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베오베 보내주신 분들 다들 감사합니다 ㅠㅠ
1편 안 보신 분들은 맥락이 안 잡혀지실 거에요. 1편 읽어주시고 오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편 링크: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estofbest&no=395308&s_no=395308&page=1
그닥 재미있는 소재가 아니라 사실 처음에는 유머자료게시판에 이런걸 써도 되나...? 라고 생각할 정도였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기분은 좋네요 ㅎㅎ
한국어를 이만큼이라도 할수 있는건 인터넷 덕분인것 같아요.
이민와서도 한국에서 즐겨했던 크아랑 메이플스토리도 계속 했고 ㅋㅋㅋㅋ
중고등학생 때는 매주 무한도전 챙겨봤고요 ㅎㅎ (진짜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예능프로였는데 끝나서 너무 아쉽...)
매일 웹툰도 챙겨보고 ㅎㅎ
캐나다 시골에서 자라면서 한국인 친구를 너무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대학 들어가서는 거의 한국인 유학생들이랑만 어울렸던 것도 한몫 한것 같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유학생 선배들이 말도 안되는 똥군기를 캐나다까지 와서 부렸는데 내가 왜 그걸 다 받아줬는지 모르겠어서 지금도 이불킥 가끔씩 함)
대학에서는 역사 전공 영문학 부전공을 했는데 동아시아쪽에 비중을 두려고 하니까 자연스럽게 한국인 교수님이랑 친해져서 전문적인 한국어도 많이 써볼 기회가 되었구요.
사실 고기 구울려다 정체 들킨 썰이 제일 임팩트가 커요... 나머지는 다 그냥 소소한 썰들인것 같네요.
댓글에 여선생과의 로맨스 썰을 풀어달라는 분들이 계셨는데 그런거 없어요 (...)
젊은 여선생님들은 다 임자 있는 분들이었고 나머지 여선생님들은 4~50대 어머니뻘이었어요 ㅋㅋ
그래도 선생님들이랑 학생들이랑 다 나름 두루두루 원만하게 지냈던거 같네요.
썰 푸는건 음슴체가 제일 자연스러워서 음슴체로 갈게요 ㅎㅎ
1. 술 못마시는데 편의점에서 일부러 술 산 썰
일단 본인은 술을 전~혀 못먹음.
대학교 1학년때 한인학생회 들어가서 오티갔는데 선배가 소맥 한잔 말아준거 저녁 7시도 되지 않았는데 바로 그냥 잠 ㅋㅋㅋㅋㅋㅋㅋ
나만 그런게 아니라 우리 아빠도 똑같음. 유전인듯 ㅇㅅㅇ
근데 이런 내가 편의점에서 술을 사게 됨.
1편의 고기사건이 있었던 날이 금요일이었고, 주말에은 동네 원어민들이랑 만나서 놀고 월요일에 첫 출근을 함.
시골이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학교사람들이 너무 마음에 들었음.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붙임성이 너무 좋았음! 첫날부터 친해진 학생도 있음 (걔는 아직도 가끔씩 안부묻고 지냄)
그때 중1이었던 남학생들 무리가 있었는데 걔네들이 영어는 잘 못했지만 나한테 엄청 잘해줌.
퇴근하고 집에 가려는데 걔네들이 자기 집도 같은 방향이라고 집까지 배웅해주겠다고 함.
너무 기특해서 집까지 걸어가는 도중에 편의점에서 애들한테 음료수를 사주기로 결정하고 들어감.
애들이 음료수를 다 골라서 계산하려고 하는데 카운터 보고 계신 분(한 20대 초중반 정도 되보이는 여성분)이 "응 다해서 6천원이야"라고 반말하심.
내가 주위에서 앳되어보인다는 말을 듣긴 하지만 이때 한국나이로 24살이었음.
24살에 중딩으로 오해받은것 같아서 왠지 울컥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돈은 내고 "감사합니다" 하고 애들이랑 나오려는데 그분이 "응 또와~" 이러시는 거임...
