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이 여행가방 보면 온갖 것들이 다 나오잖아요. 집계약서도 나오고, 지난 여행에서 쓴 것들 그대로 다시 가져오고.
제 책가방은 어제 그대로예요. 그래서, 가방에서 며칠전에 받은 기말 통지표도 나와요. 학교 가서 몽땅 꺼내서 책상에 넣어 놓으면, 짝꿍이 공책, 책으로 나눠서 정리해줘요. 제 책상을 보면 짝꿍이 스트레스를 받는데요.
기안이 가수 노래 부르잖아요. 마치 창작인 것처럼 처음 배워 부르는 노래처럼요. 그런데, 또 포인트 줘서 열심히 불러요. 나혼자산다 멤버들 뭔가 이유를 알 수 없는데 노래에 집중하고 슬며시 웃잖아요.
저 중3때 음악 선생님은 새로운 노래를 배울 때면 저보고 부르라고 햇어요. 선생님은 피아노를 치고 저는 노래를 부르죠. 악보만 보고 부르는데요. 제가 좀 음치예요. 딱 기안처럼 불러요. 애들은 웃고 난리죠. 소리내서 웃는 게 아니고 표정으로 웃고 난리예요.
정형화 되어 있는 것을 따르지 않아요. 기안이 레시피대로 요리하지 않고, 자기 느낌대로 요리를 하잖아요.
저 고2때 기숙사 나와서 자취를 하는데, 시장에서 병어를 사와서 토막낸 다음에 밀가루 묻혀서 튀겨요. 그걸 도시락 반찬으로 싸갔어요. 그렇게 한번 해가고 싶더라고요.
기안이 옷은 회색 맨투맨 아니면 회색 반팔 티잖아요. 같은 옷 교복처럼 입고요.
저 중학교때 일주일 내내 같은 옷 입고 토요일에 빨아서 그 다음 주에 또 입었어요. 중2때 담임 선생님이 자기 대학때 입은 옷 보따리를 가져다 줬어요. 고맙기는 커녕 거지 취급 당해서 상처 입었어요. 못 입겠더라고요. 중 3 올라가서는 그때 그 옷 중에서 위 아래 한개씩 골라서 내내 그 옷만 입었어요.
기안이 사물이랑 말을 하잖아요. 돼지랑도 말하고, 또 돼지고기는 잘 먹고. 낙지랑도 교감하고. 또, 먹을 땐 환장하면서 먹고.
저도 학교 가다가 풀잎에 있는 이슬이랑 말 해요. 그리고는 이슬 묻은 풀밭은 발로 치고 잘 걸어 다니고요. 콩깍지에 나란히 잇는 콩들한테도 인사 하거든요. 그리고, 콩밥은 무자비 하게 좋아해요.
기안이 만화를 잘 그리잖아요. 사실은 그림 보다는 기안의 감수성 넘치고 독특한 글이 더 도드라지죠.
저는 글을 잘 써요. 제가 글을 쓰면 선생님이 구체적이고 창의적이래요.
기안과 저의 공통점을 적어가다 보니, 그것들은 창의적인 인간들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해봐요. 주변에서는 답답해 해요. 익숙하고 기대하는 패턴을 벗어나니까요. 그러면서도 재미있어 해요. 저도 학교 때 기안처럼 애들이 재미있어 햇어요. 뭐지? 나는 웃기지도 않은데, 왜 나를 재미잇어 하고 웃지들? 그랬답니다.
아, 참 공통점이 하나 더 있네요. 기안이 꿋꿋하게 시를 쓰잖아요. 저도 꿋꿋하게 쓴 시가 수백편이에요. 일상에서 갑자기, 생각이 짠 하고 떠올라요.
기안은 돈을 많이 벌어 행복한 게 아니라, 기안 답게 살아서 행복할 거예요. 제가 그건 알아요. 기안이 힘든 이유는 남들이 너는 왜 남들과 다르냐고 자꾸 따져서일 거에요. 제가 그것도 알아요. 저한테도 사람들이 그랫거든요. 그러면 심각하게 고민했거든요. ㅇㅇ씨는 참 특이해요. 이런 말 들으면요. 기안은 기안답게, 저는 저 답게 살아도 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