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
|
책 한 권 한 권의 빛으로 빛나는 여기.
당신이 온다면 빛나는 이곳이 더 빛날 수 있을 겁니다.
책게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부디 뵐 수 있길 바랍니다.
===============
※ 스크롤 압박이 좀 있습니다. 주의해 주세여.
※ 해당 글에 등장하는 인명은 모두 허구입니다.
※ 고백하겠습니다. 솔직히 재미도, 병신미도 딱히 없는 글입니다.
양귀자의 「한계령」이라는 소설이 있다. 작품 내에서 중년 여성인 주인공은 한 통의 전화를 받는데, 바로 어렸을 적 친했던 친구 ‘은자’였다. (세세한 줄거리를 요구하는 여러분이 되지 않길 바란다.) 주인공은 은자로부터 자기가 가수가 됐다고, 공연하는 데 와 줄 수 있겠냐는 말을 듣는다. 은자는 주인공과 많이 친했기에 꼭 와줄 거라 생각하고, 또 그렇게 말하지만 주인공은 뜸을 들이다가 미안하다고, 못 갈 것 같다고 말한다. 은자는 실망한 듯 전화를 끊고, 그 뒤로 주인공은 걸려오는 전화가 혹시 은자가 아닐까 하며 두려워한다. 왜였을까?……
이건, 그 이야기이다…….
“ 자 여기까지 하고, 그럼 다음 시간에 봅시다. ”
“ 안녕히 가세요! ”
“ 야 오늘 저녁 뭐야? ”
“ 오삼불고기 아나 ”
보충수업이 끝나고 나는 자습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때 내 옆자리 친구가 말을 걸어왔다.
“ 예섬 ”
“ 잉? ”
“ 뭐 재밌는 얘기 없어? 심심하당 ”
“ 재밌는 얘기? ”
“ ㅇㅇㅇ ”
“ 음……. 재밌는 얘기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징어 넌 막 문학 작품 의미가 엄청 공감되고 했던 적 있어?
너무 그 의미를 잘 알겠어서 닭살돋은 적이라든가 막. ”
“ 음,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정지용의 「유리창1」?
가슴에 와 닿고 슬프더라. ”
“아, 「유리창」. 좋은 시지, 좋은 시야. ”
“ 예섬이 너는? ”
“ 양귀자의 「한계령」. ”
“ 어 그거 지난 국어 보충시간에 배운 거 아냐? ”
“ 어어 맞아.
내가 그 작품 배울 때, 진짜
너무 공감 돼가지고 온 몸에 소름이 돋더라. ”
“ 올ㅋ 왜? ”
“ 이게 이야기가 있어……. 들어볼텨? ”
“ㅇㅇ당근ㅋ ”
“ 그랰ㅋ 어, 그게…….”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대화 상으로는 9년 전)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다른 아이들처럼 모든 초등학생들의 필수 코스인 피아노 학원에 다녔다. 피아노보다도 친구들과 노는 걸 더 좋아했긴 하지만 그래도 학원은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다녔다. (친구들이 거기 있으니까)
“ 아 나도 연습 한 번 하고 사과 막 5개 색칠하고 그랬는뎈ㅋㅋㅋ ”
“ 아마 모든 초등학생은 한 번씩 그래봤을걸ㅋㅋㅋㅋㅋ ”
“ ㅋㅋㅋㅋㅋㅋ아 아무튼, 응응. ”
그러던 어느 날, 학원에 젊은 여자 바이올린 선생님이 오셨다. 원장선생님이 말씀하시길, 기존엔 바이올린 수업이 없었지만 희망자에 한해 외부에서 오신 선생님과 바이올린 수업을 할 수 있다고 하셨다. 무조건 어렸을 땐 다 해보라는 어머니의 말씀, 그리고 뭔가 엄청 멋있어 보이는 바이올린 연주 모습에 끌려 나는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엔 몇몇 친구들과 수업을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나 혼자 선생님과 1대1 수업을 하게 됐다.
“ 근데 그 쌤이 진짜 개예뻤어. 진짜. 내가 개 라는 접두사를 쓰고 싶지는 않는데
진심 개예뻤어. 와 내가 그 나이에 9년 간 본 사람 중에 제일 예뻤음.
내가 그 때 그 티켓을 받아가지고 선생님 공연을 본 적이 있었는데
와 연주하는 모습 보는데 진짜 개소름…….
진심 천사 내려온 줄 알았음.
물론 내가 막 예뻐서 좋아한 것만은 아니고,
엄청 친절했고 자상하셨어가지고 내가 그 쌤을 되게 좋아했지.
