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로맨스 썰 같은건 없으니 음슴체로 감.
1편에 이어 노잼이었던 2편마저 베오베 보내주신 분들께 머리숙여 감사드림!!
여기서 1편, 2편 안읽어보신 분들은 읽어보신 다음에 이 글을 읽어보심을 추천해드림.
**(발암주의/스압주의)**
미리 말해두자면 이번글은 웃긴 썰이 아니라 억울하고 어이없던 썰만 모아둠.
100% 장담하는데 끝까지 읽으면 기분 나빠질거 ㅇㅇ
1편 2편처럼 웃기거나 소소한 썰이 아님. (너무 어이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수는 있음)
웃기거나 소소한 썰을 원하시면 이번 3편은 읽지 말고 추후 올릴 4편을 읽어주시면 되겠음.
오히려 읽기 전에 사이다 한캔 준비해놓고 읽는 걸 권장함.
유머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자게에 이 글을 쓰는 이유는 1편 2편을 유자게에 써서 그럼. 먼저 머리숙여 양해를 구함.
사실 처음부터 이걸 쓰고 싶었던건데 첫글이 이런거면 오유분들이 내가 한국에서 괜히 고생만 했다가 간걸로 생각할것 같아서
먼저 흥을 돋우려고 (?) 내 기준으로 웃겼던 썰 몇개 풀어본거임.
이 글을 읽고 오유분들이 오해하지 마셔야 하는게, 난 1년 반동안 한국에서 원어민 생활 한게 꽤 만족스러웠음.
마을 주민들, 학생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랑 나름 친하게 지내고 좋은 경험 하면서 잘먹고 잘살다 귀국한거임. (돈도 꽤 많이범! $$$)
한국 떠난지 거의 반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가끔씩 친했던 학생들과 선생님들이랑은 연락하며 살고있음.
앞으로 풀 썰들이 내가 억울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단 하나임.
정상적인 논리로 생각했을 때, 만약 내가 교포가 아닌 한국말 못하는 백인 원어민이었으면 절대로 겪을수 없을 일들이었기 때문임.
총 세명의 선생님들이랑 트러블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스압을 무릅쓰고 세 편을 다 쓰겠음.
쓰고 나니 내가 읽어봐도 너무 자작나무 타는 냄새가 나는것 같아서 이 문구를 씀.
**이 글의 모든 내용은 100% 실화임을 나는 6년된 내 오유 아이디를 걸고 맹세함.**
**만약 나중에 자작이라고 논란이 났을 경우, 내 실명과 근무했던 동네 이름까지 밝힐 의사가 있음. (그동네에 중학교는 하나밖에 없음)**
1. 체육교사 ㄱ선생 편.
때는 바야흐로 2016년 9월. 내가 원어민교사로써 중학교에 근무를 시작한 지 채 한달도 지나지 않은 때였음.
그때 퇴근시간이 4시 30분이었는데, 원어민이었던 나는 눈치 안보고 정시 칼퇴근을 주로 일삼았음. ㅋㅋㅋ
(다른 선생님들도 잔업이 없을 때는 칼퇴근 하시는 분들 계심)
당시 내 자리가 교무실이 아니라 2층에 있는 정보실이었음. 친한 영어쌤 한분이랑 정보부장 선생님이랑 같이 썼는데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고 좋았음.
그래서 더 칼퇴근하기도 쉬웠음 ㅋㅋㅋㅋ
퇴근할때 계단을 내려와서 학교 정문으로 나가는데, 그날은 정문 바로 앞에 체육선생 ㄱ선생이 막고 서있었음.
근무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그냥 이름이랑 가르치는 과목만 알고 있었고, 한번도 말 붙여보지 않은 선생이었음.
나이는 얼추 50대 후반, 내 아버지 뻘정도 되어보이는 선생이었음.
그래서 그 선생한테 "먼저 가보겠습니다 선생님" 하고 인사하고 정문을 나서는데 갑자기 뒤에서 ㄱ선생이 내 어깨를 잡음.
