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민주당 당 대표 선거를 지켜보면서 우연히 알게 된 연설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나라도 역지사지할게 많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경제학과 정치학의 논리는 매우 다릅니다. 경제 논리는 1만명의 적을 물리칠 때 자신의 희생이 8,000명보다는 6,000명이 되는 쪽을 택하지만, 정치 논리는 얼마나 손실을 보느냐와 상관없이 이기는 쪽을 택합니다."
[리샤오(李曉) 중국 지린(吉林)대 경제금융대학원장이 지난 6월 2일 대학원 졸업식에서 한 연설 전문]
친애하는 경제학원ㆍ금융학원의 졸업생과 학부모님, 여러 지도자 및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평소와 달리 연설문 원고를 준비했습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수업이자 당부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저는 오늘 세 가지 주제에 대해 말하려고 합니다. 첫째, 중미 무역전쟁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둘째,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가. 셋째, 여러분께 드리는 당부와 바람입니다.
첫째 문제, 중미 무역전쟁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지난 3월부터 오늘까지 세계 최대의 관심사는 시리아도, 북한도, 러시아 월드컵도 아닌 중미관계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중미 무역전쟁입니다. 우리가 가장 원치 않았고 피하고 싶었던 일이지만 그 주도권은 우리에게 있지 않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건 무역분야 뿐만이 아니라 그로 인해 갖게 된 더 깊은 우려와 위기감입니다.
우선 무역 측면을 보죠. 미국 측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입액은 1,300억달러입니다. 미국은 얼마 전 500억달러 상당의 중국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이 반격하자 2,0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중국이 또 반격하면 추가로 2,000억달러어치에 관세를 더 부과할 것이라고 합니다.
작년에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5,000억달러입니다. 두 번의 2,000억달러에 500억달러를 더하면 4,500억달러로 500억달러 정도가 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500억달러에 보복관세를 부과했으니 800억달러 정도만 남아 있습니다. 미국이 추가로 2,000억달러에 관세를 부과하면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동일한 액수로 반격할 경우 마이너스 수입이 되는 건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이는 미국이 중국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치욕적인 행위이지만,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커서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는 국가 간 분업체계가 산업에서 상품으로까지 발전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생산 과정의 전문화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한 국가가 무역에서 실제로 얻는 수익과 실제 무역수지 상황이 반드시 정방향 관계인 건 아닙니다. 중국의 대미 흑자 규모는 미국 통계가 중국 통계보다 1,000억달러 가량 많을 정도로 중미 양국의 통계 산출 방식도 다릅니다.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1985년 6억달러에서 2017년 3,752억달러로 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이 기간에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총액은 4조7,000억달러에 이릅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미국의 대외무역 적자의 50%에 육박합니다.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78%가 넘고, 이 중 4개 연도에는 80%를, 1개 연도에는 130%를 넘었습니다.
이들 수치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대미 무역흑자가 중국 경상수지 흑자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는 것이고, 대미 무역흑자가 없으면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겁니다.
한편으로 미국 제조업과 핵심기술에 대한 의존도는 더 심화됐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ZTE 건만 해도 십수억달러의 벌금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 의회는 ZTE의 업무 중단을 유예하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부결시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이 통과되더라도 ZTE의 관리나 운영은 미국의 규칙을 따라야 하고 심지어 감독관을 파견받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과의 거대한 기술 격차와 핵심기술에 대한 심각한 대미 의존 상황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동시에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의존도도 비교적 심각합니다. 지난해 중국의 대두 생산량은 1,400만톤이고 총 수입량은 9,554만톤입니다. 대두 1톤을 생산하려면 8무(1무는 약 661㎡)의 토지가 필요합니다. 수입량을 직접 생산하려면 7.6억무의 토지가 필요한 겁니다. 하지만 중국의 농경지 21억무 중 3분의 1에서 대두를 재배하는 게 가능할까요. 답은 분명합니다.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식물단백질이 필수가 되었고 이 단백질은 가공해서 돼지나 소 등의 사료로도 쓰기 때문에 수입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만약 수입하지 않으면 대두와 부산물 가격이 올라가고 이는 생활필수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집니다. 일각에서 브라질에서 수입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브라질산 대두의 생산ㆍ운영ㆍ판매도 전 세계 농산물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미국 회사들이 통제합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달러 체제에 대한 의존입니다. 총체적으로 볼 때 지금의 달러 체계는 세 개의 시스템으로 운용됩니다.
