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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하면서도 부드러운 빛이 서서히 시야를 덮어갔다.
넋을 잃은 진우는 한참동안 그 빛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어느덧 진우의 두 눈에 빛이 가득 차오르자 진우는 스르륵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눈을 뜨자 환한 공간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작게 빛나는 빛들이 허공에 떠 있는게 눈에 보였다.
마치 성스런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대가 이번 수호자인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웅장한 목소리.
진우는 얼떨결에 대답하고 말았다.
“네..네!”
「네 선대가 누구인지 궁금하구나. 이런 행동을 할 줄이야.」
진우는 이런 행동이라는 말이 의아스러웠다.
「때가 되었나보구나. 그러지 않고서야...」
진우는 이해하기 힘든 말들이었다.
이런 행동이란건 뭐고 때가 되었다는건 뭘 뜻하는 걸까.
“모르는게 많습니다. 알려주십시요.”
「자연스레 알게 될 터이다. 수호자여. 그리고 모든 것은 너의 의지대로 될터이다.」
소원을 말하는 것일까.
진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모든 것은 차차 자연스레 알게 될 터이다. 너의 선대의 의지로 너에겐 특별한 능력이 주어질 것이다. 바로 의지지.」
“의지...요?”
「염원과는 또 다른. 의지. 그게 너의 힘이 되리라.」
진우는 자신이 염원이라 생각했던 사실을 떠올렸다.
염원과 또 다른 의지라니?
“그건 어떤건가요?"
「너의 의지대로 될터이니. 가거라. 때가 되었도다.」
진우는 궁금한게 많았기에 다급히 목소리를 내어보려는 순간 환한 빛이 주변을 감쌌다.
그 환한 빛에 진우는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
감았던 눈을 뜨니 정좌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는 태우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잘 다녀왔는가.”
“아, 네. 그런듯합니다. 근데 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처음엔 원래 그렇게 느낀다네. 나한테도 도통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해댔었지.”
“저, 그게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랑...”
“그렇군. 때가 되었나...”
진우는 태우의 엄숙한 표정을 보니 무언가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제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습니까?”
“그렇네. 바로 수호자들의 전쟁...”
「챙그랑」
“컥!”
갑자기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에 태우는 깜짝 놀라 머리를 감싼 채 몸이 움츠려 들었다.
그와 동시에 태우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태우의 비명소리였다는 소리에 놀라 서둘러 고개를 들었다.
복면을 쓴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이 태우를 밟고 서있었다.
“안녕, 수호자. 드디어 찾았네?”
“누, 누구?”
“어머, 이 아이는 또 누구지? 귀엽네~ 호호호”
진우는 갑작스레 닥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듣는 여자의 목소리가 참으로 예쁘다고 생각했다.
진우는 이내 정신을 차리자 정체모를 인물의 발 아래에 놓여있는 태우가 눈에 들어왔다.
“선배님!”
“진우군! 도망치게!”
“네?!”
“도망쳐!!”
태우의 호통에 놀란 진우의 눈에 현관문이 들어왔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이 현관문을 향해 달려 나가려는 순간 알 수 없는 기운에 흠칫 놀라 멈추었다.
“어머, 곤란하지요. 움직이면 당신부터 죽일거에요?”
진우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녀의 말이 겁이 나서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운이 그녀에게서 느껴졌고, 본능적으로 그녀의 말은 사실이라는 걸 느꼈다.
“이 미X년이!”
「철썩」
“컥!”
진우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그녀가 태우의 뺨을 때렸다는 걸 인지했다.
그만큼 빨랐다.
뺨을 맞은 태우는 고개가 돌아간 채 바르르 떨고 있었다.
“전 욕하는걸 굉장히 싫어해요. 그러니 조심해주세요?”
진우는 복면으로 인해 그녀의 표정을 알 순 없지만 분명 미소를 지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매우 강한 존재라는 게 느껴졌다.
“그나저나 제가 운이 매우 좋네요. 당신의 흔적을 쫓던 중 이상한 결계에 들어서게 되어서 당신을 놓치게 되었는데...갑자기 이쪽에서 환한 빛이 나오지 않겠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당신이 이 안에 있는게 보였어요. 호호호~ 그렇게 찾아도 안보이던 당신이 보이길래 어찌나 반갑던지, 서둘러 온다는게 그만 창문으로 들어오게 됐네요. 창문을 깬건 미안해요~?”