체육선생이라 그런지 노장임에도 불구하고 악력이 엄청났음 ㄷㄷㄷ
뒤를 돌아보니 ㄱ선생이 삼국지의 장비같은 이글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며 내 멱살을 잡음 ㄷㄷㄷㄷㄷㄷㄷㄷ
이때까지도 난 ㄱ선생이 장난하는건줄 알고 배시시 웃으며 "예? 왜요?" 하고 개해맑게 물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ㄱ선생이 나한테 "너 지금 뭐하는거야!" 하고 호통침 ㅎㄷㄷ
앞서 2편에 얘기했듯 편의점에서 중딩으로 오해받은 적도 있고 해서 난 "아 이 쌤이 나를 학생으로 착각하셨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저 ***이라고 새로온 원어민교사인데요?" 라고 멱살잡힌채로 자기소개를 함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내가 학생이었어도 굳이 멱살잡힐 정도로 나쁜짓을 한것같지는 않은데 왜 당시 그렇게 판단했는지는 모르겠음.
나는 자기소개를 하면 "아 미안해요. 학생인줄 알고 착각했어요" 하고 멱살 놓고 사과해줄 줄 알았음.
학교는 회사랑 분위기가 달라서 교직원들은 친한 사이 아니면 다 서로 존댓말 함.
근데 내 예상과는 달리 ㄱ선생은 내가 누군지 잘 알고 있었음.
"그래서!? 여긴 한국이야!! 유 노 히얼!!" 이라고 다시 호통침.
유 노 히얼이 무슨 말일까 하고 곰곰히 생각함. 넌 여기 있으면 안된다? 교포를 싫어하는 사람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ㅋㅋㅋㅋㅋㅋ
계속 몇번 더 "유노히얼 알았어?!" 라고 호통치며 울그락불그락 해지는 ㄱ선생의 바디랭귀지를 보고 난 후 눈치챔.
정문 앞에 서있던 ㄱ선생을 뒤로 피해가지 않고 앞을 가로질러서 나가려고 했던 게 마음에 들지 않았었나 봄.
내 예감이 맞았음. ㄱ선생은 내 멱살을 놓지 않고 "어디서 어른이 서계신데 뒤로 가지않고 앞으로 다녀! 원어민이면 다야!?" 라고 소리지름.
너무 어이없고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아 제가 실수했네요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하니 그제서야 멱살을 놔줌.
ㄱ선생은 "앞으로 너 조심하는게 좋을거야!" 하고 소리지르고 다른곳으로 가버림.
처음에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앞으로 되도록이면 저 양반이랑은 마주치지 말아야겠다" 라고 다짐하면서 집에 걸어감... 휴 ㅜ
근데 집에와서 씻고 밥먹고 진정하고 그날 있었던 일을 다시 돌이켜보니 엄청 화남 ㅋㅋㅋㅋㅋ
생각해보니 내가 여자였거나 색목인 원어민이었다면 ㄱ선생이 나를 그렇게 대할 수가 없었다는걸 깨달음.
내가 한국에 살던 사람도 아닌데 나이많은 사람이 서있는 앞을 지나가는게 엄청난 실례라는걸 어떻게 암?
한번도 잡혀본적 없는 멱살까지 잡힐 정도로 내가 나쁜짓을 했나 하고 생각하니 개서러워짐 ㅋㅋㅋㅋㅋㅋㅋ
국가의 녹을 먹고 사는 공무원이, 내가 여선생이나 색목인 원어민이었느면 나한테 그렇게 대할수 있겠음?
내가 피는 한국사람이고, 더군다나 자기보다 훨씬 어린 남자여서 ㄱ선생이 나를 만만하게 볼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하니 울분이 솟구치며 잠이 안옴.
결국은 다음날 출근하면 교감선생님한테 이 일을 알려서 ㄱ선생한테 정의구현을 선사하기로 작정함.
다음날 아침에 교감선생님을 찾아가서 내 울분을 토해냈는데 교감선생님은 일 크게 벌리지 말자고, ㄱ선생은 원래 좀 그런 네가지 없는 사람이니 내가 이해를 좀 해주라는 식으로 얘기하심.
