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를 시작했을 때부터 줄곧 그랬지만 십년 남짓 된 자취생활 하는 내내 저는 절 돌봐주는 누군가가 간절했어요. 아마 자취생활이 오래된 사람은 많이들 그럴거에요.
저도 그 중 하나였고. 제 상황상 어쩔 수 없다며 걱정하는 부모님께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혼자서 버텨냈지만요. 나중엔 오기와 자존심이 생겨 절대 티를 안 냈어요.
그래선지 제 부모님은 제가 외로움 전혀 안 타고 혼자서도 잘 노는 그런 독립적인 아이로 보았지요. 저와 결혼했던 당신도 마찬가지고. 그런데요.. 항상 강한척 혼자 있는걸 엄청 즐긴다고 얘기했지만 저도 약한 사람이었어요.
힘들다고 외롭다고 찡찡거려봤자 남들만 힘들게. 혹은 귀찮게 느낄걸 알기에 되도록 강한척 한 것 뿐이에요.
아무튼 저는 절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고 한 가정을 이루면 달라질줄 알았어요. 절 좀더 생각해주고 제가 힘들때는 대신 절 돌봐주는.. 그런 생활이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니더군요. 결혼을 한 이후 저는 더더욱 돌봐지는 사람보다 돌보는 사람이 되어가요.
외롭지는 않지만 고독하고, 점점 지쳐가요. 그런데도 돌봐야 하는건 자꾸 늘어나는군요.
저도 가끔씩은 돌봐지고 싶어요 이이상 지쳐서 당신을 돌볼 힘이 더이상 바닥나지 않도록.
저를 신경 써주고 작은 행동 마음 하나부터 저를 위해 줄 그런 사람.
혹여나 입맛에 안맞을까 하루종일 고민한 한끼를 자랑스럽게 보여줄 사람. 졸리다며 더 자고 싶다는 저를 억지로 깨워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스한 아침상 앞에 앉히고 얼음 동동 띄운 보리차 한잔 건내줄 사람. 제가 신경쓸까봐 청소와 정리를 완벽히 하고 햇볕에 말려 보송보송한 이부자리를 준비해줄 사람. 제가 기운이 없어보이면 나서서 어깨며 등이며 열심히 마사지해줄 사람. 괜시리 미운 소리 해도 힘들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엄마처럼 너그럽게 도닥도닥해줄 사람. 직장생활이 힘들다하면 한마디 거치름 없이 좋아하는 안주에 작은 술상 차려주고 밤새도록 얘기 들어줄 사람.
당신에게 나란 존재처럼.
제가 하고 있는 것인데. 당신이 너무 부럽네요. 제에게도 당신의 '내'가 있었으면. 해요. 항상은 아니고 아주 가끔씩이요. 가끔 지쳤을 때만.
요즘은 더 무서워요. 당신이 해주는 '고맙다'는 말 한 마디로 전 지금처럼 당신을 위해 살 수 있는데. 언젠가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 모든게 당신에게 당연하게 느껴질 것 같아 두렵습니다.
누군가에게 돌봐지는 그 감각이 요즘 유독 그리워요. 그렇지만 결국 저를 돌보는 사람은 저밖에 없네요. 자꾸 혼자가 되고 싶은건 돌보기엔 너무 지쳐서일까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그래서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어요. 그 곳에서 낯선 이에게 보살펴지고싶네요...
그래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비빌 곳 하나 없던 엄마가 존경스럽고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