첫째는 상품-달러 환류 시스템입니다. 중국ㆍ일본ㆍ독일 등 ‘무역국가’는 대미 수출로 달러를 벌어들이고 나서 그 중 상당 부분을 미국에 빌려줍니다. 달러는 세계 시장에서 결제화폐이자 주요 자본시장의 교역화폐입니다. 만약 이들 나라가 미국에 달러를 빌려주지 않으면 미국은 자기 필요에 따라 달러를 발행해 달러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이는 한편으로는 우리의 달러 보유고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위안화 가치 상승을 의미하며 이는 수출에 매우 불리합니다.
무역국가의 비극이 여기에 있습니다. 달러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평가절하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겁니다. 다시 말해 세계 최대 채권국이 세계 최대 채무국의 화폐 안정을 유지해야 하고, 이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자 미국 국채와 회사채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이유입니다.
둘째는 석유 거래의 달러 표시 시스템입니다. 1971년 미국의 닉슨 행정부가 금본위제를 폐지하면서 달러는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석유로 눈을 돌렸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연합해 달러로만 석유 거래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석유를 거래하려면 달러를 보유해야 하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달러가 금과 연계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셋째는 미국의 대외채무를 달러로 책정하는 시스템입니다. 미국 대외채무의 80% 이상은 직접 달러를 찍어내 가격을 매길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미국은 대외채무를 달러 발행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로 미국 또는 달러 패권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달러는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인 만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재무부는 달러를 매우 신중하게 발행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차례나 양적 완화를 단행해 시장에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경제학 전공자나 연구자라면 ‘미국 몰락’을 쉽게 애기해선 안됩니다. 미국 몰락의 중요한 지표는 미국의 대외 채무를 달러가 아니라 유로화나 파운드, 엔화, 위안화로 계산하는 겁니다. 만약 그런 게 아니라면 미국 몰락을 얘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중국은 바로 이 같은 달러 체제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대규모 국채를 보유하게 되고 위안화를 발행할 때도 미국 달러 발행에 심각하게 의존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난 10여년 간 중국의 M2(광의통화) 공급량은 거의 세계 1위였습니다. 중국의 GDP 대비 M2의 비중은 2.1배인 반면 미국은 0.9배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많은 화폐를 발행했는데도 왜 모두가 느끼지 못한 걸까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두 가지가 중요합니다.
하나는 우리의 화폐 발행이 상당 부분 외국환평형기금에 연계돼 있기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이 기업과 개인의 달러를 사들이고 시장 환율에 따라 위안화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겁니다. 외국환평형기금이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60%로 최고 80% 이상일 때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달러 보유고는 위안화를 발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신용기반이며 위안화의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줍니다.
다른 하나는 부동산 가격 폭등입니다. 이로 인해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해도 거의 대부분 부동산에 묶이게 되는 것이죠.
그러므로 무역전쟁이 정말 일어난다면 그 뒤에는 화폐ㆍ금융분야로까지 번질 것입니다. 미국은 우리의 달러 보유고가 줄아들면 위안화를 발행할 신용기반이 문제가 될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의 외화 획득 능력도 큰 영향을 받게 될 겁니다. 중국은 전형적인 무역국가이며 위안화는 세계 화폐가 아니어서 화폐 신용을 달러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경제발전과 군 현대화, 대국외교, 일대일로 등에는 모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국에겐 외환보유고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최근 몇 년간의 외환보유고 상황을 보면 2016년 투자분야에서 외환 순수익은 마이너스 440억달러가 넘습니다. 2017년 외환 규제를 강화해 겨우 130억달러 수준까지 회복했지만 올해 1~5월에도 투자분야의 외환 수익은 50억달러도 되지 않습니다.
무역분야의 데이터는 더 참담합니다. 작년 상반기 무역흑자는 540억달러 안팎이었지만 올해 5월까지는 적자 규모가 250억달러에 육박합니다. 6월 통계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한 달 정도 좋아진다고 해서 큰 차이는 없습니다. 올해 상반기엔 중국의 대외무역 순적자 구도가 이미 형성된 겁니다.
더 중요한 건 우리의 외환 보유 상황도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올해 5월까지 외화 부채를 뺀 순 외환보유고는 약 1조9,000억달러로 2013년 2조9,600억달러에 비해 30% 가량 줄었습니다.