나중에 안 사실인데 ㄱ선생은 학교에서 유명한 망나니였음. 교직원과 학생을 막론하고 자기가 기분 안좋으면 쓸데없이 누구에게도 시비털고 다니는 이상한 사람이었음.
교감선생님마저 내 원을 해소해줄수 없다는걸 깨닫고 학교 끝나고 닭발 먹으러 간 자리에서 친한 선생님들한테 내가 당한 썰을 품.
다른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만 그런 일이 있던게 아니었던것 같음. 심지어 교감선생님마저 ㄱ선생 성격때문에 어려워하는 사람이라고 함...
결국에는 직접적인 복수는 할수 없었던 한 소심한 청년의 고구마스토리...지만 내가 얼굴에 철판깔고 교내에서 이 썰을 너무 자주 푼 바람에 ㄱ선생 이미지는 교직원과 학생들 사이에서도 바닥을 기게 됨. 그걸로 만족해야 할듯 ㅎㅎ
여담으로 이 일이 있고 난 10달 후에 ㄱ선생은 까칠한 사춘기 남학생의 수업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머리끄댕이를 잡고 흔들면서 욕하다가 욱한 학생의 주먹에 얼굴을 맞고 2주동안 쪽팔려서 학교 안나옴.
ㄱ선생은 교권 침해다, 학생은 전학시킨다 뭐한다 소리가 많았는데 심위원회(?) 가 평소 ㄱ선생 인성이 너무 쓰레기여서 충분히 ㄱ선생에게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들음. 결국 아무일도 없이 그 학생은 졸업할수 있었고, ㄱ선생도 아직 교직생활을 하는 중으로 알고 있음.
2. 과학교사 ㅈ선생 편.
앞서 다뤘던 ㄱ선생은 인성은 쓰레기였지만 그래도 나름 가정도 있고 친구도 있는 사람이었음.
학교에서는 망나니었지만 밖에서는 어느정도 정상생활이 가능했던 사람이었던거임.
ㅈ선생이라는 과학선생이 있었는데, 내가 한국에서 근무하는 내내 의문을 품고 추리했던게 "이 사람이 어떻게 교사가 되었을까"라는 불가사의였음 ㅋ
그 정도로 ㅈ선생은 일상생활마저도 이상한 사람이었음.
ㅈ선생은 원래 타지역 사람이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먼 강원도까지 와서 혼자 관사에서 살고 있었음.
ㅈ선생은 ㄱ선생처럼 첫만남이 비호감은 아니었음.
나이는 ㄱ선생이랑 비슷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처음 만났을때 막 반가워하면서 다음날 학교 끝나고 술마시러 가자는 거임.
술은 못하지만 그래도 학교 선생님이랑 친해지는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흔쾌히 수락함. (이게 큰 실수였음)
그런데 주위 선생님들한테 "내일 ㅈ선생님이랑 저녁 먹는데 같이 가실래요?"라고 물어보니 다들 치를 떨면서 싫다는 거임 ㅋㅋㅋㅋㅋㅋㅋ
1편에서 언급한 한국말 못하는 컨셉을 유지해달라고 부탁한 담당쌤이 충고를 줌.
"ㅈ선생님이랑 저녁만 먹는다면 말리진 않을게요. 그치만 절대로 ㅈ선생님이랑 둘이서 술먹지 말아요"라고... ㄷㄷ
결국 ㅈ선생이랑 밥을 먹게 되는데 아니나 다를까 ㅈ선생이 술을 시켜서 소맥을 말아먹기 시작함.
나는 술 못한다고 말하니까 갑자기 정색하면서 "그럼 술 받고 따르기나 해"라고 함 ㅋㅋㅋ
밥 얻어먹는 입장에서 술 먹지 말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래서 나는 술은 안먹고 국밥만 먹고 있었음.
그런데 사실 같이 밥 먹기 전에도 ㅈ선생이 좀 이상하다는 느낌은 있었음.
학교에서도 막 혼자 들떠서 횡설수설하는데 도저히 무슨 이야기인지 맥락을 못 잡을 정도로 난해한 이야기였음.
