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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티코어
게시물ID : panic_990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r.사쿠라
추천 : 9
조회수 : 222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8/08/10 00: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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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 ...”
나는 정신없이 동쪽으로, 동쪽으로 달렸다. 석양은 나에게서 점점 멀어져만 갔지만 어쩐지 나를 내내 쫓아오는 것 같았다. 새들은 그들의 둥지에 숨어들었고 여치와 귀뚜라미조차 울음을 내지 않는다.
 

이 조금만 더 가면 마을이 있다. 어서 해가 지기 전에...’
쿠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나자빠졌다. 항아리에는 살짝 금이 갔지만 깨지지는 않았다. 아니, 항아리는 어째도 상관없다.
 

이봐, 저기 무슨 소리 안 들려?”
그럼 우리 동료일 거야. 그러니까... 누구지...?”
카심, 아지드, 무함마드,.. 너랑 나... 그러면 알리네!”
알리! 어서 와! 알리! 여기야! 여기 샘이 있어!”
 

나는 열댓 살 먹은 꼬맹이다. 열댓 살이라는 이유는 나도 내 나이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과의 전쟁 탓에 젊은 장정이며 아낙네며 애, 어른 할 것 없이 전쟁터로 끌려가거나 적국의 포로로 잡혀갔다. 난 운이 좋다고 할지 안 좋다고 할지 적국으로 끌려가 노예생활을 하는 일은 면했지만 이 망하기 직전인 나라에서 가끔 악덕상인들에게 불려가 바가지 씌워 파는 모조품 도자기를 날라다 파는 앵벌이 생활을 전전하는 중이다.
 

오늘은 저 멀리 동쪽 도시까지 도자기를 운반해야 했다. 우리가 이 숲에 들어오기 바로 전 마을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이 숲은 호랑이가 살고요. 마을까지 내려와 우리를 잡아먹진 않지만 그래도 위험해요, 무서워요.”
빨리는 갈 수 있겠지... 어디든 말이야...”
 

오지에 살던 마을 사람들은 문법에 맞지 않는 엉성한 말투로 우리에게 충고를 해 주었다. 마치 백 년 전 사람들 같았다. 하지만 상관없다. 우리는 그 마을에 볼 일은 없었으니까. 비극이 끝나고 나면...
 

숲은 매우 길고도 험했다. 지팡이를 잃어버린 카심은 그만 나뭇잎 밑의 독사를 잘못 밟아 물려 죽었다.
 

강에 사는 물고기는 처음 보는 종류의 것이었다. 난 꺼림칙해서 먹지 않았지만 별 생각 없이 구워먹은 아지드가 죽었다.
 

예쁘고 탐스러운 열매가 꽃 한 가운데 열려있었다. 나는 꽃과 열매는 동시에 있을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걸 모르던 어촌 출신 촌뜨기 무함마드가 비명도 못 지르고 잡아먹혔다.
 

난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다가갔다. 남은 동료 둘, 진과 술리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곳에는 아무도 없었고 뭔지 모를 선홍색의 꽃잎같은, 납작하고도 기다란 무언가가 저 높은 나무에서 내려와 축 늘어져 있었다. 그 기다란 무언가는 츄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 위로, 위로 양탄자처럼 주르륵 말려 올라갔다.
 

그 곳에는 사람의 면상을 한 기괴한 네발짐승이 느긋한 자태를 뽐내며 그 선홍색 혀를 둘둘 말아 올리고 있었다.
 

것 봐, 내가 올 거랬지?”
, 그렇고말고.”
 

녀석은 스스로 진과 술리만, 둘의 목소리를 흉내 내고 있었다. 녀석은 씨익 미소를 짓더니 고슴도치 같은 가시가 박힌 꼬리를 내밀었다.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바늘이 내 발 앞에 떨어졌다.
 

... 뭐야... ...!”
 

그러자 마치 도끼날과 도끼날을 비비는 듯 한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
 

녀석의 꼬리에서 튀어나온 가시는 내 폐를 꿰뚫었다. 정신이 혼미해져만 갔다. 녀석은 나무 위에서 뛰어 내려와 날카로운 세 겹의 이빨로 내 몸을 조각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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