물론 엄할 땐 엄하셨지만 칭찬도 많이 해주셨고,
젊은 쌤이셨어서 같이 재밌는 얘기도 하고 그랬어.
하지만 일단 레알 예쁘셨다는 거. ”
“ 오옹. 근데 그마이 예뻤낰ㅋㅋㅋ? 누구 닮았는데? ”
“ 어……. 성숙한 수지?
오죽하면 성함도 오수지셨음. ”
“ 개예쁘네ㅇㅇ. 인정. 그 다음엔? ”
“ 근데……. ”
하지만 내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선생님이 조만간 수업을 그만 두신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듣자하니 공부를 위해 외국으로 유학을 가신다는 것이었다. 서운하긴 하지만 뭐 어쩌랴. 더 공부를 하고 싶어서 간다고 하시는데. 난 서운했지만 그런 말을 하기는 쑥쓰러웠기에 아무렇지 않게 선생님과 수업을 해 나갔다.
선생님과 헤어질 날이 하루하루 다가왔고, 드디어 오지 않길 바라던 그 날이 왔다. 선생님과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마지막 대화를 나눌 기회가 되었다. 출입문 쪽으로 가는 선생님을 쭈뼛쭈뼛 따라가던 내게 선생님은 웃으며 말씀하셨다.
“ 예섬아, 여태까지 수업 잘 들어줘서 정말 고마웠어. 예섬이와 함께해서 정말 즐거웠어. 그 리고 예섬이는 바이올린을 그만두지 않길 바라. 예섬이가 바이올린을 그리 오래 하지 않았는 데도 그렇게 잘 할 수 있는 건 분명 재능이 있는 거야. 알았지? ”
그리 말해주시던 선생님을 보며 나 역시 정말 즐거웠다고, 선생님과 함께해서 바이올린이 즐거웠다고, 여태까지 정말 감사했다고, 잊지 못 할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 워낙에 숫기도 없고 했으니까 말을 못 했던 거지.
입을 뗄 용기도 없었고.
지금이라면 쌤 앞에서 오마이캡틴 오마이캡틴 이런 거라도 했을 텐데
그 땐 그냥 그 쌤이 하시던 말에 멍청하게 네, 네, 네, 이랬어. ”
“ 아……. 뭐 어린 나이니까.
그 땐 누구라도 그렇게 얘기하기도 힘들었을걸?
아무튼. 계속해봐. ”
원장선생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리셔야 했던 선생님은 내게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으라고 하셨다. 애써 서운한 마음을 감추려고 억지로 피아노 방에 들어가 나는 콩나물 하농을 넘겼지만 피아노 책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온 신경은 그저 밖에 계셨던 선생님으로 쏠려 있었다. 그렇게 의미 없이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다 나는 다짐했다.
선생님께 인사를 하자고.
부끄럽긴 하지만 선생님이 언제 오실지도 모르고, 지금이 아니면 이야기할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감사의 인사를 드리자고 다짐했다. 나는 콩나물 하농을 그만 치고 피아노 방을 나와 선생님이 계실 출입문 근처 원장실로 갔다.
“ 오……. 그래서 인사는 드렸어? ”
하지만.
“ 아니. ”
“ 어? 왜? ”
“ 선생님이 없었거든. ”
선생님이 없었다. 선생님은 떠난 상태였다. 원장실엔 원장 선생님밖에 계시질 않았고, 출입문 밖으로 나가 보았지만 선생님의 그림자도 찾을 수 없었다. 인사를 드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다짐했는데. 선생님은 내 인사를 듣지 않고 떠나버리셨다.
나는 피아노 연습을 하는둥 마는둥 하고 집에 와서는, 침대에 엎어져 펑펑 울었다. 아마 그 때까지는 그렇게 서럽게 울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조금 아쉬운 정도의 해프닝이 될 수도 있었던 일이었지만, 난 아마 그 나이에 ‘후회를 남기고 누군가와 헤어진다’는 것의 서러움을 본능적으로 느꼈던 건지도 모른다.
“ 아이고……. ”
“ 그러고나서 나는 인사는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걸 배웠지.
그래서 그 이후로 막 초등학생 때 반 바뀌고 그러면
항상 담임쌤한테 편지 써드리고 그랬어.
그럴 때마다 참 뿌듯했지.
다 그 때 그 꼬맹이의 슬픔?ㅋㅋ
그게 없었더라면 나는 더 늦은 나이에 그걸 알았을 거야.
그 어린 시절만의 추억? 이랄까ㅋㅋ ”
“ 오오, 뭔가 교훈적이다.
……잉? 근데 여기서 끝나면 한계령 작품이랑 다르지 않냐? ”
“ 물론 이게 다가 아니지.
