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 입니다. 수많은 선배들 보다 경력이 낮은 그저 몇 년 안된 신참 교사입니다.
교육 현장에서 10년도 더 전에 내가 받은 수업과 학생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너무 다르다보니 처음에는 낯설기도 하고 헤메기도 했지만 지금은 고3 담임을 하며 26명의 우리 학생들의 대입을 맡고 있는 중책까지 맡게 되었네요.
서론이 길었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현직 고3 교사가 말하는 교육과 대입입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대입의 왕도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늘 현장에서 받고 있는 요즘입니다.
교육이 순수성을 믿지만 연일 뉴스에서 나오는 정시와 수시의 비율에 대한 문제, 학종의 문제, 수능 절대평가와 상대평가에 대한 뉴스의 댓글을 볼 때마다 무엇이 우리 학생들을 위한 길일까 생각하지만... 교사는 나라에서 정한 교육과정의 실천자이니 현재의 교육 정책에서 아이들이 최대한 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분이 시민, 학부모, 교사 누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의 교육의 이해를 위하여 최대한 사실위주로 글을 좀 끄적거려보려고 합니다.
수시와 정시는 다 아실거라 믿습니다. 대학의 인재상에 맞는 인재를 자체적 기준으로 선발하는 수시와 수능 점수를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가 대입에 있다고 하죠. 요즘 논란이 되는 것이 수시와 정시의 비율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극단적인 댓글에서는 현대판 금수저들의 음서제인 수시를 확 줄이고 노력에 따라 점수에 따라 학생들을 평가하여 선발하는 공정한 정시를 늘려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과연 무엇이 학생들을 위한 방법이 될까요?
사실1; 수시는 학생부 종합과 학생부 교과로 나뉘고 정시는 거의 대부분이 수능위주 선발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학생부 종합(이하 종합)은 대학의 인재상에 따라 학생의 생기부를 정성평가 하여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이며, 학생부 교과(이하 교과)는 흔히 내신이라고 하는 학생의 3년간의 성적을 정량적으로 평가하여 선발하는 방식입니다. 정시의 수능 위주 선발은 아시다시피 수능 성적의 등급, 백분위, 표준점수 등을 특정 비율로 점수화 시켜 정량적으로 평가하여 선발하는 방식입니다.
사실2; 전국적으로 보았을 때 수시와 정시의 비율은 7:3 정도로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많이 간과하시는 부분이 바로 수시내에서 학종과 학생부 교과의 비율 그리고 수도권 15개 주요 대학과 지방 거점 국립대의 선발 비율입니다. SKY를 포함한 서울 주요 15개 대학의 경우 학종의 비율이 매우 높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학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수시의 70% 이상을 학종으로 선발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학생 정원을 100으로 보면 종합55 교과20 수능 25). 반면 지방거점 국립대는 수시에서 종합과 교과의 비율이 역전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종합3 교과7정도?(학생 정원을 100으로 보면 교과 55 종합 15 수능 25).
해설과 의견: 가장 문제가 되는건 역시 학종이겠죠? 수능과 비슷한 학생부 교과 전형은 정량평가이니 문제 삼을게 없을 것 같습니다. 둘 다 상대평가 등급을 바탕으로 정량화 시켜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학종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학생의 모든 학교 생활 모습과 장래 희망, 교과별 세부특기, 교사의 종합 의견 등 모든 학생의 생활이 대학의 인재상에 부합하는지 '정성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깜깜이 전형이라고 부르며 알수 없는 전형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전형으로 서울 주요 15개 대학은 학생 정원의 60% 가까이를 선발합니다. 반면 지방 거점 국립대는 그 비율이 낮음을 알 수 있죠.
-----------------(여기부터는 저의 의견입니다.)
그럼 학종은 과연 깜깜이 전형일까요? 간단한 사례를 들어 한 번 설명 해 보겠습니다.
학생1: 내신 평균 등급 1.5 / 수상한 교내상의 수 5개 / 봉사활동 시간 60시간
학생2: 내신 평균 등급 2.3 / 수상한 교내상의 수 15개 / 봉사활동 시간 300시간
나머지는 모두 비슷하다고 가정하겠습니다(교과 특기사항, 종합 의견 모두 같음)
두 학생 모두 간호학과를 수시로 지원하려고 한다면 성적을 정량으로 평가하는 교과전형에서는 학생1이 당연이 학생2에 비해 압도적으로 점수가 높겠죠? 그러니 학생1은 이 대학의 간호학과를 지원한다면 교과전형이 유리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종합전형에서는 달라집니다. 바로 학교 인재상에 맞춘 정성평가이기 때문이죠 더이상 내신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대학 간호학과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 나눔과 배려, 봉사 정신이 있는 학생이라고 한다면 학생1 보다 학생2가 여기서는 뛰어난 학생임이 분명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학생2는 종합이 유리합니다.
이해하셨나요? 종합 전형과 교과 전형은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이 다르니 학생들도 이에 맞추어 대입을 준비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서울권 대학은 종합을 늘리는 추세입니다. 왜 그럴까요? 저는 서울권 대학 대입 설명회를 여러번 갔는데 이에 대하여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수능과 교과 전형 학생들에 비해 종합 전형 학생들이 학업 포기율이 낮고 적응도가 빠르다." "취업이던 대학원 진학이던 진로를 준비하는 태도 또한 종합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들이 더 잘한다." "1,2학년 때는 성적이 더 낮은 듯 하더니 3,4학년 때 뒤집더라."
