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병신백일장]동백꽃
게시물ID : readers_145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라트리스테
추천 : 17
조회수 : 448회
댓글수 : 37개
등록시간 : 2014/08/11 00:05:20
옵션
  • 본인삭제금지
책게는 언제나 조용합니다.
여러분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오늘도 또 우리 중소기업이 막 쫓기었다. 내가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갈 양으로 나올 때이었다. 산으로 올라서려니까 등뒤에서 푸드득 푸드득 하고 기업의 횃소리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 보니 아니나 다르랴 두 놈이 또 얼리었다.

근혜네 기업(대강이가 크고 똑 오소리같이 실팍하게 생긴 놈)이 덩저리 작은 우리 중소기업을 함부로 해내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내는 것이 아니라 푸드득하고 면두를 쪼고 물러섰다가 좀 사이를 두고 푸드득하고 모가지를 쪼았다. 이렇게 멋을 부려 가며 여지없이 닦아 놓는다. 그러면 이 못생긴 것은 쪼일 적마다 주둥이로 땅을 받으며 그 비명이 킥, 킥, 할뿐이다. 물론 미처 아물지도 않은 면두를 또 쪼이며 붉은 선혈은 뚝뚝 떨어진다. 이걸 가만히 내려다보자니 내 대강이가 터져서 피가 흐르는 것같이 두눈에서 불이 번쩍 난다. 대뜸 지게 막대기를 메고 달려들어 근혜네 기업을 후려칠까 하다가 생각을 고쳐먹고 헛매질로 떼어만 놓았다.

이번에도 근혜가 쌈을 붙여 놨을 것이다. 바짝바짝 내 기를 올리느라고 그랬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고놈의 계집애가 요새로 들어서 왜 나를 못 먹겠다고 고렇게 아르릉거리는지 모른다.

나흘 전 공기업건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계집애가 다른 사람들 정보를 캐러 가면 갔지 남 부채 치우는 데 쌩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그것도 발소리를 죽여 가지고 등뒤로 살며시 와서,

"얘! 너 혼자만 일하니?"

하고 긴치 않는 수작을 하는 것이다.

어제까지도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본체만척체고 이렇게 점잖게 지내던 터이련만 오늘로 갑작스레 대견해졌음은 웬일인가. 항차 망아지만 한 계집애가 남 일하는 놈 보구…….

"그럼 혼자 하지 떼루 하듸?"

내가 이렇게 내배앝는 소리를 하니까,

"너 일하기 좋니?"

또는,

"전전 정권이나 탓하면 되지 뭐하러 부채를 치우니?"

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깔깔댄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날씨가 풀리더니 이 놈의 계집애가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게다가 조금 뒤에는 제 집께를 할금할금 돌아보더니 행주치마의 속으로 꼈던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언제 노선을 분리했는지 순이익이 줄줄 흘러넘치는 자회사가 손에 뿌듯이 쥐였다.

"느 집엔 이거 없지?"

하고 생색있는 큰소리를 하고는 제가 준 것을 남이 알면은 큰일날테니 여기서 얼른 먹어 버리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너 공기업이 맛있단다."

"난 민영화 안 할란다. 너나 먹어라."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일하던 손으로 그 자회사를 도로 어깨 너머로 쑥 밀어 버렸다. 그랬더니 그래도 가는 기색이 없고, 뿐만 아니라 쌔근쌔근하고 심상치 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그때에야 비로소 돌아다보니 나는 참으로 놀랐다. 우리가 이 동네에 들어온 것은 근 삼년째 되어오지만 여태껏 가무잡잡한 근혜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법이 없었다. 게다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자회사를 다시 집어들더니 이를 꼭 악물고는 엎어질 듯 자빠질 듯 횡하게 달아나는 것이다.

어쩌다 동리 어른이,

"물을 떠다드릴까요?"

하고 물으면,

"염려 마서유. 제가 알아서 마실게유!"

이렇게 천연덕스레 받는 근혜였다. 본시 부끄럼을 타는 계집애도 아니거니와 또한 분하다고 눈에 눈물을 보일 얼병이도 아니다. 분하면 차라리 나를 조작된 재판으로 사법살인을 하고 달아날지언정.

그런데 고약한 그 꼴을 하고 가더니 그 뒤로는 나를 보면 잡아먹으려 기를 복복 쓰는 것이다.

설혹 파는 공기업을 안 받아먹는 것이 실례라 하면, 주면 그냥 주었지 '느 집엔 이거 없지.'는 다 뭐냐.

그런데 이놈의 계집애가 까닭 없이 기를 복복 쓰며 나를 말려 죽이려고 드는 것이다.

눈물을 흘리고 간 담날 저녁나절이었다. 나무를 한 짐 잔뜩 지고 산을 내려오려니까 어디서 기업이 죽는소리를 친다. 이거 뉘집에서 기업을 합병하나, 하고 근혜네 울 뒤로 돌아오다가 나는 고만 두 눈이 똥그랬다. 근혜가 저희 집 봉당에 홀로 걸터앉았는데 이게 치마 앞에다 우리 중소기업들을 꼭 붙들어 놓고는,

"이놈의 기업들! 죽어라 죽어라."

요렇게 암팡스레 패 주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대가리나 치면 모른다마는 아주 주식 상장도 못 하라고 그 자금줄을 틀어막는 것이다.