결정적인 문제는 이 1조9,000억달러도 모두 우리한테 돌아오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국가통계국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4월 말까지 일정규모 이상 외자기업(홍콩ㆍ마카오ㆍ대만 포함)의 총 자산은 21조6,800억위안으로 달러당 6.45위안 환율로 계산하면 약 1조5,500억달러입니다. 전체 외환보유고 중 80% 이상을 외자기업이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외자기업 투자로 만들어진 외환보유고는 카지노의 칩과 같습니다. 이런 투자의 소유권은 외자기업이 갖고 있고 외자기업은 언제든 철수할 수 있는 겁니다. 현 단계에서 중미 무역전쟁이 일어나면 외국자본이 모두 철수하지는 않겠지만 30%만 그렇게 해도 5,000억달러가 없어집니다. 1조9,000억달러에서 다시 5,000억달러가 사라진다면 우리에게 얼마나 남을까요.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일으킨 목적은 뭘까요. 무역분야만은 아닐 거고 ‘중국제조 2025’도 영향을 받을 겁니다. 더 큰 부분은 무역전쟁이란 방식을 통해 화폐ㆍ금융분야에서 더 개방하도록 우리의 양보를 받아내는 것입니다. 미국은 전형적인 금융국가입니다.
표면적으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무역전쟁은 자신의 대선 공약을 이행하고 낙후된 러스트벨트의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인 듯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구조가 고도로 금융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월스트리트의 금융자본 이익을 주목해야 합니다. 금융자본의 목표는 세계 금융시장의 수익을 가져가는 것인데, 그 전제는 세계 각국의 화폐ㆍ금융시장 개방입니다. 중국은 아직까지 미국에게 이 부분을 쉽게 개방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의 자본은 아직 완전히 개방된 게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무역전쟁의 많은 핵심목표 중엔 중국의 화폐ㆍ금융시장 개방이 분명 들어 있을 겁니다.
물론 미국의 더 중요한 국가 전략이익은 중국의 굴기(崛起ㆍ우뚝 섬)를 억제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바람으로 여겨선 안됩니다. 최근 유명학자 한 분의 친구가 미국의 ‘미중관계위원회’에서 경험했던 일을 전해들었습니다. 미중 우호관계를 촉진한다는 취지의 이 위원회 직원들은 항상 그를 친절히 대했지만 얼마 전에는 은근히 피하는 직원들로부터 ‘매카시즘’을 느꼈다고 합니다.
현재 미국이 중국에 대해 느끼는 공포와 적대감은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중국에 대한 강경한 무역제재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는 40%까지 올랐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갈등의 골이 깊어진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도 유독 중국 문제에서만큼은 정치적으로 의견이 거의 일치합니다.
오늘날 많은 학자들은 중미 간 충돌을 무역분야로만 한정하면서 다른 분야로 분쟁을 확대하지 말라고 합니다.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반드시 승리할 거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상식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국가에 있어서 무역전쟁은 경제적으로 분명 양측 모두 손실을 입지만 대국 간 무역전쟁에선 누가 패하는지가 관건적인 문제입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넘버1’ 국가와 ‘넘버2’ 국가 간 싸움은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국가이익을 목표로 하는 일종의 정치행위로 제로섬 게임입니다. 경제학과 정치학의 논리는 매우 다릅니다. 경제 논리는 1만명의 적을 물리칠 때 자신의 희생이 8,000명보다는 6,000명이 되는 쪽을 택하지만, 정치 논리는 얼마나 손실을 보느냐와 상관없이 이기는 쪽을 택합니다.
여러분이 방금 전에 부른 국가에 ‘중화민족이 가장 위험한 때에 이르렀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지금이 가장 위험한 때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새로운 위험에 이르렀다는 건 분명합니다. 현재 중국의 가장 큰 위기는 세계 최강 패권국가가 공개적으로 경제전쟁이란 수단을 이용해 전면적으로 공세를 펴는 동시에 글로벌 군사력으로 충돌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공개적으로 “중국은 약탈국가”라고 공격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이 지식재산권과 타국의 자원을 침탈한다는 겁니다. 중미 충돌을 일종의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만드는 이런 공격을 주목해야 합니다.