그녀의 말에 진우는 그녀가 들어온 창문을 바라봤다.
어느샌가 비는 그쳐있었고 그녀가 들어온 창문은 산산조각나 안쪽에 흩뿌려져 있었다.
“그나저나 수호자님? 우리가 생각한 제안은 생각해 보셨나요?”
“내 뜻은 분명히 전한 걸로 아는데? 쿨럭 쿨럭”
태우는 매우 괴로워하며 힘겹게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 분명히 전하셨어요. 저도 물어볼 마음은 없었는데 마스터가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물어보라고 하셔서 물어본 것 뿐이에요. 호호호~ 그럼 안녕히 가세요~”
그녀의 인사말과 동시에 들어 올린 손을 본 진우는 본능적으로 그녀가 태우를 죽일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 안돼!”
“돼요.”
그녀는 아주 짧은 대답과 함께 태우의 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
「퍽」
그녀가 태우의 목을 내리치자 태우는 외마디 비명도 없이 한모금의 피를 토했고 그 피는 그녀의 복면을 향해 내뿜어졌지만 그녀는 간단히 고개를 기울여 피했다.
잠시후 피를 토한 태우의 고개는 옆으로 돌아갔다.
잠시 동안의 정적.
태우의 몸은 잠깐 동안 부르르 떨며 움찔대더니 이내 움직임을 멈추었다.
“어라?”
태우의 목을 가격한 그녀는 의아스럽다는 듯한 말을 내뱉으며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 일련의 광경을 지켜본 진우는 지금 이 순간 벌어지는 일들이 믿기지가 않았다.
“서, 선배님...?”
진우는 떨리는 손을 들어 태우에게 아주 천천히 다가갔다.
‘선배님? 그럼 이자의 후배인건가? 설마...’
진우는 그녀를 전혀 개의치 않은 채 태우의 시신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진우의 손끝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피를 흘린채 초점을 잃은 태우의 눈동자가 진우의 눈에 들어왔다.
“으, 으아아아아아아아!!!!!!!”
“아이, 깜짝이야!”
진우의 비명소리에 흠칫 놀란 그녀는 진우를 바라봤다.
“주,,주,,죽었....?!”
진우는 큰 충격을 받았다.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지금 눈앞에 벌어진 태우의 죽음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아, 깜짝 놀랐네. 무슨 목소리가 그렇게 커요? 아, 진짜 놀랐네.”
그녀는 놀랐단 듯이 가슴을 움켜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진우는 차마 태우를 만질 엄두를 내지 못했으나 보기에 이미 태우는 죽은 듯해 보였다.
“으,으......아아아아!!”
진우는 태우의 모습을 보고 공포감으로 인해 자리에 주저 앉은 채로 뒷걸음질을 쳤다.
“아! ...아!!”
진우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공포.
처음으로 눈앞에서 사람의 죽음을 목격한 진우였다.
진우에겐 지금 이 상황이 공포 그 자체였다.
“아!...흐흑...아..!”
진우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몸을 부들부들 떨 수 밖에 없었다.
공포감이 온몸을 휘어감은 진우에겐 그 어떤 이성도 남아있지 않았다.
“저기요?”
공포감에 찌든 진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는 진우에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자 진우는 그제서야 그녀를 바라봤다.
“잠시 저랑 얘기 좀 할래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진우에게 말했다.
그리고 진우에게 아주 천천히 다가가려 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진우에겐 너무나 무서웠다.
“아..! 아..”
“일단 진정좀 해줄래요? 이래선 얘기가 안되잖아요?”
진우는 천천히 다가오는 그녀가 너무나 무서웠다.
떨리는 몸은 본능적으로 뒤로 도망가려 했지만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무서워하는 진우를 보며 귀찮다는 듯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그리고 자꾸 소리지마요. 귀 아프잖아요? 무슨 소리가 그렇게 커요? 또 그렇게 소리 지르면 그 입부터 막아드릴거에요?”
그녀의 말에 진우는 또다시 흠칫 놀랐다.
진우는 죽어있는 태우의 시신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를 다시 쳐다보았다.
천천히 다가오는 그녀가 진우는 너무나 무서웠다.