박근혜가 뭐 어쨌다가 자기 유치원생 아들이 어쨌다가 막... 뭐랄까 제대로 대꾸도 할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는데 일단 나쁜 사람은 아닌것 같아서 웃으면서 "아... 그렇죠..." 하면서 맞장구만 쳐줌.
나중에 "내 한국어가 미숙해서 내가 못 알아듣는 건가...?" 라고 의문이 들어서 나랑 나이가 비슷한 기술쌤한테 물어보니 기술쌤도 ㅈ선생 말은 뭐라고 말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격려해줌 ㅋㅋㅋㅋㅋ
아무튼 ㅈ선생이랑 둘이서 밥을 먹고 있는데 위기가 생김.
ㅈ선생이랑 아무도 밥을 먹고 싶지 않았던 건, ㅈ선생이 술주정이 아주 고약한 사람이었던 것 때문이었음.
나중에 선생님들한테 주워들었는데, 강원도까지 나와서 따로 사는 이유도 술버릇 때문이라고 함.
술이 들어가니 ㅈ선생의 횡설수설은 한국어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욕과, 차마 타자로 치기도 부끄러울 정도의 섹드립으로 변했음.
섹드립의 대상은 젊은 여선생들이었고, 욕설의 대상은 학교에서 자신과 어울려주지 않는 남선생들과, 별거 중인 자기 부인이었음.
ㅈ선생은 큰소리로 욕설만 해대고, 나는 식당에 있던 다른 손님들 눈치 보면서 국밥만 퍼먹고 있는데
갑자기 소중한 저녁시간을 이런 쓰레기같은 소리나 들으면서 보낸다는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적당히 핑계를 대고 일찍 빠져나옴.
"ㅈ선생이랑은 절대로 교외에서 만나지 말자"라고 다짐한 후 몇달동안 아무런 사건이 없었는데...
몇달 후, 겨울방학때 전주에서 친한 형이 놀러옴.
이 형은 대학때 만난 유학생이었는데 다른 선배들과는 달리 똥군기도 안부리고 교포인 나를 엄청 잘 챙겨준 좋은 형임.
그 형한테 맛있는 것도 사주고, 동네 구경도 시켜줌.
그 형이 버스를 타고 떠나기 전에 내가 근무하는 학교 구경을 하고싶다고 함.
그래서 학교까지 걸어갔는데 거기서 ㅈ선생을 만난거임 ㄷㄷ 아마 연말정산 때문에 왔던 걸로 기억함.
ㅈ선생은 우리를 보자마자 "자 이제 저녁 같이 해야지?" 하는거임.
사실 저녁도 먹은 상태였고, 형은 40분 후에 버스타고 떠나야 되는 상황이어서 "선생님 나중에 개학하면 같이 먹어요" 하고 거절함
근데 ㅈ선생이 정색하면서 "에이씨! 빨리 가자! 딱 한잔만 하고 가!" 라면서 우릴 끌고감 ㅠ
가는 도중 내내 지금 버스타고 가야한다고 몇번씩 말했는데 그딴거 듣지도 않음 ㅋㅋ
국밥집에 가서, 국밥은 안먹고 혼자 술을 부어먹으면서 다시 또 욕설과 섹드립의 난무가 시작됨.
한 30분이 지났을 때, 형이 "야 안되겠다 우리 지금 안나가면 나 버스 놓침" 하고 신호를 보냄.
그래서 "선생님, 저희가 지금 바로 버스타고 가야 하는 상황이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하고 일어남.
그랬더니 ㅈ선생이 정색하면서 나한테 "너네 오늘 내방에서 자고 내일 가. 너 지금 가면 앞으로 나한테 아는척 하지 마." 라고 함 ㅋㅋㅋㅋ
그냥 술김에 저러는 거겠지 하고 그냥 나왔고, 그 형은 나와서 "으와... 저 사람은 도데체 어떻게 교사가 됐을까?" 라고 물어봄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그 형은 버스타고 집에 갔고, 나는 일본 여행 갔다가 옴.
개학하고 출근했는데 교문 앞에서 ㅈ선생을 만나서 인사함.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인사했는데 거들떠보지도 않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술주정하면서 뱉은 말이 진심이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뭐 그러려니 하고 1년동안 ㅈ선생한테 투명인간 취급 당함.