6월 11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2015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제정한 인터넷망중립성 법안을 폐기했습니다. 우리는 인터넷의 원천기술과 서비스가 모두 미국을 핵심으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미국은 당시 자국 인터넷 운영업체들 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동시에 세계 각국이 미국의 기술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망중립성 법안을 만들었습니다. 이게 없어졌다는 건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사전에 고지만 하면 사이트를 차단하거나 속도를 느리게 하고 심지어는 인터넷을 끊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이런 조치를 중국에 취한다면 우리의 은행ㆍ교통ㆍ상업ㆍ우편 등의 시스템은 마비됩니다. 최근 한 보도에 따르면 미국 사이버사령부가 이미 의회로부터 사이버 공격이나 미국 지재권 침해 행위에 대해 공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합니다. 현재 전 세계의 루트서버 13대 중 주된 루트서버 1대와 보조 루트서버 9대가 미국에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이 훨씬 더 충분한 준비가 돼 있음을 반드시 인식해야 합니다.
최근 G7 정상회의 사진 한 장을 봤을 겁니다. ‘최후의 만찬’과 비슷한 장면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나머지 정상들과 마치 원수 대하듯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G7 국가 간 ‘제로 관세, 제로 보조금, 제로 장벽’ 시행을 주장하는 ‘G7 경제 통합화 계획’을 제안했고 독일도 이에 동의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독일은 시장 분담금 등 복잡한 요소 때문에 동의했을 것이고 다른 나라들도 미국과 의견이 같지는 않았을 겁니다. 또 미국의 시장규모가 크고 경쟁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경제 통합이 순탄치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미국의 이 제안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WTO 다자무역 규칙을 폐기하기로 결심이 섰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이 규칙은 미국이 만들고 시행해온 것인데 더 이상 이 규칙을 지키지 않고 더 높은 규칙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EU와 일본 및 기타 선진국들에 대해 무역 보호주의를 시행한다고 해서 이들 국가들과 함께 미국에 맞서서는 안됩니다. 사실 이들 국가는 지재권 문제, 강제적 기술 이전, 기업 M&A 등과 관련해 중국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데 있어 미국과 입장이 완전히 같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중미 무역전쟁을 무역 분야에만 국한시켜선 안됩니다. 이는 본질적으로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싸움입니다.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여겨선 더더욱 안됩니다. 미국과 일본은 1960년대에서 1980년대 말까지 30년간 무역 분쟁을 치렀고 그 결과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20년’을 겪어야 했습니다. 중미 간 충돌은 대국 간 힘겨루기로 최소 5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지금은 큰 역사적 게임의 시작일 뿐입니다.
둘째 문제, 중미 무역전쟁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당장 눈 앞에 두 가지 교훈이 있습니다.
하나는 맹목적인 자기과시입니다. 100년 동안 서방의 침략을 받았던 우리에겐 대국이 되고자 하는 강력하고 절박한 바람이 있습니다. 개혁ㆍ개방 40년 간 중국 경제는 놀라운 성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일부 분야에선 세계적인 위치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자만심에 빠지고 우쭐대는 정서도 같이 따라왔습니다.
중미 무역전쟁, 특히 ZTE 건은 우리와 미국 사이에 기술적 격차가 크다는 걸 일깨워줬습니다. 사실 우리는 많은 핵심기술 분야에서 선잔국들과 차이가 많이 납니다. (인도양에서 사라진) 말레이시아항공 MH370편 사건 후에야 사람들은 롤스로이스사가 자사 제품 엔진이 언제 어떻게 어떤 고도에서 운행되는지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얼마 전 한 부품업체 대표는 세계적으로 2~3개 회사의 자동차 인젝션 기술이 가장 좋지만, 중국 군용차의 노즐로는 직접 생산된 국산 제품을 사용한다더군요. 이들 해외업체가 인젝션 기술을 통제하고 결정적인 시기에 생산을 중단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기술은 원천기술, 원천기술의 진전과 산업화, 인터넷을 이용한 규모의 경제와 시장 개발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즐기는 광군제(光棍節ㆍ중국 최대 쇼핑축제)의 경우 알리바바든 징둥(京東)이든 모두 중국의 거대한 시장경제 규모를 이용해 빠르게 확장한 것이지 원천기술의 진보나 산업화와는 무관합니다. 타인의 기술과 산업화의 진전,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이용해 빠르게 성장한 것 뿐입니다.