“오, 오지마..”
“잠깐 얘기만 좀 하재두요?”
뒤로 도망가려 했지만 진우의 몸은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진우의 모습이 재밌는지 일부러 한발 한발 천천히 다가왔다.
천천히 다가왔다 멈췄다를 반복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 짧은 시간동안 진우는 잠시나마 정신을 차렸다.
‘도, 도망...’
진우는 순간적으로 현관문이 보였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떨리는 몸은 좀처럼 진우의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아? 얘기좀 하자니까요? 아까 도망가면 죽인다고 말했을텐데요?”
그녀의 말에 조금씩이나마 움직이던 진우의 몸이 멈칫했다.
이도저도 못한채로 가만히 엉거주춤 서있는 진우를 바라보며 그녀는 씽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잘 생각했어요. 난 했던 얘기 또 하는걸 굉장히 싫어한답니다? 그러니까 자꾸 했던 얘기 또 하게 만들어 말아줄래요?”
“네, 네...!”
진우에게 그녀는 이미 압도적인 공포감 그 자체였다.
“좋아요. 이 자가 당신의 선배님이신가요?”
“네?”
“내가 분명 했던 얘기 또 하는거...”
비록 그녀의 얼굴이 복면이 감싸져 있었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일순간 변하자 진우는 또다시 온몸에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네? 아! 네! 아! 아, 아, 아뇨!”
“네인지 아닌지 하나만 말해줄래요? 아까 분명 선배님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네? 아! 그, 그건....”
진우는 순간 머뭇거렸다.
적당한 핑계가 생각나지 않았다.
진우는 무서웠다.
이미 진우의 얼굴은 눈물범벅이었다.
“분명 들었는데 제게 거짓말을 하는건가요? 꼭 내가 거짓말 하면 죽인다는 말을 해야 상황파악이 되나요? 그 말을 안해서 지금 거짓말을 하려는건가요?”
“아, 아니... 그게...”
진우는 태우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향해 바라보고 있는 태우의 시신.
그런 태우의 시신을 바라보니 또다시 공포가 엄슴해왔다.
하지만 태우를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
이중적인 마음에 진우는 아무런 생각도,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딱히 부를 호칭이 없어서....”
본능적으로 나온 대답이었다.
처음엔 부를 호칭이 없어서 불렀으니 딱히 거짓이 아니라며 스스로 위로하는 진우였다.
“그래요? 그럼 이자와 뭘 하고 있었죠?”
“저...그게...”
수호자라는 단어가 턱밑까지 올라왔다가 턱 막혔다.
그리고 그 순간 진우의 머릿속에 스치는 단어가 있었다.
‘그래. 이제 난 수호자였어. 소원...그래!’
약간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정신을 차린 진우는 자신에게 계승된 소원을 떠올렸다.
정말 이루어질지 어떨지 모르지만 진우에겐 소원이 있었다.
‘저자를 죽이라고 빈다면....’
진우는 망설여졌다.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소원을 빌기에 진우는 그렇게 모질지 못했다.
하지만 이전보다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기면서 태우가 해준 말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그래. 금강불괴. 이제 수호자는 나야. 선배님처럼 쉽게 죽진 않을 거야. 그리고 여차하면 소원으로....’
그녀를 죽여달라는 소원을 빌기엔 모질지 못한 진우였지만 그렇다고 아예 배제해 놓지도 않았다.
자신에게 승부수가 있다는 사실 하나로 떨리는 몸이 조금이나마 가라앉았다.
“이봐요. 정신 안차려요?”
그녀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진우는 그녀를 바라봤다.
“저....근데 누, 누구신데 그러세요? 왜 다짜고짜 남의 창문을 깨고 들어와서 사람을 주, 죽이는거죠!?”
“오호~ 이것봐라?”
그녀는 흥미로운 듯 가만히 서서 팔짱을 끼었고, 진우는 한번 입 밖으로 말이 나오게 되자 참았던 감정이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누구신데 그러시냐구요! 그리고 왜 엄한 사람을 죽이시냐구요!!”
진우는 그녀를 향해 호통을 치며 태우의 죽음에 대해 언급하게 되자 울컥했다.
눈에서 또다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하? 참! 지금 대드시는 건가요? 상황파악이 안되시나 보네요?”