그럼 서울 주요 15개 대학이 종합 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을 줄일까요? 서울에서 종합으로 이런 우수한 아이들을 다 데려가면 이제 지방거점 국립대와 이에 준하는 사립대들이 뽑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런 우수한 아이들을 모두 가져가니 지방거점 국립대(이하 지거국)는 학생부 교과 전형을 오히려 늘립니다. 그래도 학교에서 성실하게 공부한 학생들을 뽑겠다는거죠. 그래서 지거국에서는 교과 전형이 종합 전형보다 인원을 많이 뽑습니다.
그럼 이런 질문을 할 수 있겠네요. "당신은 그럼 수시와 정시 중 무엇이 더 공정하다고 생각하느냐?"
학교는 다양합니다. 저는 지금 한 학년에 100명정도 되는 흔히 말하는 시골 학교에서 근무합니다. 학교에 대한 자부심도 가지고 있어요. 이 아이들이요.. 머리가 좋지 않지만 학원 안다니고 선생님들이 교내 대회 열면 어떤 대회는 한 학년에 50명씩 참여하고 문제 풀다 모르면 물어 볼 사람이 선생님 밖에 없어서 선생님들한테 오는 애들입니다. 수업 활동하면 대부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요.. 근데 수능 점수는 안나와요. 왜? 교육적 인프라가 모자라요. 인강이요? 너무 어려워요. 이 아이들한테는요. 여러분이 선생님이라면 이 아이들은 당연히 수시로 그것도 학종으로 보내시겠죠?
저의 대답은 이겁니다. 내가 있는 학교 학생들한테 유리한 쪽이 공정한거에요. 무슨 개소리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지금 아이들한테 최선을 다하는 거죠. 있는 제도 내에서요. 그래서 연수가면 선생님들 마다 의견이 달라요. 큰 도시 학교 선생님들은 수능을 늘려야 아이들에게 유리하니까 정시 확대를, 학생수가 적은 학교에서는 수시 확대를 이야기합니다.
정시는 수능 점수의 정량적 평가로 선발합니다. 근데 그 등급이라는 무서워요. 우리 재학생들은 재수생을 이길수 없어요. 농담으로 이런 이야기도 나옵니다. 수능 수학문제 29번은 5천만원 짜리, 30번은 1억짜리라고요. 그래서 암암리에 수학은 4점짜리 2개 틀리면 1등급, 3개 틀리면 2등급, 4개 틀리면 3등급, 5개면 4등급이라는 말이 있죠. 5개라고 해봐야 80점인데... 수능에서 재수생의 비율은 20%지만 1~3등급 비율은 사과탐에서 40%, 수학 가형의 45%, 수학 나형의 25%, 국어의 35%가 재수생입니다. 다들 아시죠.. 재수=돈 입니다.
교육적 인프라가 갖추어진 도시와 제가 근무하는 교육적 인프라가 별로 없는 시골 학생들의 편에 서느냐... 사실 저는 정시와 수시의 비율을 생각하기 이전에 교육의 형평성을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저는 교사이기에 현재 나의 아이들만 생각하는 편협한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요. 현대판 음서제가 학종이 될지 수능이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비꼬는것이 아니라 진심입니다. 저는 객관적으로 평가 할 수 없네요.)
--------------------(의견 끝)
학종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선발하느냐? 대학교 입학처 홈페이지에 '학생부 종합 가이드라인'을 찾아서 읽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이런 절차를 거친다고 합니다.
1. 학교의 인재상을 찾고 각각의 인재상에 대한 평가 기준을 세웁니다.
2. 이 인재상이 생기부의 어느 영역(창체, 교과성적, 수상실정, 종합의견 등)을 참고 할지 정합니다.
3. 각 평가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대학피셜.. 한 7년정도 입학사정관을 하신 분이 말씀하시길 7년정도 아이들을 뽑다보니 이젠 그 기준대로 뽑으면 비슷하게 뽑힌다고 합니다. 실제로 대학이 아닌 다른 입시 전문가 선생님들도 서울 주요 15개 대학 정도는 어느 인재상을 선호하는지가 정해져 있다고 이야기 할 정도니까요. 물론 예외도 한 두 대학 있습니다만...
학생들의 교육환경은 모두 같지 않습니다. 공립학교-사립학교, 대도시-중소도시-지방소도시, 부모의 재력 차이, 지역별 교육청의 교육정책 등 너무나도 다양합니다. 거기서 공정성을 찾는 다는 건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중요한건 형평성이겠지요. 말이 길었지만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은 다르지만 모두 학생들을 내 자식을 위한 의견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러기에 제 의견은 제외하고라도 이 긴 글의 사실만이라도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교육은 너무 특수한 분야이기에 정보가 많이 부족하니까요.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을 내실때 제 글이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교육정책에 대한 건전한 댓글은 좋지만 교사의 자질에 대한 댓글은 조금 삼가해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좀 마음이 약해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