ㅈ선생의 유치함이 극에 도달했다고 느꼈을 때가, ㅈ선생이 급식실에서 급식을 먹고 있었는데 내가 자리가 없어서 ㅈ선생 바로 앞자리에 앉았더니
방금까지 맛깔나게 급식을 먹고 있었던 ㅈ선생이 큰소리로 "아~ 갑자기 입맛이 확 떨어져버리네."라고 말하면서 자기 식판 위에 산더미처럼 쌓은 급식을 버리고 나가버림 ㅋㅋㅋㅋㅋㅋㅋ
귀국하기 2주 전, ㅈ선생이 내 자리로 양주를 갖고오면서 "그동안 미안했어. 언제 한번 술 같이 먹어." 라고 함 ㅋㅋㅋㅋ
난 가만히 있는데 혼자 들떠서 끌고갔다가 혼자 삐치고 혼자 화해함 ㅋㅋㅋㅋ
물론 다시 ㅈ선생을 교외에서 보지는 않았음.
이건 억울하기보다 어이없었던 썰인데 이것도 생각해보니 내가 한국어 못하는 색목인이었으면 절대 일어날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풀어봄.
여담으로 ㅈ선생은 내 담당쌤이랑 같은 관사에서 살았는데, ㅈ선생이 새벽까지 술먹고 욕하고 노래부르는걸 참지 못하고 자제해달라고 부탁한 담당쌤은 학기 내내 투명인간 취급과 욕설을 들어야만 했음.
올해 겨울방학 하기 전, 회식자리에서 ㅈ선생은 혼자 술먹고 큰소리로 내 담당쌤 욕만 하다가 결국 회식자리 블랙리스트에 오름.
3. 영어교사 ㅅ선생
앞에서 서론한 ㄱ선생과 ㅈ선생은 확실히 비호감인 인물들이기는 하지만, 썰을 들었을 때 진위여부까지 의심될만한 막장은 아니었다고 생각함.
확실히 진상은 진상이지만 어디에서나 한두명씩 있을 법 한 사람들임.
이번에 다룰 ㅅ선생 썰은 들어보면 "이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한다고?"라고 의심을 품을 만큼 막장임 ㅋㅋㅋㅋㅋㅋㅋ
ㅅ선생은 내가 처음 근무를 시작했을때는 없었음. 겨울방학이 끝나고 난 3월부터 ㅅ선생이 중학교에서 근무를 하게 됨.
ㅅ선생은 50대 후반의 여선생이었고, 내가 근무했던 중학교의 영어과는 나를 포함해서 4명이었음.
(나, 1편에서의 담당쌤, 옆자리의 친한 여성쌤, 그리고 ㅅ선생)
ㅅ선생도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음. 외모는 볼품없고 키도 작았지만 명품으로 온몸을 도배를 한 모습이 나름 개성있어 보였음.
그리고 인정하고 넘어갈 것은 나를 제외한 영어과 선생님들 중 영어실력이 가장 뛰어났음.
ㅅ선생의 인성을 처음 인지한 것은 영어과 단체 연수 출장이 있던 날이었음.
ㅅ선생이 자기 차로 움직이자고 해서 ㅅ선생 차를 타고 연수원으로 이동함.
연수가 끝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야 하는데, ㅅ선생은 자기는 집으로 갈거니 자기 집에서 택시를 부르라고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선생의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가기에는 너무 멀었지만 차를 타면 10분 이내로 갈수 있는 거리였음.
그런데 웃긴건 연수원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나, 연수원에서 ㅅ선생의 집까지의 거리는 거의 동일했음.
정상적인 인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보통 학교까지 데려다 주고 집에 가는게 맞지 않음?
ㅅ선생의 집근처에 공용 주차장에 떨궈져서 콜택시 불러서 학교까지 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면서 담당쌤이 말해주심. "ㅅ선생은 자기한테 조금이라도 손해되는건 절대로 한한다"라고...
"많이 얽히지 않아야겠다"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이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었음.
