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는 지역 특성상 백인 거주비율이 2/3이상을 차지해서 학생들의 98%가 백인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인종차별도 심했다.
당연히 대놓고 차별하지는 않는다, 걔네도 사회적 시선이라는걸 신경쓰니까. 근데 대놓고 차별하는거보다 은근히 차별하는게 더 기분이 나쁘다는거.
너무 힘들었다. 작년 7월부터 12월 겨울방학이 되기 전까지. 자살 안한게 신기할 정도다. 매일 학교끝나고 집에가면 복습하고 숙제하고 핸드폰을 켰다. 페이스북에 들어가서 한국에 사는 친구들 소식을 듣고 한국에 사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그렇게, 좁은 방안에서, 나만의 작은 한국을 만들고 있었다.
12월 겨울방학, 2주간에 짧은 겨울방학이 끝나고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엄마가 써준 편지를 보고 펑펑 울었다. 난 평소에 엄마 아빠한테 사랑한다고 말도 잘 못한다. 물론 지금도 못한다. 그놈에 자존심이 뭐라고. 한국에 있을때 표현 한번 못해드린게 너무 슬프더라. 또 핸드폰에 아빠엄마 사진 한장 없는게, 목소리 들을수 있는 동영상 하나 없는게, 그게 뭐라고 너무 서럽더라.
다시 미국에서 5개월을 버티고, 6월부터 8월까지 두달간의 여름방학이 곧 끝나간다. 다시 갈 생각을 하니까 막막하다ㅡ 두렵다.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다. 너무 힘들다ㅡ 친구도없고 대화를 3마디 이상 못 이어가니까 이젠 자신감마저 떨어지는거 같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내가 부럽다던데, 이렇게 사는게 뭐가 그렇게 부러운지 모르겠다. 누가 나한테 그랬는데, 유학생들 다 힘드니까, 나만 힘든거 아니니까 그냥 버티라고.
근데, 사람들마다 삶의 무게는 다른거다. 어떤 사람은 무거운 무게를 잘 견디는 사람도있고, 어떤사람은 못견디는 사람도 있다. 근데 지금, 18살의 나로써는 너무 견디기 힘든 무게인거같다.
중압감, 유학오느라 돈을 많이썻으니 내가 성공해야한다는 압박감. 높은 학업성적, 그러나 낮은 자존감. 난 무엇을 위해 살고있는걸까?
이런거 말할사람도 아무도 없다. 힘들면 나만 힘들면되지. 다른사람까지 힘들게 할 필요 없으니까. 엄마 아빠가 안힘드냐고 물어볼때마다, 억지로 터져나오는 눈물 삼키면서 대답했다. 나 하나도 안힘드니까, 친구도 많고 다들 잘해주니까 내걱정 하지말라고. 근데 이제는 너무 힘들다. 다 끝내고 싶다. 나 어른 아닌데, 나 그냥 어른스러운척 하는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