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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네 개의 별
게시물ID : readers_145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번지없는주막
추천 : 12
조회수 : 364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4/08/11 04: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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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베오베나 베스트를 눈팅하는데요. 책게시판과 별도로 문학게시판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런 백일장 이외에도 상시적으로 본인이 쓴 문학 작품들을 올리고 나누는 공간이 생기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럴려면 일단 책게시판이 활성화 되어야겠죠. 책게시판에 많이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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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다. 무릎까지 쌓인 눈을 헤치며 사람들이 하나둘 저잣거리로 모여든다. 보위부의 감시가 심해졌지만 당장에 먹을 것이 없는 사람들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대부분 사람은 가지고 있는 것들을 가지고 나와 팔아서 쌀이나 밀가루를 사서 돌아간다. 그렇기에 저잣거리에는 다양한 물건들 대부분 사람이 쓰던 것들이 많다. 하지만 대체로 팔고자 하는 사람은 많고 사려고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람들은 두 손을 입김으로 녹이며 추위를 이겨보려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 세우려는 사람들로 저잣거리는 제법 북적이기 시작한다. 그러한 사람들 사이로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콧물이 허옇게 얼굴에 번진 소년이 보인다. 소년의 한 손에는 남비 한 개가 어색하게 들려있다. 소년은 한 손으로 콧물을 훔치며 물건을 팔려고 거리에 늘어놓은 사람들 사이에 눈치를 보며 앉는다. 그리고 들고 온 뚜껑도 없는 남비를 자신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다. 남비를 팔려는 건지 구걸을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소년의 몰골은 지저분했다. 녀석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가만히 있지 않고 다른 상인들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남비 사시라요. 고조 남비 하나 사시라요.
하지만 사람들은 찌그러진 남비를 슬쩍 보고는 그냥 지나쳤다. 소년은 금세 지쳐버렸다.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배에서는 연신 꼬르륵 소리가 났다. 소년은 멀리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시집을 바라보았다. 소년은 소년도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이끌리듯 남비를 옆구리에 끼고 국시집으로 다가갔다. 그래도 소년은 돈이 없었기 때문에 가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김이 허옇게 서린 유리창 밖에서 얼굴을 바짝 붙인 체 안에서 국시를 먹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얼마 안 있어 안에서 국시집 주인으로 보이는 사내가 뛰쳐나와 남루한 행색의 소년을 내쫓았다.
이 간나 새끼 저리 가라우. 저리 안 가네?
소년은 길 잃은 개가 놀라서 도망치는 것처럼 초라하게 도망쳤다. 다시 원래 앉았던 자리로 돌아와 남비를 다시 앞에 놓고 앉았다. 몇 시간이 지나도 소년의 남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 소년은 배고픔과 추위에 쭈그려 앉아 움직이지도 않고 팔리지 않는 남비를 바라 보고 있다. 해진 옷 사이로 밀려드는 칼바람에 더욱 몸을 웅크린다. 그나마 해가 높아져 햇볕이 소년에까지 닿았다. 소년은 고개를 들어 눈을 감고 햇볕을 쬐었다.
땡그랑
고철이 구르는 소리가 났다. 소년은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남비가 데굴데굴 굴러갔다. 소년보다 몇 살은 많아 보이는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한 한 무리의 아이들이 소년의 남비를 발로 차버린 것이다.
이렇기 다 찌그러진 남비를 누가 사갔네?
아이들은 남비를 발로 차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소년도 녀석들을 쫓아갔다. 녀석들은 반쯤 무너진 과거 창고로 쓰였던 건물로 소년을 유인했다. 소년은 흙먼지로 더럽혀진 남비를 가슴에 않았다. 가장 덩치 큰 녀석이 눈짓하자 아이들이 소년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 소년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남비를 안고 있다. 우두머리 녀석이 소년에게 다가가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한다. 바지 주머니에서 뭔가를 발견한 녀석은 그것을 꺼내려 하지만 소년이 저항하기 시작한다. 소년은 남비를 내팽개치고 주머니에 있는 것을 녀석에게 뺏기지 않으려고 온몸으로 저항한다. 일단 소년의 거센 저항에 밀려 물러선 우두머리 녀석은 다시 한 번 주변에 서 있는 아이들에게 눈짓한다. 아이들은 넘어져 있는 소년을 둘러싸 발길질을 해댄다. 흠씬 두들겨 맞은 소년은 저항할 기력을 잃어 누워 있다. 우두머리 녀석이 허연 입김을 뿜어내며 숨을 헐떡이고 있는 소년의 주머니에서 마침내 무언가를 꺼내 든다.
에이 뭐네? 내래 돈인 줄 알았더만 사진이잖네.
