치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구호 외치면서 끝내겠다.
교관, 훈련병들: 손님은 봉이다. 내가 왕이다. 꼬우면 꺼져라~~~
<글 속의 글 끝> 
 
우얗든 우여곡절 끝에 사온 감자탕 고기들... 7불어치인데 꽤 많아보입니다.
앞에 이야기한 청결 문제도 있고 해서 바로 끓인다는 건 조금 찜찜합니다.  
물에 담가놓았다가 핏물 빼고 냄새잡는 애들, 즉 마늘, 양파, 파, 커피, 페브린츠 등과 함께 팔팔 끓입니다. 역시 거품이 장난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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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살살 걷어주면서 팔팔 끓인 고기를 체에 받쳐서 물 따라내고, 흐르는 물에 고기에 붙어있는 불순물들은 잘 닦아냅니다.
배추도 구해서 살짝 데칩니다. 의외로 배추는 웬만한 큰 그로서리에서 살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이름이 baechu 는 아닙니다. 대체로 Chinese Cabage라고 표시된 곳이 많습니다. 중국애들은 별로 먹지도 않는 채소인데...
또 다른 이름으로는 Nappa를 찾아도 됩니다. 이름도 참... 제가 옛날에 'Oppa Nappa' 이야기 많이 들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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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에 있는 감자탕 집을 가면 웬지 조미료국물과 고기가 따로 놀고 있는 맛이 납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고기만 따로 삶아내고 주문 받으면 그 고기에 팔팔 끓인 국물 뿌려서 내놓는 것 같습니다... 뭐... 아니면 말고... 
맛의 일체감을 위해서 저는 고추가루, 고추장, 간장, 라면스프, 간마늘 등으로 대충 만든 양념에 미리 고기, 야채를 재 놓습니다.  
그렇게 하룻밤 재놓은 재료를 아침부터 푹 끓입니다. 2~3시간 끓입니다. 아~~~ 전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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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감자탕... 감자에 국물도 팍 배이고, 배추도 푹 익고... 입에서 녹습니다. 들깨와 깻잎으로 마무리해야하는데... 이 동네에서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히유...  
캬... 바로 소주 1병 장전하고 싶지만 꾹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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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감자탕은 소매 걷어붙이고 젓가락으로 고기 사이사이 쑤시면서 숨어있는 1인치 살점을 찾아먹는 재미이죠... 
젓가락으로 쑤시다가 크게 한입 뜯어먹고... 국물 맛도 보고...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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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감자탕은 주 메뉴가 돼지등뼈인데 감자탕이 되었을까요? 우연히 맨 처음 같이 들어갔던 야채가 감자여서 그랬을까요?
그 감자가 고구마였으면 고구마탕, 호박이었으면 호박탕, 살구였으면 살구탕... 이었겠네요.
 
우얗든... 멀고 먼 캐나다에서 오랫만에 맛 보는 감자탕이었습니다.  
이상 끝...  
 
출처: 출처란? 출가한 처의 줄임말... 뭔 소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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