나는 눈에 쌍심지가 오르고 사지가 부르르 떨렸으나 사방을 한번 휘둘러보고야 그제서야 근혜네 집에 아무도 없음을 알았다. 잡은 참지게 시민단체를 들어 울타리의 중턱을 후려치며,

"이놈의 계집애! 남의 기업 성장 못하라구 그러니?"

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러나 근혜는 조금도 놀라는 기색이 없고 그대로 의젓이 앉아서 제 기업 가지고 하듯이 또 죽어라, 죽어라, 하고 패는 것이다. 이걸 보면 내가 산에서 내려올 때를 겨냥해 가지고 미리부터 기업을 잡아 가지고 있다가 네 보라는 듯이 내 앞에서 줴지르고 있음이 확실하다.

그러나 나는 그렇다고 남의 집에 뛰어들어가 계집애하고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형편이 썩 불리함을 알았다. 그래 기업이 맞을 적마다 지게 막대기로 울타리를 후펴칠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왜냐하면 울타리를 치면 칠수록 울섶이 물러앉으며 뼈대만 남기 때문이다. 허나 아무리 생각하여도 나만 밑지는 노릇이다.

"아, 이년아! 남의 기업 아주 죽일 터이야?"

내가 도끼눈을 뜨고 다시 꽥 호령을 하니까 그제서야 울타리께로 쪼르르 오더니 울밖에 섰는 나의 머리를 겨누고 기업을 내팽개친다.

"예이 종북! 종북!"

"종북한테 뽑아달라 그랬니? 망할 계집애년 같으니"

하고 나도 더럽단 듯이 울타리께를 횡허케 돌아내리며 약이 오를 대로 다 올랐다, 라고 하는 것은 기업이 풍기는 서슬에 나의 이마빼기에다 파산을 찍 갈겼는데 그걸 본다면 자금만 터졌을 뿐 아니라 골병은 단단히 든 듯싶다. 그리고 나의 등뒤를 향하여 나에게만 들릴 듯 말 듯한 음성으로,

"이 종북아!"

"얘! 너 좌빨이지?"

그만도 좋으련만,

"얘! 내 아버지는 영웅이지?"

"뭐 네 아버지가 영웅이야?"

할 양으로 열벙거지가 나서 고개를 홱 돌리어 바라봤더니 그때까지 울타리 위로 나와 있어야 할 근혜의 대가리가 어디 갔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그러다 돌아서서 오자면 아까에 한 욕을 울 밖으로 또 퍼붓는 것이다. 욕을 이토록 먹어 가면서도 대거리 한 마디 못하는 걸 생각하니 돌부리에 채이어 발톱 밑이 터지는 것도 모를 만큼 분하고 급기야는 두눈에 눈물까지 불끈 내솟는다.

그러나 근혜의 침해는 이것뿐이 아니다.

사람들이 없으면 틈틈이 제 집 기업들을 몰고 와서 우리 기업과 쌈을 붙여 놓는다. 제 집 기업은 썩 험상궂게 생기고 쌈이라면 홰를 치는 고로 으레 이길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툭하면 우리 기업이 면두며 눈깔이 피로 흐드르하게 되도록 해 놓는다. 어떤 때에는 우리 기업이 합병되지 않으니까 요놈의 계집애가 법을 바꿔다가 쌈을 붙인다.

(중략)

나는 대뜸 달려들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대기업을 고소로 때려 엎었다. 대기업은 푹 엎어진 채 다리 하나 꼼짝 못 하고 그대로 죽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멍하니 섰다가 근혜가 매섭게 눈을 홉뜨고 닥치는 바람에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이놈아! 너 왜 남의 대기업을 때려죽이니?"

"네 대기업이라니? 관련 없다며?"

하고 일어나다가,

"뭐 이 자식아! 누 비자금인데?"

하고 복장을 떼미는 바람에 다시 벌렁 자빠졌다. 그리고 나서 가만히 생각을 하니 분하기도 하고 무안도스럽고, 또 한편 일을 저질렀으니, 인젠 평생 국정원이 감시하고 감옥에 들어가서 조작된 재판으로 죽을지도 모른다.

나는 비슬비슬 일어나며 소맷자락으로 눈을 가리고는, 얼김에 엉 하고 울음을 놓았다. 그러나 근혜가 앞으로 다가와서,

"그럼 너 이담부텀 안 그럴 테냐?"

하고 물을 때에야 비로소 살길을 찾은 듯싶었다. 나는 눈물을 우선 씻고 뭘 안 그러는지 명색도 모르건만,

"그래!"

하고 무턱대고 대답하였다.

"요담부터 또 그래 봐라, 내 자꾸 못살게 굴 테니."

"그래 그래 이젠 안 그럴 테야!"

"기업 고소한 건 염려 마라, 내 안 이를 테니."

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썩어 문드러진 장관 후보들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역겨운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너 말 마라!"

"그래!"

조금 있더니 요 아래서,

"근혜야! 근혜야! 이년이 삽질을 하다 말구 어딜 갔어?"

하고 어딜 갔다 온 듯 싶은 그 김기춘이 역정이 대단히 났다.

근혜가 겁을 잔뜩 집어먹고 꽃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산아래로 내려간 다음 나는 바위를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해외로 치빼지 않을 수 없었다.

---------------------------------------------------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