이번 무역전쟁은 또 지금까지의 중국의 경제성장 모델은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우며 경제구조와 운영체제 등을 더 개혁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시켜주었습니다. 과거 우리는 시장을 통해 기술을 얻고, 자금을 통해 기술을 사고, 인재를 발굴해 기술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기술 발전을 이뤄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앞으로 통하기 어렵습니다. 중국 경제 발전의 핵심동력은 자주혁신이어야 합니다. 기술분야의 혁신과 시스템 및 제도의 혁신이 있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더 갚은 차원의 교훈을 얘기하자면 중미 무역전쟁 발발과 관련해 다음의 세 가지 부분을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중국은 미국에 대한 전체ㆍ종합ㆍ체계적인 연구를 소홀히 해왔습니다. 2016년 미국 대선 때부터 올해 3월 무역 분쟁,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미국을 계속 잘못 판단했습니다. 더 중요한 건 이 같은 대국 간 힘겨루기 속에서 무역ㆍ경제분야 전문가들의 목소리 외에 미국의 정치ㆍ사회ㆍ문화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드물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극히 비정상적입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서 우리는 반드시 직면해야 하는 세계 최강 패권국에 대한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연구를 충분히 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오판을 하거나 심지어 나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그로 인해 다음 두 가지 결과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하나는 감정이 이성보다 앞서고 비이성적인 사고가 만연했습니다. 본질적으로 이는 중국인들의 전형적인 농경민족으로서의 본성을 보여주는 겁니다. 농민과 상인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농민은 감성이 이성을 앞서고 상인은 이성이 감성을 이긴다는 겁니다. 1992년 덩샤오핑(鄧小平)의 남순강화(南巡講話)와 1993년 사회주의 시장경제 확립 후 오늘날까지 20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는 우리 중화민족이 농경민족에서 상업민족으로 전환된 과정이 20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이 때문에 농경민족의 속성이 여전히 매우 강해 감성적으로 세계를 판단하기 쉽다는 뜻입니다.
과거 미국이 화교인 게리 로케를 주중대사로 파견하자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 ‘중국인’을 파견했고 이에 따라 중미관계가 더 나아질 거라며 반겼습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그는 자신이 미국인임을 더 증명해야 했고 그 결과 중국에 대한 태도가 더욱 강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미관계에서 이 같은 민족적 본성은 반드시 극복해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과거 (국민당의 우파 이론가인) 다이톈추(戴季陶) 선생이 지적한 ‘지식상의 의화단(義和團ㆍ권법으로 서양세력을 몰아내려던 운동)’ 경향입니다. 일부 학자와 전문가는 중미 무역전쟁에서 “모든 대가를 치르고서”라는 말을 하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설마 개혁ㆍ개방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말인가요.
트럼프 개인에 대한 연구 부족도 같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永不放棄)는 제목으로 2016년 4월 상하이(上海)에서 출간된 중국어판 트럼프 자서전은 매우 얇은 책입니다. 세 번 읽으면서 트럼프라는 사람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를 너무 과소평가했고 그가 너무 이랬다저랬다 한다고 여깁니다. 이는 그를 진지하게 연구하지 않아서입니다. 비즈니스맨으로서의 그의 특징은 상대에 대한 믿음이 강할 때는 상대의 약점을 잘 파악해 마지노선을 무너뜨려 위협하면서 목적을 이룹니다. 전력으로 상대를 공격할 때는 돌연 부드럽게 변해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그 책을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저는 요즘 이번 충돌이 중국에게 무엇을 가져다줄 것인지를 자주 생각해봅니다. 과거 40년 중국 경제의 눈부신 성장은 덩샤오핑의 개혁ㆍ개방에 의한 것입니다. 개방의 본질은 미국 주도의 글로벌 시장경제 시스템이 우리에게 들어오도록 하는 겁니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이 시스템에 들어가 최대 수혜자가 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이 때문에 자신들은 손해를 봤고 중국인들은 이익을 거뒀다고 생각해 더 이상 우리와 함께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늘날 더 이상의 역글로벌화는 없습니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글로벌화 과정에서 일어난 분열입니다. 글로벌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분열의 본질은 주요 대국들 간 인식 차이입니다. 미국이 자신이 주도하는 글로벌 규칙과 제도를 더 이상 우리와 공유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건 앞으로 우리의 모든 경제 이론과 연구에서 큰 도전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저는 더 두려운 도전은 사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분쟁이 장기적인 충돌로 변한다면 우리는 미국과의 거대한 차이를 냉정하게 인식하고 겸손하게 미국을 배워야 합니다. 그런데 포퓰리즘적 반미로 흐르거나 심지어 옥쇄정신(옥처럼 아름답게 부서진다)으로 미국의 모든 것을 보이콧하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이런 상황을 겪어봤기에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이런 정치ㆍ경제사상 등에서의 심각한 도전은 앞으로 중국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아주 큰 문제입니다.