ㅅ선생이 학교로 오고 얼마 지나지 않은 뒤, 갑자기 ㅅ선생한테서 전화가 옴.
"원어민쌤. 교감선생님이 원어민쌤 이제부터 2층에 있지 말고 1층 교무실 내 옆자리로 옮기라고 하셨어. 오늘 중으로 짐 싸서 내려와."라고 함 ㅜ
근데 이게 타이밍이 애매했던게 금요일 오후였음.
그래서 내가 "선생님 그러면 제가 오후에 수업도 있고 하니까 정리 다 하고 월요일에 옮길게요."라고 함.
그랬더니 ㅅ선생이 "아니 무슨 말을 하는거야, 안돼. 교감선생님이 빨리 내려오라고 하신다고."라고 교감선생님의 지시인것을 강조해서 말함.
그래서 어쩔수 없이 정든 2층 정보실에서 나와 1층 교무실 ㅅ선생 옆자리로 옮기게 됨.
왜 나를 옆자리에 두려던 것일까, 난 그때 전혀 생각하지 못함...
나중에 알게 된 얘기지만 내가 여쭈어보니 교감선생님은 한번도 그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ㅅ선생이 자기 이름을 쓰고 다닌다고 불쾌해하심.
근데 바로 다음주부터 ㅅ선생의 의도를 알아챌수가 있었음.
ㅅ선생은 교무실에서 업무를 거의 하나도 하지 않았음. 아침에 출근해서, 수업시간 외에는 자리에 앉아서 유튜브만 보고있었음.
월요일에 출근하니까 ㅅ선생이 시험지 뭉치를 주면서 말함. "원어민쌤, 한국말 읽을줄 알지? 이것 좀 채점해놔."라고 나한테 떠넘기고 자기는 헤드폰 끼고 유튜브 시청함ㅋㅋㅋㅋ
시험 채점은 원어민 업무가 아님. 원어민 업무는 원어민 수업 짜는것과 여름캠프 참여 및 영어 관련 동아리 보조. 뭐 이런것밖에 없음.
애초에 시험지 자체가 한국어로 써있어서 보통 원어민은 읽을 수도 없음.
그런데 사회생활 잘 하는게 시키는거 잘 하는거라고 들은 적이 있어서 한영사전 뒤지면서 채점함... (호구 인정...)
채점 끝내고 나니 ㅅ선생이 "내가 내일 2학년 수업 들어가야 하는데 진도 나갈거 알려줄테니까 수업때 쓸 PPT좀 만들어."라고 하는거임 ㅋㅋㅋㅋㅋㅋ
내 수업도 아니고 본인 수업 자료를 나한테 만들라고 시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여기서 이걸 만들어주면 호구잡히겠다라고 생각해서 "선생님 이건 제 업무가 아닌데요" 라고 말함
그랬더니 인상 팍 쓰면서 "아니야 맞아"라고 눈 한번도 깜빡하지 않고 받아침 ㅋㅋㅋㅋㅋ
말은 안되지만 일단 "아 그런가요? 제가 잘못 알고있었나봐요. 그럼 뭐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라고 말하고 원어민 코디네이터한테 페메로 물어봄.
역시나 그런건 원어민 업무가 아니었음. 그런데 또 내 업무가 아니라고 안한다고 하면 왠지 ㅅ선생 성격상 맞다고 그냥 하라고 우길 것 같았음.
그래서 개엉망으로 만들어줬음 ㅋㅋㅋㅋ
그 후로 몇번 더 시켰는데 시킬때마다 엉망으로 해서 결국 더 안시킴 (개꿀 ㅋ)
그런데 나한테 안시킨다고 본인이 만든건 아님. 내가 못만든다고 생각하니 거절 못하는 윗층 영어쌤한테 다 돌아가서 내가 미안해짐...
결국에는 윗층 영어쌤한테 넘겨준 업무를 나도 반정도 갖고와서 같이 해줌.
