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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광장' 패러디
게시물ID : humordata_17628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elestia
추천 : 6
조회수 : 175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7/24 00:43:56
소설 '광장' 최인훈 선생님이 별세 하셨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십여년전 인터넷에서 봤던 광장 패러디 소설이 생각나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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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실 안 생김새는, 통로보다 조금 높게 선생들이 앉아 있고, 학생은 왼편에서 들어와서 바른편으로 빠지게 돼 있다. 네 사람의 수학선생과, 교감 한 사람, 합쳐서 다섯 명. 그들 앞에 가서, 걸음을 멈춘다. 앞에 앉은 선생이,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한다. 

"학생, 앉아." 

명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학생은 어느 쪽으로 진학하겠나" 

"의대."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선생이,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학생, 의사도, 마찬가지 힘들고 고달픈 직업이야. 환자와 병균이 우글대는 병원에 가서 어쩌자는 거야?"

"의대." 

"다시 한 번 생각해봐.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이야. 자랑스러운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거지?" 

"의대."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선생이 나앉는다. 

" 학생, 지금 정부에서는, 이공계를 살리기 위한 여러 대책들을 냈어. 학생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보람을 느낄 직업를 가지게 될 것이며, 국가의 영웅으로 존경받을 것이야. 우리나라는 학생을 기다리고 있어. 고향의 초목도 학생의 이공계 선택을 반길 것이야." 

"의대."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에 말하던 선생이, 다시 입을 연다. 

" 학생의 심정도 잘 알겠어.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의사들의 고소득에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도 용서할 수 있어. 그런 염려는 하지 마. 이공계는 학생의 하찮은 잘못을 탓하기보다도, 학생의 조국과 나라에 대한 공헌을 더 높이 평가해. 일체의 보복 행위는 없을 것을 약속해. 학생은……" 

"의대." 

교감이, 날카롭게 무어라 외쳤다. 설득하던 선생은, 증오에 찬 눈초리로 명준을 노려보면서, 내뱉었다. 

"좋아." 

눈길을, 방금 도어를 열고 들어서는 다음 학생에게 옮겨 버렸다. 

아까부터 그는 선생들에게 간단한 한마디만을 되풀이 대꾸하면서, 지금 옆의 상담실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광경을 그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도 자기를 세워 보고 있었다. 

"자네 모의고사 점수는 어떻게 되나?" 

"……" 

"음, 상위 1% 정도로군." 

선생은, 앞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면서, 

" 의대라지만 막연한 얘기야. 제 적성에 맞는 것보다 좋은 데가 어디 있겠나. 의대에 간 선배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밖에 나가 봐야 적성에 맞는 걸 하는게 소중하다는 걸 안다구 하잖아? 학생이 지금 가슴에 품은 울분은 나도 알아. 공대, 자연대 나와봤자 먹고 살기 힘들고 또한 일이 매우 고달프다는걸 누가 부인하나? 그러나 공대는 너의 적성에 맞어. 인간은 무엇보다도 자기가 원하고 잘하는 일을 하는것이 소중한 것이지. 학생은 과학고 생활을 통해서 그걸 느꼈을거야. 인간은……" 

"의대." 

"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냐. 다만 내 제자, 우리 학교의 한 학생이, 적성과 소질에는 상관없이 의대에 가겠다고 나서서, 스승으로서 어찌 한마디 참고되는 이야길 안 할 수 있겠나. 우리는 이곳에 조국의 부탁을 받고 온 것이야. 한 사람이라도 더 건져서, 이공계의 품으로 데려오라는……" 

"의대." 

"학생은 IMO에서 금메달까지 받은 영재야. 조국은 지금 학생을 요구하고 있어. 학생은 이공계 위기에 처한 조국을 버리고 떠나 버리려는가?" 

"의대." 

" 우수한 학생일수록 불만이 많은 법이지. 그러나, 그렇다고 제 몸을 없애 버리겠나? 종기가 났다고 말이지. 학생 한 사람을 잃는 건, 무식한 공고생 백을 잃은 것보다 더 큰 국가의 손실이야. 학생은 매우 똑똑해. 한국의 과학기술계는 학생같은 영재들을 매우 많이 필요로해. 나는 학생보다 인생을 더 살아봤다는 의미에서, 인생의 선배로서 충고하고 싶어. 이공계의 품으로 가서, 한국의 과학기술산업을 이끄는 일꾼이 되어주길 바라네. 적성에 맞지않는 의대에 가서 고생하느니, 그쪽이 학생 개인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네. 나는 학생을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인상이 마음에 들었어. 뭐 어떻게 생각지 말아. 나는 조카처럼 여겨졌다는 말이야. 만일 공대로 진학하는 경우에, 개인적인 조력을 제공할 용의가 있어. 어때?" 

명준은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교무실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의대." 

선생은, 손에 들었던 연필 꼭지로, 테이블을 툭 치면서, 곁에 앉은 담임을 돌아볼 것이다. 담임은, 어깨를 추스르며, 눈을 찡긋 하고 웃겠지. 

나 오는 문 앞에서, 선생의 상담기록부의 지망학과란에 ‘의예과’를 적고 천막을 나서자, 그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거리면서도 그의 웃음은 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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