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해를 살면서 말썽 한번 안부리고 엄마바라기 무릎냥이 개냥이로 살다가 이제까지 충분히 오래 큰 기쁨 줬으니까 많이 아프지만 말고 가라는 마지막 부탁까지 들어준 착한 아가였어요.
밥을 안먹기 시작한게 7월 초, 그래도 츄르정도는 먹었는데 병원에선 간수치고 신장수치고 탈수로 인해서 오를수 있는 정도라고 했어요.
밥이랑 물만 잘먹으면 된다고, 수액 놔주는거 말곤 딱히 해줄것도 없다고.
도무지 식사량이 늘지 않아서 일주일 뒤에 다시 병원에 가서 수액을 놔주고 왔더니 그때 스트레스 엄청 받고나선 진짜로 아무것도 안먹기 시작해서 강제급수, 강제급여를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밥을 안먹어서 컨디션이 나빠진거니 며칠만 좀 먹으면 돌아올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강제급여가 2주를 지나갈 때 쯤에는 장기전을 각오했더랬습니다.
근데 진짜 그제 밤까지 토한적도 없고 아파하는 모습도 본적이 없어서 아직은 시간이 많이 남은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제 밤, 어제 새벽에 한번 토하고 발작을 일으키고는 얼마 안되어서 떠나버렸어요.
어제는 하루종일 믿을수가 없어서 품에 안고 쓰다듬다가 잠이 들었다가 처음 만났을때부터의 기억을 더듬다가 울다가 현실같지가 않은거예요.
긴 꿈에서 깬것 같기도 하고 몰입했던 영화가 끝난것 같기도 하고.
간간히 있었던 룸메이트를 제외하면 철없던 대학생때부터 해서 쭉 혼자 살면서 오롯이 책임지고 키워오고 많은걸 포기하기도 했고 큰 기쁨도 얻었고 그랬던 시간들이 전부 덧없이 느껴지고 늙은 나만 남았구나 싶은 그런 기분요.
하루만 더 품에 안고 자고 오늘 저녁에 보내주려고 했는데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마음 단단히 먹고 엄마집 마당에 묻어주고 왔습니다.
남은 두 아가들도 챙겨야 하니까요.
자는것처럼 누워있던 내 고양이가 이젠 보이지 않는게 차라리 마음 추스리는거엔 좀 더 도움이 되네요.
늙었어도 영원한 나의 아기고양이 이름은 오레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