우리가 자기 업무 대신 해주는 와중에 ㅅ선생은 교무실에서 헤드폰 꼽고 유튜브 보면서 깔깔 웃고있는게 너무 기분나빴음 -_-
ㅅ선생에 대한 썰을 계속 풀어보겠음. 이 썰은 솔직히 억울한건 아니고 그냥 ㅅ선생의 인성이 나타나는 썰임.
내 근무지는 중학교였지만, 소속은 도교육청이어서 일주일에 세번 총 6시간을 근처 초등학교로 순회를 돌았음.
5학년 3시간, 6학년 3시간 이렇게 가르침.
초등학교는 영어선생님이랑 원어민선생님이 따로 있는게 아니어서 내가 원어민선생님이자 영어선생님이었음.
애들도 시골 아이들이라 싹싹하고 중학생한테서는 찾아볼수 없는 순수함이 있어서 난 초등학교에 순회도는 걸 싫어하지는 않았음.
근데 어느날 나한테 예고도 없이 ㅅ선생이 장학사한테 전화해서 내가 중학교에서 수업을 더 해야 하니 초등학교 수업시간을 줄여달라고 부탁함.
그런데 그렇다고 중학교에서 내 수업시간이 늘려진건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중학교에서 일주일에 한시간동안 "English Discussion Class"라고 내가 교직원들이랑 영어로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음.
근데 말만 영어토론교실이고 사실상 ㅅ선생 개인 영어과외시간이었음. 다른 선생님들 아무도 안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론적으로 초등학교 영어시간 2시간이 빠지고 ㅅ선생 개인과외 시간이 2시간 늘어남....
초등학교 애들은 다른 선생님이랑 한시간씩 더 영어수업을 하냐고 물어보니까, 그것도 아니라고 함. 그냥 영어가 한시간씩 줄은거 ㅇㅇ
학교에서 친한 선생님들한테 이 얘기를 하니까 다들 한숨쉬면서 "ㅅ선생님이 그렇지 뭐..."하는, 이제는 뭐 놀랍지도 않다 하는 반응이었음 ㅋㅋㅋ
그런데 그렇게 옆에 ㅅ선생을 끼고 살다 보니까 또 그사람의 인성에 대해 무뎌지는게 신기했음.
시간이 흘러 여름방학이 옴. 보통 여름방학때는 선생님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안나오시고 교장/교감과 행정직만 나와서 근무함.
나도 계약상 여름에 8일밖에 쉴수 없어서, 방학동안 거의 매일 출근해서 시간 때우고 있었음.
그런데 앞서 서론했던 나랑 친한 윗층 영어쌤이 기간제 선생님이셨는데, 여름방학이 끝나면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둔다고 하심.
그래서 당장 9월부터 기간제 영어쌤을 한명 모집해야 하는 판이라 학교에서 공문을 올림.
학교에서 공문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ㅅ선생이 자기가 아는 지인이 지원하고 싶다고, 이력서를 가져오겠다고 함. ㅇㅅㅇ
나는 이걸 듣고 엄청 의아하게 생각했음.
이게 왜 의아했냐면 ㅅ선생은 자기한테 피해가 가는 것은 하나도 하지 않던 사람임.
자기가 태우고 같이 연수갔었던 같은 학교, 심지어 같은 과 선생님들조차 자기 집앞에 내리라고 하고 택시 부르라고 한 사람이,
도데체 누구를 위해서 굳이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방학에 직접 원서까지 대신 제출한다고 할까? 라고 고민함. ㅇㅅㅇ
방학때는 급식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같이 출근하신 행정사님들이랑 짜장면을 시켜먹으면서 서로 의아함을 토론함.
그날 오후에 ㅅ선생이 자기 "지인"의 지원서와 이력서를 가지고 와서 교감선생님 자리에 제출해놓고 감.
행정사님들은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교감선생님 자리로 가서 이력서를 보고 왔는데...
다시 자리로 오시더니 엄청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하심.
나중에 학교 끝나고 따로 들었는데 지원서와 이력서는 ㅅ선생의 딸의 것이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기 딸이니까 저렇게까지 하지. 그래 뭔가 이상하다 했어." 라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짐 ㅋㅋㅋㅋㅋㅋㅋㅋ
ㅅ선생은 딸이 둘이었음. 첫째딸은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했기 때문에 ㅅ선생의 딸이라는 점만 빼면 지원 자격은 갖춘 사람이었음.