그녀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서있었지만 그녀의 웃는 눈은 어느새 진지하게 바뀌어져 있었다.
그런 모습에 흠칫 놀란 진우였지만 아까와는 달랐다.
자신에겐 비장의 카드가 있었다.
진짜 이루어질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대, 대들다니요! 지금 남의 집에 창문을 깨고 들어온게 누군데요! 이 상황에 대한 해명을 해줘야 하는건 그쪽 아닌가요!?”
“호호호~ 귀엽네. 그래 좋아. 내 정체를 밝힐 순 없고...창문은 뭐...변상해 주도록 하지요. 근데 당신이 죽으면 창문 깨진 건 누구에게 보상하면 되죠? 아! 그러면 할 필요가 없나? 호호호~ 돈 굳겠네요?”
진우는 그녀의 말에 순간적으로 움찔했고 그녀가 자신을 죽일 것만 같아 속으로 소원을 빌었다.
‘그녀를 죽...’
「철썩」
순간 진우는 무언가가 자신의 얼굴을 밀어제끼는 듯한 느낌과 동시에 고개가 돌아감을 느꼈다.
“지금 상황파악이 안...어라?”
그녀는 어느덧 진우의 앞에 다가와 진우의 뺨을 쳤다.
그 모습이 너무 빨라서 진우의 눈엔 보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진우의 목이 부러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휘청거릴 정도의 세기로 진우의 뺨을 쳤다.
분명 그랬다.
그런데 진우는 고개만 돌아간 채 가만히 서있었다.
진우는 ‘맞았다’라는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순간적으로 돌아간 자신의 얼굴과 그 느낌에 순간 무서웠다.
진우의 몸은 또 다시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
‘소원을 빌 틈도 없었어...!’
진우는 당황함과 동시에 또 다시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진우는 본능적으로 손을 자신의 얼굴을 향해 가져갔다.
아프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직 여전히 그녀가 두려웠다.
하지만 진우는 용기를 내어 손을 천천히 내리고 고개를 천천히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철썩」
진우는 그녀를 채 바라보기도 전에 또다시 고개가 돌아갔다.
아까보다 좀 더 강했지만 여전히 아프진 않았다.
그저 심히 불쾌할 뿐이었다.
진우는 가만히 손을 올려 자신의 뺨을 어루만졌다.
진우는 그녀가 때린 얼굴은 별로 아프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녀에 대한 공포가 조금이나마 사라졌다.
“호오~ 이것봐라?”
처음에 때릴 때 실수로 약하게 때린 걸까 라는 생각으로 좀 더 세게 때린 그녀였다.
하지만 진우는 여전히 제자리에 서 있는 채로 고개만 돌아가 있었다.
그런 진우의 모습에 그녀는 매우 놀랐다.
그리고 불쾌했다.
한편 그녀가 때린 뺨이 전혀 아프지 않자 그녀에 대한 공포가 거의 사라져가는 진우는 그녀에게 대항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보이질 않아...’
진우는 그녀가 자신을 때리는 모습조차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내가 그녀의 움직임을 볼 수 있게 해주세요.’
진우는 얼굴을 어루만진채로 본능적으로 소원을 빌었다.
‘어?’
순간적으로 두 눈이 뜨거워지자 진우는 속으로 당황했지만 화끈거림은 이내 곧 사라졌다.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는 걸 느낀 진우는 소원이 이루진건가 싶었다.
그리고 다시 그녀를 바라보기 위해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그 순간 진우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주먹이 보였다.
그 모습에 진우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뒤로 젖혔다.
자신이 두 번이나 때린 뺨에 고개만 돌아간 진우의 모습을 본 그녀는 자존심이 상했다.
그녀는 울컥해서 진우를 충분히 날려버릴 정도의 힘을 싣고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그 순간 진우는 고개를 젖혔고 그녀의 주먹은 허공을 가르고 지나갔다.
“어?”
진우가 피할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던 그녀의 몸은 무게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그리고 그사이 진우는 두 세 발걸음 뒤로 물러났다.
‘보인다!’
진우는 그녀의 움직임이 보였다는 사실 하나에 속으로 매우 기뻐했다.