둘째, 미국의 경제ㆍ사회ㆍ이데올로기 구조에 대한 연구도 부족해 미국의 정치 구조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트럼프는 중국을 왜 겨냥하는 걸까요. 대중 무역적자는 구실에 불과합니다. 사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서 미국이 분열된 게 아니라 미국 사회의 분열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겁니다. 미국 사회는 경제 구조 금융화로 인해 심각히 분열됐고 빈부 격차가 심각해지고 중산층은 파산했습니다. 이 때문에 민주당과 힐러리를 지지하던 러스트벨트 3개 주가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고 이것이 트럼프 대선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었습니다. 취임 후 트럼프는 공약을 지켜야 했고 분열된 미국 사회를 통합시켜야 하는 더 큰 도전에도 직면했습니다. 그는 영리하게도 중국이라는 목표를 세웠고 지금까지는 비교적 잘 해내고 있습니다.
‘중국 위협’은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나오는 주된 이슈이자 서방 선진국들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트럼프는 이를 교묘하게 이용해 ‘중국 문제’ 혹은 ‘중국 위협’을 카드로 삼았습니다. 우리가 미국의 경제ㆍ사회ㆍ정치 구조까지 깊이 연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100년 전 자본주의에 대해 마르크스가 내린 결론은 시ㆍ공간적 제한이 있긴 하지만 기본 원리는 정확합니다. 바로 생산력이 생산관계를 결정하고 경제 기초가 상층 건축물을 결정한다는 겁니다. 미국 경제 구조의 변화가 사회 구조의 변화를 결정하고 일정 부분 미국의 정치이익과 국가 핵심이익의 변화를 결정합니다. 따라서 트럼프의 연임 여부와 무관하게 미국은 중국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셋째, 미국이 세계를 통제하는 패권 추구 방식과 시스템에 대한 연구 부족입니다. 우리는 지금도 산업화의 시각으로 포스트 산업화 국가 미국을 인식합니다. 무역국가의 입장에서 금융국가 미국을 바라보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이 제조업 분야에서 이뤄낸 성취에 근거해 스스로 자신의 지위를 높이 평가하는 환상도 갖게 됐습니다.
중국의 굴기는 ‘달러 체제 내에서의 지위 상승’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위안화 국제화의 목표를 달러 대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달러 시스템은 단기간 내에 대체될 수 없다는 점에서 위안화 국제화의 목표는 달러 대체가 아니라 달러 시스템 내에서의 리스크와 비용 축소입니다.
반드시 지적해야 할 점은 일부 매체가 무책임하게도 협의의 민족주의 정서로 국민을 선동한다는 겁니다. 지난 40년 간 우리는 달러 체제에 들어가 최대 수혜자가 됐고 이 시스템을 지탱하는 국가가 되기도 했습니다. 화(禍)와 복(福)이 같이 온다는 말처럼 앞으로 우리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트럼프의 비장의 무기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이미 이빨을 드러냈습니다. 이란ㆍ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 중국이 사들인 미국 국채 동결 주장까지…. 이러한 시그널은 양국 분쟁이 심화되면 실제로 현실화할 수도 있습니다. 어찌 됐든 화폐ㆍ금융은 미국의 비장의 무기이자 승리의 열쇠이며, 그들이 절대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주도권은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국내에 있습니다. 개혁ㆍ개방 40년 간 중국은 스미스 경제학 원리 속에서 시장경제의 중요성과 분업의 작동법을 알게 되면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결국 조지프 슘페터 식의 혁신이 경제ㆍ사회 발전에 미치는 중요성을 깨닫고 있습니다. 제19차 공산당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말한 ‘혁신국가 건설’이라는 웅대한 청사진의 의미가 그래서 매우 중요합니다.