그리고는 흥미가 사라진 듯 우두머리를 포함한 패거리는 사진을 던져 버리고 왔던 길로 사라진다. 소년은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있다. 흙 먼지를 뒤집어쓰고 몸 곳곳에 상처로 피가 흘렀다. 힘겹게 일어나 사진과 남비를 챙겨 다시 저잣거리로 돌아온다. 해가 지기 전에 남비를 팔아야 먹을 것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는데다 해가 짧은 겨울이라 금방 어둑어둑해졌다. 소년은 점점 까맣게 변해갔다. 바닥에 쌓인 하얀 눈 때문에 더 까매 보였다. 날카롭게 솟아있는 주변 산들처럼 까맣게 변해갔다. 사람들도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남비 팔기를 포기한 소년은 다시 국시집으로 향한다. 국시집도 문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소년은 남비를 바닥에 놓고 그 위에 발돋움해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그것을 본 주인아재비가 다시 뛰어 나왔다.
아니 이 간나 오지 말라니카네 왜 또 왔네? 날래 꺼지라우.
소년은 도망갈 힘도 없거니와 이번 기회가 아니면 오늘도 굶을 것이라는 생각에 슬금슬금 뒷걸음만 치고 있는데 주인아재비 뒤로 다른 아주마이 한 분이 나오셨다.
애한테 왜 그럽니까? 으이구 딱한 것 얼굴은 왜이라네? 배 많이 고프제? 이거 나중에 먹으라우.
그리고는 남비에 삶은 달걀 네 개를 넣어주셨다.
고맙습네다. 고맙습네다.
소년은 연신 고개를 숙였다. 달걀이 담긴 남비를 든 소년은 딱히 갈 곳이 없어 서성거렸다. 이미 주위는 깜깜해져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소년은 아까 녀석들에게 맞았던 창고 건물로 돌아왔다. 다행히 소년을 괴롭혔던 무리는 다시 보이지 않았다. 소년은 지붕이 남아 있는 벽 쪽으로 갔다. 그래도 강한 바람에 눈발이 이쪽까지 날라와 쌓여 있었다. 손으로 대충 눈을 밀어내고 누웠다. 해진 옷 사이로 눈이 스며들어와 녹았다. 그래도 소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미칠 듯이 배가 고팠다. 아무것도 못 먹은 지 이틀이 지났다. 얼른 달걀을 까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다. 발에 차인 곳이 욱신거렸다. 해가 지고 다시 추워지기 시작해서인지도 모른다. 욱신거리는 배를 감싸 쥐며 옆으로 눕자 반대편 지붕이 뚫린 쪽으로 밤하늘이 보였다. 어느새 별들이 총총히 빛나기 시작했다. 소년의 눈에 네 개의 별들이 들어왔다. 밝게 빛나는 두 개의 별과 그 아래쪽에 희미하게 빛나는 두 개의 별이다. 소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이 살았던 가족들을 떠올린다. 밝게 빛나는 두 개의 별을 보고는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안전원들한테 끌려간 뒤로 소식이 없는 아바이 오마이가 생각났다. 그 아래 희미한 두 개의 별을 보고는 아바이 오마이가 끌려간 뒤 집에서 쫓겨나 소년과 거리 생활을 하다 병에 걸려 앓다가 죽은 동생 성희가 생각났다. 국시집에서 얻은 달걀 중 한 개를 깠다. 아직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달걀을 까서 입에 넣으니 가족 모두와 함께 유원지에 놀러 갔던 일을 기억났다. 꽃들이 활짝 핀 봄이었던 것 같다. 소년은 성희와 그네를 탔었다. 그러다 점심이 되자 엄마가 싸온 도시락을 먹었다. 그 안에는 삶은 달걀도 들어 있었다. 소년과 여동생은 마지막 남은 달걀을 서로 먹겠다고 싸웠었다. 그러자 엄마가 반으로 잘라 주셨었다. 소년의 눈에서 따뜻한 눈물이 흘러나왔다. 눈물이 허연 콧물 자국과 굳어진 핏자국을 따라 흘러내려 삶은 달걀을 우물거리는 입으로 들어갔다. 소년은 그때 남은 달걀을 여동생에게 줄 걸 후회하였다.
 

다음 날 아침 저잣거리가 다시 붐비기 시작한다. 그중에서도 예전에 창고로 쓰였던 반쯤 허물어진 건물에 몇몇 사람들이 모여 있다. 안타까운 표정을 하고 서 있는 사람들 사이로 한 소년이 누워있다. 소년은 한 겨울인데도 헤진 얇은 옷을 입고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있다. 소년의 얼굴은 창백하고 입술은 파랗다. 하지만 소년의 표정은 행복해보인다. 소년의 머릿맡에는 찌그러진 남비와 어린 남매와 젊은 부부로 보이는 4명의 가족이 유원지에서 찍은 듯한 사진이 놓여있다. 그리고 껍질만 남은 달걀 한 개와 먹지 않은 3개의 달걀이 사진 주위에 놓여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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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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