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남학생 아들을 둔 아빠입니다.
엊그제 학원갔다 오다가 봉변을 당했더라구요.
학원 나와서 집에 오는데 갑자기 대학생쯤 돼 보이는 여자가 "지금 저 찍으셨죠?" 이러더랍니다.
애가 완전 황당해져서 그런 일 없다고 그랬더니, 폰을 보자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보여줬대요. 봐봤자 걔 폰에 있는 사진의 99%는 우리 집 냥이 겨울이 사진 뿐이에요 ㅎㅎㅎ
어쨌든, 보고나서 사진이 전혀 없으니 그 아가씨 하는 말이, "지웠을 수도 있잖아요" 이러더래요.
어이없어진 아들 왈, "그럼 그 말은, 뒤집어 말하면, 안 지웠을 수도 있다는 말이네요?"
날은 덥고 열은 뻗쳤지만 집에 가려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아들 뒷머리끄덩이를 그 여자가 "지금 어딜 가요?"하면서 잡아채더랍니다. 목이 뒤로 꺾이도록.
제 아들놈 성질머리 제가 알지만 빡치면 답없는 놈인데, 그래도 어찌어찌 여자는 때리면 안 된다라는 생각으로 사력을 다해 참고 (자기 표현으로는) 눈 충혈될 정도로 노려만 봤답니다. 미칠 듯 화가 나서.
그런데! 갑자기 그 여자가 홱! 돌아서서는 가 버리더랍니다.
너무 빡치고 분해서 그 여자 앞으로 달려가서 가로막고는 "길거리서 사람 이렇게 망신 주고, 당신이야말로 어딜 가!!"하고 소리질렀답니다.
서슬이 너무 퍼랬는지 뭔진 모르겠지만, 그 상태로 몇 초간 계속 노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즙을 짜더라네요.
우는 모습에 당황한 아들, "에이, 신발, 오늘 재수 오지게 없네!" 그러면서 그냥 왔대요.
그 뻔한 선즙필승전략에 당한 거죠.
집에 와서는 붉그락푸르락하면서 앞으로 이런 경우 어쩌는 게 좋냐고 저한테 물어보네요.
일단 아이가 아무 사고 치지 않고 돌아온 게 정말 다행이지만, 앞으로 아이가 살다보면 이런 일을 또 당할지도 모르는데 뭐라 얘기해줘야 할지 답이 궁하더라구요.
무슨 매뉴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저런 봉변은 살다보면 또 당할 수도 있는 건데, 괜히 억울하게 당하지 않게 하려면 뭐라도 알려주고 싶은데 말이죠.
혹시 좋은 의견 있는 분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