더 이상 맞지 않을 수 있을 거란 생각과 동시에 소원이 이루어진다라는 사실에 매우 기뻐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깨닫게 되자 더 이상 그녀가 무섭지 않았다.
진우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녀는 휘청거리는 몸을 빠르게 수습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이 휘청거렸다는 사실과 진우가 자신의 주먹을 피했다는 사실에 몹시 분노했다.
“이런...!!!”
그녀는 진우에게 몸을 날림과 동시에 진우에게 발을 뻗었다.
진우는 분노한 그녀가 자신을 향해 몸을 날리자 순간 당황했지만 그 모습이 너무나 자세히 보이자 옆으로 몸을 날려 피했다.
그녀는 자신의 발이 또다시 맞지 않았으나 옆으로 피한 진우에게 곧바로 또다시 발을 뻗었다.
진우는 자신에게 또다시 날아오는 그녀의 발을 보며 생각했다.
‘보인다! 확실히 보여! 그렇다면!’
진우는 반격할 생각에 그녀의 날아오는 발을 잡았다.
“어?”
진우는 그녀의 발을 잡음과 동시에 몸이 붕 뜨며 그녀와 멀어지며 날아가기 시작했고, 곧 벽에 부딪혔다.
「쿵」
「털썩」
진우의 등이 벽에 부딪혀 튕겨져 나왔고 이내 바닥에 엎어졌다.
“귀엽게 봐주려 했더니 그저 귀엽기만 한 분이 아니었네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진우는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여전히 아프진 않았지만 몸이 붕 떠서 무언가에 부딪힌다는 건 그닥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약간이나마 어지러웠다.
‘안아파...!’
진우는 천천히 일어나며 생각했다.
‘보이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어. 그녀의 힘은...’
진우는 그녀의 힘에 매우 놀랐다.
그리고 잠시나마 태우의 목을 한순간에 꺽어버린 모습이 떠올랐다.
“후우......”
진우는 바닥에서 일어선 후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그리고 몸상태를 점검해봤다.
전혀 아프지 않았다.
그녀는 멀쩡히 일어서는 진우를 바라보며 매우 놀랐다.
‘그녀보다 힘을 세게...’
진우가 소원을 빌려는 찰나 그녀는 진우에게 말했다.
“당신...보통이 아니시군요. 혹시 당신 수호자이신가요?”
그녀의 말에 진우는 들키지 말아야 할 사실을 들킨 것 마냥 흠칫 놀랐다.
그런 진우의 모습을 그녀는 놓치지 않았다.
“그렇군요. 이제야 조금 이해가 가는군요. 어쩐지 금방 죽더라니...이상하다 싶었는데...수호자가 바뀐거군요?”
진우는 뭔가 모를 조급함에 사로잡혔다.
왠지 들키지 말아야 할 것을 들킨 기분이었다.
진우는 아무 생각하지 못한 채 가만히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호호호~ 놀랍군요, 놀라워. 수호자가 바뀌었다니...!! 이걸 어찌해야 하나~”
들키지 말아야 할 것을 들킨 것 마냥 진우의 가슴은 몹시도 빠르게 뛰었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런 진우를 두고 그녀는 몸을 휙 돌려 태우의 시신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진우는 가만히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군요. 그나저나 수호자치고 미숙한 것 같은데...아까 그건 수호자의 의식 같은걸 하고 있었나보죠? 그럼 신참이라는 건가요? 이거 제가 오늘 운이 좋네요.”
그녀는 태우의 시신을 바라본 채 말했다.
정곡을 찔린 진우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진우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당신 누구야.”
“어머? 제가 당신처럼 정체를 까발리고 다닐 줄로 알았나요? 제 복면은 폼이 아니랍니다. 호호호~ 미숙한 수호자씨?”
진우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뭔가 잘못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야겠네요. 운이 좋으시네요. 아닌가? 뭐, 좋은 걸로 하죠. 잘있어요~”
“아...!”
그녀는 깨진 창문을 통해 밖으로 몸을 날렸고, 그런 그녀를 진우는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아.....’
진우는 속으로 탄식했다.
뭔가 크게 잘못되고 있다는걸 느꼈다.
진우는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깨진 창문을 통해 불어오는 바람이 느껴지자 주변을 둘러보았고 이내 태우의 시신이 눈에 들어왔다.
진우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선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