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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도시의 대한 두려움
게시물ID : humordata_17654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데트르
추천 : 10
조회수 : 229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8/09 09:29:34
나의 막내 누나는 조카 덕후이다.
 
10살, 8살 먹은 조카들이 방학을 하기 무섭게 본인 집으로 데려와
 
사달라는거 다 사주고
 
가고 싶다는 곳 다 데려다 줄 정도로 열성적이다.
 
능력없는 삼촌대신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아이들의 기쁨이 되어주는 누나에게
 
고마움 반 미안함 반을 담아
 
전화를 했다.
 
 
"삼촌은 왜 안와요?" 라고 칭얼거리는
 
조카들 목소리 사이에서
 
누나는 기쁜 목소리로 방금 작은 조카가 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모네 집에서 하루 더 있으면 안돼요?"
 
"지금도 충분히 오래 있었는걸"
 
"그래도 이모랑 더 같이 있고 싶어요"
 
이렇게 이야기하는 조카가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이렇게 이야기한 조카를 통해서 나는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전에 쓴 글에서 언급했듯이
 
몸이 약했던 형에게 어머니의 관심이 쏠려
 
상대적으로 관심을 못받은 나는
 
스스로가 어머니의 짐이라고 여겼었다.
 
 
그래서 늘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가슴 한켠 가지고 있었던거 같다.
 
지금 어머니께서 내게 쏟는 애정을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상상이지만
 
나는 어린 나이였고, 어린만큼 소심한 아이에
 
뉴스에서는 부모가 자식을 버리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던
 
IMF 직전 직후 였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도 방학이면
 
형과 함께 이모댁, 고모댁과 같이 친척집에 일주일씩 가 있었다.
 
내가 이렇게 친척집에 갔을 때 느끼는 감정은 늘 두려움이었다.
 
 
처음에는 오랜만에 보는 친척들이 반가웠지만
 
어머니께서는 우리를 두고 떠나셨고
 
그때부터는 겉으로 내색은 못했지만
 
초조함과의 싸움이었다.
 
어머니가 이대로 안돌아 오시진 않을까?
 
나중에 몰래 형만 데려가진 않으실까?
 
이 친척집에서도 조심스레 버림받진 않을까?
 
진짜 말도 안되는 생각이지만
 
형으로 인해 생긴 상대적 박탈감이 나를 나약하게 만들었다.
 
 
 
짧게는 5일 길게는 일주일 후에
 
웃으며 데리러 오신 어머니를 보면
 
그 불안함이 싹 가셨지만
 
이러한 불안함은 친척집에 갈 때 마다 싹을 틔었다.
 
 
전라도 광주 출신이신 어머니는
 
지방에 지인들 결혼식이 잦으셨는데
 
이를 따라갈 때도 여기서 어머니가 몰래 사라지진 않으실지
 
두 손을 꼭 붙잡고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제 앞가림을 여전히 못하지만
 
겉으로는 소심하고 나약한 모습을 숨길줄 아는 어른이 된 나
 
 
 
가슴 한켠 가려진 상처때문일까
 
여전히 나는 낯선 도시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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