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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용 "찢묻과 반찢묻으로 싸우는 사이 적폐는 부차화 되었다"
게시물ID : sisa_10923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일베충에방뇨
추천 : 27/26
조회수 : 1417회
댓글수 : 30개
등록시간 : 2018/08/12 11:31:24
전우용
"찢묻과 반찢묻으로 싸우는 사이 적폐는 부차화 되었다"


1931년 일본은 중국 동북지역을 점령하여 만주국을 세우고 대륙 침공의 기회를 노렸습니다. 

일본은 1927년에 시작된 국민당과 공산당 사이의 내전이 쉽게 끝나지 않으리라고 판단했고, 

장개석은 일본의 예상대로 “먼저 내부의 적을 소탕한 뒤에 외부의 적과 싸운다”는 원칙을 견지했습니다. 

하지만 장개석 방식으로 ‘내부의 적’을 소탕하는 게 간단치는 않았습니다. 

그와 그의 '충성스러운' 측근들은 공산당뿐 아니라 


(1) 공산당의 첩자, (2) 공산당과 내통하는 자, (3) 장래에 공산당과 내통할 가능성이 있는 자, 
(4) 장래에 공산당과 내통할 가능성이 있는 자와 가까운 자, 

(5) 공산당보다 일본을 더 싫어하는 자 등을 모두 적발하여 축출, 처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렇게 다 쳐내면, 결국 남는 건 ‘일본보다 공산당을 더 미워하는 자’만 남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런 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1936년 동북 군벌 장학량은 서안에서 장개석을 인질로 잡아 ‘내전을 중단하고 먼저 일본과 싸우겠다’는 

약속을 받아냅니다. 대신 스스로 장개석의 인질이 되죠. 

나중에 대만으로 쫓겨간 장개석은 장학량 때문에 본토를 잃었다고 생각해서 그를 1990년까지 구금했습니다. 

그러나 국민당이 패배한 건 부패하고 부도덕했기 때문이지, 장학량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내부의 적을 먼저 소탕하고 외적에 맞선다’는 ‘내수외양(內修外攘)’을 언제나 통용되는 불변의 원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고 노회찬 의원 말대로 외계인이 침공하면 한국과 일본도 손을 잡아야 합니다.


이재명 지사와 그 지지자들을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고 그들을 민주당에서 축출해야 문재인 정부가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이재명 지사는 제기된 의혹을 풀기에도 버거운 상태입니다. 
특검이라도 자청해서 의혹들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하면, 그가 미래를 기약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의 이재명 지사에게는 문재인 정부와 대립할 이유도 힘도 없습니다. 
부도덕하다는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하는 한, 미래의 이지사도 유력한 대권 후보가 되기 어려울 겁니다.



이재명 지사의 존재 자체가 정부 여당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하루속히 출당시키고 지사직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의혹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주장입니다. 
민주당원이라면 이지사의 탈당, 출당, 제명을 요구할 수 있고, 경기도민이라면 지사직 사퇴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여부’에 대한 판단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설혹 판단을 공유한다 하더라도, 대응 방식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지사 배척을 강경히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른 대응’조차 용납하지 않습니다.



저들은 이재명 지사가 버틸 수 있는 건, 이른바 ‘찢묻 세력’이 방대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저들의 주장에 따르면, ‘찢묻 세력’은 오른쪽으로 일베부터 왼쪽으로 구 통진당 세력까지, 
위로 족벌언론과 민주당 유력 정치인, 검찰 경찰 법원에서부터 아래로 소도시 조폭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어마어마합니다. 


그들 생각 속의 이재명 지사는 서로 어울릴 수 없는 세력들을 하나로 묶는 삼두육비의 초능력자입니다. 



저들은 스스로 ‘찢묻 세력’의 범위를 엄청나게 확장해 놓고, 자기들을 그에 맞서 싸우는 ‘진정한 문파’로 규정합니다. 
저들에게는 자한-바미당, 정의당, 민평당, 민주당 내 ‘찢묻 세력’, 일베, 박사모, 구 통진당 세력, 족벌언론과 
진보언론 모두가 ‘적’입니다. 
더구나 그들은 이른바 ‘적폐세력’인 ‘예전의 적’보다도 민주개혁 세력 내부의 ‘새로운 적’에게 공세를 집중합니다. 
자한당의 남경필씨와 바미당의 김영환씨는 그들의 동지이고, 민주당의 이해찬 의원은 그들의 적입니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에 관한 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법원은 김기춘을 석방했습니다. 
자한당은 기무사의 쿠데타 모의를 공공연히 두둔하고, 족벌언론들은 ‘적폐청산’을 전방위적으로 비방합니다. 
여당 출신 국회의장은 “국민이 적폐청산에 피로감을 느낀다”고도 했습니다. 
이대로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적폐청산의 동력은 소멸할 겁니다.



그렇지만 이제 적어도 온라인상에서는, ‘적폐 대 반적폐’의 구도는 부차화하고 
‘찢묻 대 반찢묻’의 구도가 전면화했습니다. 
이른바 적폐 세력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구도입니다. 


이재명 지사 관련 의혹의 상당 부분은 이미 사법적 판단의 영역으로 넘어갔지만, 어떤 수사 결과가 나오든 
이 구도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설혹 이지사가 탈당하거나 지사직을 잃는다고 해도, 
이런 '공멸적' 프레임 전환을 주도한 사람들은 이 구도를 계속 유지하려고 할 겁니다. 
민주개혁 세력을 분열시키려는 외부의 ‘갈라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고 보는 의견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 적폐세력은 이 상황을 즐기고 이용할 뿐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에 관한 제 생각은 다음 기회에 따로 적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미리 짚어 두자면, 박사모 집회에도 제 돈 내고 나온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순수하고 자발적인 행동’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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