혁신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할 일을 국가와 개인 두 가지 측면에서 얘기하겠습니다. 국가 측면에서 우리는 개혁해야 하고 혁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 모든 체제와 제도를 없애야 합니다. 앞으로 여전히 과거 조상들의 4대 발명품에만 취해 있다면 우리는 분명 후대에게 치욕이 될 것입니다. 누구의 제도가 경제성장과 발전에 더 유리한지 경쟁해야 합니다. 혁신을 가로막는 제도를 개혁해 더 포용적이고 합리적인 현대 시장경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셋째 문제, 혁신과 관련해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자리를 통해 졸업생 여러분 모두에게 제 바람을 얘기하고 당부하고자 합니다. 여섯 가지를 얘기하겠습니다.
첫째, 학습 능력을 기르고 유지하십시오. 입학식에서 매번 대학에 왜 왔는지를 묻습니다. 두 가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바로 학습 능력을 습득하고 협력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입니다. 학습 능력은 지식과 기술만 가리키는 게 아니라 세계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우리는 지식이 많을수록 점점 반동화된다는 말이 잘못됐다는 것을 압니다. 베이컨의 ‘지식이 힘이다’는 말도 시대적 한계가 있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오늘날 사람은 일생 동안 자신의 학습 능력을 계속해서 기르고 습득해야만 시대에 뒤쳐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대학 교육의 취지입니다.
예일대학의 리처드 레빈 전 총장은 “예일대 졸업 이후 매우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만 갖게 된다면 예일 교육의 실패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학습 능력은 책을 읽는 것 뿐만 아니라 세계를 보고 관찰하며 세계를 사고하고 맛봐야 길러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시야가 넓어지고 다양한 인류를 이해할 수 있고 관용의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관용은 인류 최고의 지혜 가운데 하나로 인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둘째,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입니다.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 없으면 혁신 사회도 없습니다. ‘아바타’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70이 넘은 카메룬 감독이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그가 유년기의 생각과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70세에도 여전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기심과 상상력이 오늘날의 중국, 그리고 지금의 여러분에겐 얼마나 남아 있나요. 우리는 유치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거의 정해진 답만 하고 살아왔습니다. 졸업식에서 원래 격려하는 말을 해야 하지만 저는 조금 엄숙하게 여러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생활에서 호기심과 상상력이 없다면 그 인생은 비극입니다. 호기심과 상상력은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 냅니다. 좋아하는 것이 없는 인생이라면 혹은 부모나 타인에 의해 좋아하는 것이 바뀌는 인생이라면 너무나 무서운 인생입니다. 이런 사람들로 이뤄진 사회 역시 무섭습니다. 그러므로 학습 능력에 독립적인 사고가 더해진다면 혁신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기본 조건이 되는 겁니다.
셋째,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경제학은 자원이 부족한 조건 속에서 행위 주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계획 경제에서는 선택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중학교 때 선택할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조직이 이미 저를 대신해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하방(문화대혁명 당시 도시 청년들을 농촌과 산간벽지로 보낸 운동)을 가거나 아니면 공장에 가야 했습니다. 오늘날 여러분은 많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A나 B 혹은 C식당에 가서 아침을 먹고 여러 교수의 수업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찌됐든 시장경제에서 자주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비용은 아무리 많이 들더라도 필요합니다. 시장경제는 바로 무수한 선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입시교육 시스템 속에서 여러분은 자주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있습니까. 대학 동기나 친구들이 전화를 걸어와 자녀나 친척이 입시를 치르는데 어떤 전공이 좋은지 물어봅니다. 그러면 저는 그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느냐고 묻는데 모르겠다는 답이 대부분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부모님들도 아마 이런 상황을 잘 알 겁니다. 이는 매우 슬픈 일입니다. 수업 시간에 질문을 하면 많은 학생들이 제 눈을 잘 바라보지 못합니다. 눈은 커튼에 가 있고 저를 보지 않습니다. 문제의식이 없으니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자주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학습 능력을 갖춘 이들은 독립적으로 사고할 수 있고, 이런 이들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자연스럽게 혁신 능력도 매우 강해집니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과 관련해 제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경제학은 비교우위를 강조합니다. 그러나 인생에서 선택을 할 때에는 자신의 비교열세에 주목해야 합니다. 자신의 단점과 부족함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성은 바로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 혹은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이를 잘 이해하게 되면 직업을 선택할 때 자신의 결함이나 부족함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분야는 되도록 피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되면 자신이 비교우위인 것을 선택하게 돼 더 기뻐하고 관용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금융기관에 취업한 친구를 보더라도 학교 때 성적이 더 좋았던 내가 금융기관에 가지 못했다는 그런 비정상적인 생각은 하지 않을 겁니다.