본론은 이제 시작이여ㅋㅋㅋ ”
“ 헐ㅋㅋㅋㅋ 뭔데뭔데 ”
“ 그게 작년 9월이었나……. ”
대화 상 작년, 현 시점 상 재작년 9월이었다. 당시 우리 부모님은 봉사하는 걸 좋아하셔서 시내 봉사 및 친목 클럽에 가입해 계신 상태였다. 어느 날 부모님은 그 봉사 클럽에서 친목회를 하는데 내게 같이 가지 않겠냐고 하셨다. 어른들 모임인데 애가 가서 뭐하냐고 나는 안 가겠다고 하였으나, 그 친목회가 뷔페에서 열린다는 말을 듣고 곧장 ok를 외쳤다.
친목회 장소에 조금 일찍 도착했을 때, 나는 다소 작은 크기의 뷔페에 초큼 실망을 했지만 쨌든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음식을 보며 자리에 앉았다. (음식이 커 보이는 건 착각이 아닙니다.) 테이블의 의자가 5개씩이었기에 부모님과 나는 2자리를 남긴 채 테이블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는 입구에서 나눠준 팸플릿을 보며 부모님께 후반에 있는 공연 식순 보고 가냐고 여쭤보았고, 부모님은 시간 상 그것보다는 빨리 나올 거라고 하셨다. 그러던 중, 마치 연주복 같은 옷을 입은 어떤 여성분이 우리 테이블의 남은 자리에 앉았다. 난 자연스럽게 팸플릿에 두었던 눈을 그 여성분의 얼굴로 옮겼다. 그런데 그 얼굴을 본 순간.
‘……어??????’
“ 헐. 설마.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들어봐. ”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단번에 알아볼 정도로 눈에 익는 얼굴이었다. 심장이 두근두근거리는 게 느껴졌다. 설마, 설마, 에이 설마, 했지만 도저히 그냥 닮은 사람이라고 치부할 정도가 아니었다. 손바닥에 땀이 났고 마른 침이 나왔다. 그 때부터 8년이나 지난 시점이었기에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그건 다른 사람이 아니었다.
“저기 아빠…….”
“응?”
나는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아버지께 살짝 말씀드렸다. 지금 우리 반대편에 앉아 있는 분이, 왠지, 초등학생 때 날 가르쳐주신 바이올린 선생님인 것 같다고. 아무리 봐도 너무 닮은 것 같다고. 물어봐주시면 안 되겠냐고. 아버지는 내 말을 듣고 가만히 계시더니, 그 여성분께 혹시 교편을 잡으신 적이 있냐고 물어보셨다.
그러자 여성분이 지금 시립연주단에 소속돼 있지만 교편은 잡은 적 없다고 말씀하셨다. 아닌가? 아니었나? 그냥 닮으신 분인가?
하지만 나는 그 뒤의 대화는 내 생각을 180도 바꾸었다.
“그럼 저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네, 저 오수지라고 합니다.”
‘ ……!!!!!!!!!!!11 ’
‘선
생
님
이
다.
선생님이다.
내 인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가신 그 선생님이다!
내가 그 날 펑펑 울었던 이유였던 선생님이다!! 감사의 인사를 드리지 못 해서 후회하곤 했던 그 선생님이다!!!!! 그 선생님이 지금,
지금 내 앞에 있다!!!!
이게 무슨 기막힌 우연이람???? 이건 8년을 뛰어넘는 다시 오지 않을 만남이다!!!!! ’
나는 흥분을 이기지 못 하고 소리쳤다.
“헐 쌤!!! 저에요!!! 기억 안 나세요???”
“응?”
“ ……래서 그게 그 쌤이었던 거야. ”
“ 와, 대박. 쩐다. 무슨 우연이야 그거.
암튼 잘 됐다. 그럼 계속 후회했던 그 인사를
8년의 시간을 넘어 드디어 했겠네. ”
“ ……음……. 그게 말이야……. ”
“ 잉? ”
“아……. 저 이름이 뭐라고 했지?”
“예섬이요……. 단예섬.”
그런데 뭔가 내 생각과는 다르게 상황이 돌아갔다.
“예섬이 네가 언제 바이올린 배웠다고?”
“그 왜, 나 초3 때였잖아, 엄마. 쌤 그 학원에서 매 주 두 번씩 수업해주시고 그러셨잖아요? 그러다 쌤 유학가셨구요.”
“초3 때? 그럼 한 8년 전이가?”
“아……. 어, 맞아, 그 때 쯤에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그. 때. 쯤.에.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와, 확실히 여기가 좁긴 좁네.”
“어유, 그러게요. 그것보다도 그걸 기억하고 있는 학생이 더 대단하구…….”