그런데 어이없는건 서류는 첫째딸의 서류인데, 사진은 둘째딸의 사진인거였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연고주의를 떠나서 범죄임!!
동네가 워낙 작은 지역사회라, 딸들 얼굴쯤은 교직원들이 다들 알고 있었나봄.
그래서 참다 못해 이건 진짜 아니다라고 판단한 교직원중 한명이 (정확히 누구였는지는 까먹음) 교장선생님께 찌름 ㅋㅋㅋㅋㅋㅋ
당연히 교장선생님은 노발대발 하셨고, ㅅ선생에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수 있냐고 퇴짜를 놓으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결국 일이 크게 되지는 않음. 교장선생님이 ㅅ선생한테 주의 주고 끝남. ㅎ;;;
이게 뭐 90년대에 있던 비리사건이 아니라 작년 여름에 대한민국의 공립 중학교에서 있던 사건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때 생각한게, 이번 사건은 다행히 정의로운 교직원들이 잡아냈기 때문에 무마되었지만...
이런 일이 얼마나 비일비재한 일인가 생각해봄.
지금도 대한민국의 어느 학교에서 자격증도 없는 사람이 타인의 신분을 쓰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을 수 있다는 거임.
사건 자체만 보면 어이없는 일이었지만, 이런 사례로 성공했을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보면 약간 무서운 사건이었음.
여담으로 ㅅ선생이 맡은 업무가 꽤 많았음.
도서관 관련 업무도 있고 영어과 관련 업무도 있고 했는데 정작 자기는 하나도 안하고 비정규직 선생님들한테 시킴.
하루는 이걸 알게 된 교무부장 선생님이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ㅅ선생한테 따짐.
"ㅅ선생님, 업무처리 계속 이렇게 하시면 안됩니다! 업무를 맡으셨으면 본인이 직접 하셔야죠! 매일 나오셔서 하는게 없지 않습니까?" 이렇게 따짐.
옆에서 듣고있던 나는 계속 묵혀두던 말을 교무부장 선생님이 대신 날려주셔서 사이다를 원샷한 기분이었음 ㅎㅎ
그러니 ㅅ선생 특유의 인상 찡그리면서 대꾸하는 버릇 나옴 ㅋㅋㅋ
"아닌데? 내가 경기도에 있었을 때는 다 이렇게 했는데?"라고 뻔뻔하게 대꾸함.
듣다 못해 뒤에 계시던 다른 선생님까지 합류함 ㅋㅋㅋㅋ
"ㅅ선생님, 저도 경기도에 10년 이상 있었는데 이런 경우는 한번도 못봤어요."하고 가세하심 ㅋㅋ
ㅅ선생은 "자네들이 잘못 알고 있는것 같은데?"라고 하면서 뻔뻔하게 자기는 계속 놀고 먹겠다는 주장을 내세움.
이걸 반복하다 교무부장 선생님은 너무 화가 나셔서 나가버리심 ㅠㅠ
결국 교무부장 선생님은 ㅅ선생의 나쁜 버릇을 고치는 데에 실패하심 ㅠ
아직 연락하는 선생님들 말 들어보면 ㅅ선생은 여전한것 같음.
되돌아보면서 생각해보니 ㅅ선생은 나의 1년 반의 한국생활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준, 정말 완전한 악역이었음.
해리포터 에서 등장하는 엄브릿지가, ㅅ선생이랑 비슷한 사람을 모티브로 창작한 캐릭터 같다고 생각함 ㅎㅎ
- 끝.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독자분들한테 사과드려요.
다시 한번 3편은 유머글이 아닌데 유자게에 올려서 사과드리고요.
너우 암유발적인 글을 쓴것 같아서 다 썼는데도 불구하고 이걸 진짜 올릴까? 하고 의문이 드는 글이네요.
4편은 다시 1, 2편처럼 소소하고 웃긴 이야기들을 모아서 써볼게요.
철없고 소심한 제 하소연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모두 좋은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