넷째, 심미(審美) 능력입니다. 세계 경제 지도를 펴보면 국가마다 비교우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미국은 금융서비스, 일본은 제조업 기술, 중국은 노동력, 유럽은 고대 귀족문화에서 비롯된 심미를 수출합니다. 거의 모든 사치품들이 바로 이 유럽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심미는 역사가 쌓인 것으로 그 전제는 국가의 역사와 문화가 연속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 화제는 사실 매우 무겁습니다. 그래서 제 경험만 얘기해보려 합니다. 개인에게 있어 심미는 일종의 인품이자 수양입니다. 심미 능력이 낮은 민족은 소양과 품격이 낮을 뿐만 아니라 도덕적 수준도 문제가 됩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의 심미 능력은 기본적으로 부모님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자리에 계신 부모님들 모두 문화혁명 이후 세대라는 겁니다.
오늘 졸업식에서 모두 가죽 구두, 넥타이, 정장을 입은 모습을 보니 매우 기쁩니다. 제가 자오용(趙勇) 서기님께 졸업식 의상을 이렇게 하자고 요청드렸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우리 캠퍼스를 보면 많은 남학생들이 털이 드러나는 반바지를 입고 샌들을 신고 다닙니다. 이런 모습으로 정중한 졸업식에 나타나겠습니까. 아름답다고 생각됩니까.
오늘날 세계 어디서든 중국인을 알아보는 기준은 바로 옷과 행동입니다. 개인의 경우 주로 옷을 봅니다. 다른 아시아인들과 비교해 중국인들은 옷, 모자, 양말 등을 어울리게 입지 못합니다. 멀리서도 바로 중국인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습니다. 아시아인 중에서 한국인들은 산뜻하고 아름답게 입고, 우아하고 잘 어우러지게 입으면 대부분 일본인입니다. 만약 단체라면 거의 모든 사람이 듣고 있다면 일본인입니다. 한 사람이 말하는 데 절반은 듣고 절반은 떠들면 한국인입니다. 한 사람이 말하는데 듣는 사람은 적고 대부분 각자 떠들면 거의 중국인입니다.
심미는 일종의 존엄입니다. 일종의 자아존중이자 타인에 대한 존중입니다. 격식 있는 자리에서 예의 없고 멋대로 옷을 입은 사람이라면 스스로를 낮게 보고 타인도 존중하지 않는 겁니다. 더 큰 의미에서 심미는 세계의 아름다움과 추악함을 아는 겁니다. 심미는 모든 사람들에게 목적을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행위에는 절대 선을 넘어서거나 하지 말아야 할 기준선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사회의 도덕 수준이 다소 높아질 겁니다.
다섯째, 고난을 극복하는 능력입니다. 인생에 고난이 있는 것은 정상입니다. 행복은 일시적입니다. 헤밍웨이는 “용기는 우아하게 압박에 직면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생에서 우아한 사람이 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는 바로 우리가 자주 고뇌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동료들과 얘기하다가 너무 흥분할 때면 후에 스스로 반성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아하게 압박을 대하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압박 앞에서 우아할 수 있다면 이는 그 자체로 당신이 정말로 어려움을 일상으로 대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여러분 미래의 인생과 직업에 있어 매우 중요하고 행복감을 높여줄 겁니다.
마지막으로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인생은 단계별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되도록 완벽히 이뤄내고 심지어 청교도들처럼 자신의 직업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일생이라면 사명감을 가진 사람입니다. 장인정신이란 본질적으로 직업에 대한 경외와 사명감에 대한 이해에 기반합니다.
제가 더 강조하고 싶은 건 오늘의 중국은 더 이상 국토를 잃고 가정이 파괴되는 민족 위기의 상황이 아니고 빠르게 굴기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중화 굴기를 위해 책을 읽자’와 같은 구호는 더 이상 여러분들이 공부하고 학습해야 하는 목표가 아닙니다. 오늘의 중국은 전례 없는 경제 글로벌화의 거대한 환경에 직면해 어떻게 혁신국가를 만드느냐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개개인 모두가 학습 능력, 독립적인 사고 능력,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 심미 능력,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과 사명감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만 행복한 일생을 누릴 수 있고, 우리 사회도 진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중화민족에게도 진정 희망이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행복과 성공을 바랍니다. 그러나 건강과 행복이 더 중요합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일보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