“그러게, 예섬이 니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고 있노.”
“아, 아하하, 아하하하…….”
그랬다.
선생님은 날 전혀 기억하지 못 하셨다.
“ 물론 나도 그 쌤이 날 기억하고 있을 거라 생각 안 했지.
그게 몇 년인데.
나도 당장 몇 년 전에 같은 반이었던 중학교 친구도 가물가물한데.
8년 전에 정말 잠깐 바이올린 가르친 애를
그 쌤이 어떻게 기억하고 있었겠어. ”
“ 그래……. 그렇지, 솔직히.
아 근데 그 다음엔 어떻게 했어? ”
“ 뭐 기억도 못 하시는데 굳이 유난떨 필요 있나 싶어서
그냥 어색한 웃음 좀 건네고 하다가
쌤은 공연 준비하시러 갔고, 가족들이랑 좀 있다가 나왔어.
공연을 보고는 싶었는데 시간 땜에 원래 안 됐었으니까. ”
“ 흐응.
결국 너의 어린 시절 한 쪽을 장식하던 선생님과의
8년을 뛰어넘은 엄청난 재회는
그렇게 아쉽게 마무리가 됐구나. ”
“ 에이, 나한테나 그렇지 뭐.
쌤한테는 그저 좀 신기한 만남 중 하나였겠지.
뭔가 여태까지 내가 생각해오던 것보단
더 아쉽게 끝나긴 했지만.
솔직히 이게 정상적인 거지 뭐. ”
“ 너가 「한계령」을 배울 때 어느 시점에서
공감을 했는지 알 것 같다ㅋㅋ ”
“ 그지ㅋㅋㅋㅋ 알 것 같지?
뭐 그래서, 「한계령」 배울 때 엄청 공감했었다는 거ㅡ. ”
‘ 딩동댕동 ’
“ 아 이제 자습 종인가? ”
“ ㅇ? 헐 아니. 이거 자습 끝나는 종인데?ㅋㅋㅋㅋㅋ ”
“ 엥???? 그럼 우리 40분동안 얘기한겨???? ”
“ 그런가 봄ㅋㅋㅋㅋ아싸 저녁시간이당ㅋㅋㅋ ”
“ 우왕ㅋㅋㅋㅋㅋ 아 오늘 오삼불고기라는데ㅡㅡ.
급식 먹을 거야? ”
“ 아니……. 어떻게 동족을 먹겠어……. (또륵)
그리고 우리학교 그거는 맛도 없고ㅡㅡ
나가자 걍ㅋㅋㅋㅋ ”
“ 동족이라닠ㅋㅋㅋ아 아무튼 ㅇㅋㅇㅋㅋㅋㅋ ”
“ 아 뭐 먹지 나가서……. ”
「한계령」에서 주인공이 은자를 왜 보러가지 않았을까. 국어선생님의 말로는, 그건 바로. 자신의 어릴 적 추억이 망가질까봐였다고 한다. 힘들던 어린 시절, 가난하고 배고프던 어린 시절, 하지만 주인공은 친구 은자와 함께였던 그 때를 소중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 이후로도 힘든 시기가 있을 때마다 그 추억을 가끔씩 꺼내보며 버틸 수 있었다. 그래서 주인공은 은자를 만날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보다 힘들었고, 또 너무나 소박했지만 그랬기에 더 소중했고, 보물과 같았던 자신의 추억이. 지금의 은자를 만난 이후에도 그렇게 남아 있을까, 주인공은 겁났던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보았다. 만약 내가 선생님을 그 이후로 평생 만나지 못 했더라면. 이제는 너무나 옅은 향으로 남아있는 아쉬움이 배인 그 때의 추억이 그대로 있지 않았을까 하고. 물론 선생님을 뵙지 못 했더라면 후련함을 느끼진 못 했을 것이다. 계속 아쉬움만 남긴 채로 찜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기도 한다. 내가 가진 이 어린 시절의 한 조각 추억은, 선생님을 다시 보기 전, 아쉬움이란 향이 남아 있던 때에 더 빛났을지도 몰라, 라고. 내가 가끔씩 지금쯤 선생님은 뭘 하고 계실까ㅡ. 하고 궁금해질 때마다, 머릿속에서 떠올라서 나를 그 향에 취하게 만들 수 있었을 때, 그 때 더 아름다웠을지도 몰라, 라고.
그래 그거.
추억은 추억으로 그대로 있었을 때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 말이다.
-
그리고,
추억으로 남겨서 아름다운 것이 있다면
추억으로 남겨선 안 되는 기억 또한 존재한다.
우리는 아직 세월호를 잊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