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김진표 의원에 대해 글을 썼다. 그 글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나는 세 분 후보가 모두 훌륭하고 자격과 능력이 넘친다고 생각한다. 그냥 빈 말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진심이다.
나는 모 도지사를 대단히 싫어하고 정치적으로 반대하며 더 큰 사달 나기 전에 방법이 있으면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게 해야한다고 믿지만, 그리고 모 후보에게 그와의 연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는 사실도 인정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각 후보에 대한 판단에 있어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한 특정 후보가 당선되면 모 도지사가 정치적으로 부활한다는 주장에도 크게 동의하지 않는다.
특히 모 후보가 당선되면 대표는 경제를 전담하고 A가 당 개혁을 맡으며, B가 청와대와의 소통을 담당하기로 역할 분담을 하기로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A가 당 개혁을 맡기로 했다는 주장은 대단히 바람직하고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B가 청와대와의 소통을 담당하기로 했다는 주장은 한 마디로 대통령을 욕보이는 소리다.
어떤 의원이 한 얘기가 있다. 자기는 어느 계파나 세력에도 속한 적이 없이 항상 그 당시의 대표를 보필하면서 지내오느라 모든 당 대표를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는데, 문재인 대표는 공식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 뒤에서 뒤집힌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유일한 대표였다고.
대통령도 어떤 사안에 대한 정무적인 판단에 참고할 비선이나 측근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공식적인 결정에 있어 특별히 더 의지하고 신뢰하는 개인적인 존재를 따로 두지는 않는다.
아니, 대통령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오로지 B밖에 없어서 그걸 역할 분담씩이나 하면서 팀을 구성해서 대표에 출마하나? 그 후보는 무슨 대통령과 척지고 지내거나, 대통령 앞에만 가면 수줍어서 말도 못하는 그런 사람인가?
나는 세 후보를 모두 좋아하고 누가 당 대표가 되면 당이 어떻게 될지 머리 속에 그려지는 모든 그림에 가슴이 설렌다.
이해찬 후보가 당선되면 당은 '스쿼드'라는 말이 딱 떠오르는 그런 조직이 될 것이다. 대표부터 말단 당직자까지 합이 딱딱 맞아서, 숨만 쉬어도 누구는 어딜 가고 누구는 뭘 하고 착착 움직여 나갈 것 같다. (여기서 '그럴 것 같다'는 말은 '그랬으면 좋겠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김진표 후보가 당선되면 일단 당내외에서 노선 갈등과 충돌이 생기겠지만 당 전체가 유연해지고, 정책 부분에서 대단히 왕성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지금도 사실 왕성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더 '표'가 나게 움직일 것이다.
송영길 후보가 당선되면 하여간 뭔가 '신선하다'는 느낌이 나게 달라질 것이다. 세대교체가 반드시 나이를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이가 주는 효과와 그 나이대가 가지는 특징은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얘기들을 세 후보 골고루 좀 쓰고 싶다. 그런데 김진표 의원 얘기 말고는 쓸 게 없다. 쓸 게 없지는 않지. 좋은 말을 써줄 게 없다.
위에서 얘기한 그림은 "당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당 대표 후보라면 가장 중점적으로 설명해야 할 부분이다. 내가 생각하는 그림과 같든 다르든 그 부분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는 사람은 김진표 의원 밖에 없다.
이해찬 의원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당 대표로서의 자격, 특히 과거 이력을 바탕으로 한 얘기만 하고 있고, 송영길 의원은 마치 대통령 선거 나온 사람 마냥 이런 저런 정책 공약들만 제시하고 있다.
각 지역 대의원대회 연설문을 살펴보면 이해찬 의원은 민주당의 오랜 지지자들을 보고 얘기하고, 송영길 의원은 눈 앞에 있는 그 지역 대의원들만을 상대로 얘기한다.
그런데 김진표 의원은 당원을 보고 얘기한다. 이 선거의 유권자가 누군지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후보는 김진표 의원 밖에 없어보인다.
그가 내보내는 메시지 하나하나가 당원들의 시선을 정확하게 향하고 있다.
공유한 이미지의 메시지는 압권 중의 압권이다.
"민평당과의 통합,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우리 129명 국회의원 모두가 중앙권력 교체와 지방권력 교체의 공신입니다.
우리는 민주당의 틀을 안정감 있게 유지하고 경제를 살려 문재인정부를 성공시켜야 합니다."
민평당과의 통합에 대해 여러 의견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통합 절대 안 하겠다는 말에 대해 다른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입장 자체가 아니라, 그가 말한 통합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김 후보는 "우리 129명 국회의원"만을 지칭했지만, "중앙권력 교체와 지방권력 교체의 공신"이라고 지적한 부분은 두 선거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모든 당원과 지지자들의 자부심을 한껏 돋게 하는 말이다.
"경제를 살려 문재인 정부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말은 누구나 하는 지극히 당연한 얘기지만 그 앞에 있는 "우리는 민주당의 틀을 안정감 있게 유지하고"라는 말은 나같은 당 지지자들에게는 정말 눈물이 나도록 위안이 되는 얘기가 아닌가.
다른 후보들의 홍보물을 내가 다 못 본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챙겨본 홍보물은 모두 대선 때 문캠의 카드뉴스 형식을 그대로 딴 요약형 메시지 밖에 없다.
문캠의 카드뉴스 형식을 그대로 딴 것 자체가 나름 의미있는 전략일 수 있고, 그 자체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나같이 투표권 없는 지지자는 말더라도 투표권을 쥐고 있는 당원들의 눈과 가슴을 보고 얘기하는 메시지가 좀 있어야 할 텐데 그게 통 안 보인다.
당원들이 듣고 싶어하고, 당원들이 궁금해하는 문제에 대해 당원을 앞에 놓고 얘기하듯이 해야 한다. 설혹 당원들의 의사와 다른 얘기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당원들의 눈을 바라보며, 당원들의 표정을 느끼며 얘기해야 한다.
이 글도 결국 김진표 예찬이 되고 말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두 후보에 관한 얘기다. 하찮은 얘기일지라도 두 후보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나중에라도 이해찬, 송영길 두 후보에 대해서도 긴 상찬의 글을 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p.s.
그리고 여러분이 궁금해하실 판세는? 나도 모른다. 정말 모른다. 이거는 러프하게라도 여론조사를 할 수도 없고, 대의원 줄세우기도 이번 선거에서는 사실상 전혀 안 통하는 듯하다.
바둑에서 집 계산을 할 때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부분은 그냥 반반으로 계산한다. 열 집 쯤 날 부분이면 흑백 각각 다섯 집 정도로 계산한다.
실제 판세는 분명히 뭔가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다. 그래서 그냥 반반 정도의 혼전으로 보는 게 옳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