그때 결심했음. 그날 밤에 와서 술을 사기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녁을 먹고 다시 편의점으로 향했음. 아니나 다를까 아직 그분이 계심. (나중에 안건데 그분이 점장이었음)
그래서 점장님이 또 온걸 보고 반말로 반겨주심 ㅋㅋㅋㅋㅋ "안녕~ 또왔네?" 하시면서 ㅋㅋㅋㅋㅋ
굳게 마음을 먹고 술 코너로 가서 제일 예쁘게 생긴 분홍색 이슬톡톡을 카운터에 성큼성큼 갖고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점장님이 그걸 보고 "이거 음료수 아니라 술인데?" 라고 하시면서 다시 갖다놓으라는 손짓을 하심.
님들 그거 암? 내가 한순간 후에 곧 이길거라는 확신이 드는 그 순간은 희열의 경지에 도달하는 느낌임.
"아는데요 ㅇㅅㅇ" 하고 신분증 보여줬더니 점장님이 "헐..." 하는 표정으로 "죄송해요 아까 학생들이랑 들어오셔서 학생이신줄 알았어요"라고 사과하심
근데 점장님이 너무 미안해하셔서 생각보다 통쾌하지가 않았음....
괜찮다고 하고 웃어넘기고 집에 감.
그 이후로 편의점 갈때마다 그 점장님이 너무 깍듯히 대해주셔서 오히려 더 불편했음 ㅠ 차라리 그냥 중딩 행세 할걸 그랬나 하고 몇번 생각해봄 ㅋㅋ
여담으로 그 이슬톡톡은 1년 반동안 우리집 냉장고에서 대기타고 있다가 내가 올해 2월 말에 방 빼기 전에 친구한테 줌 ㅋㅋㅋㅋㅋ
(물론 1년 반 된 술이라고는 말 안함 ㅋ)
2. 말이 씨가 된 썰
이건 중학교에서 근무한지 거의 1년정도 다 되었을때의 이야기임.
한국말 못한다는 컨셉을 한시간만에 때려치고 잡은 컨셉이 그냥 좀 철없는 애같은 선생이었음 ㅋㅋㅋㅋ
실없는 소리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학생들이 다 착해서 잘 받아줌 ㅇㅇ
지금 그때로 돌아간다면 좀더 엄한 컨셉을 잡을것 같음. 학생들이 너무 친구처럼 대해줘서 정작 혼내야 될 때도 못혼냄 ㅠ
내가 학생들한테 아이스브레이커(?)로 쓰던 멘트가 하나 있었는데, 학교 밖이나 복도에서 웅성웅성 모여서 뭐 하는 애들 보면 다가가서 "야! 너네 뭐해! 담배피지!" 하고 추궁하는 거였음.
물론 학생들은 결백했고, "아니에요 쌤 저흴 뭘로 보시는 거에요 ㅠㅠ 실망이야! 이제부턴 쌤 수업때는 잠만 잘꺼임!" 하면서 잘 받아줌.
근데 하루는 이게 뜻대로 잘 안됨 ;;
학교 끝나고 시내 빵집에서 빵을 사서 나오려던 찰나, 길거리에 뭔가 익숙한 뒤통수들이 몰려있는거임
그래서 애들 놀려줘야겠다 하고 뒤쪽으로 지나가면서 "야! 너네 뭐해! 담배피지!" 하고 놀래켜줬는데
이놈들이 진짜 담배피고 있던거임...;;;
이 시나리오는 예상하지 못해서 그냥 어버버 하고 있는데 애들이 먼저 담배 허둥지둥 끄고 사과함...
"죄송합니다 쌤! 담임쌤한테 말하지 말아주세요!" 하면서 비는거임...
그래서 얼떨결에 "그래 이놈들아 지금은 피방가서 게임이나 하고 담배는 군대가서 많이 펴라" (?) 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해주고 집에 감...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못한것 같아서 몇주동안 좀 찜찜했음... 애들한테 찌르지 않겠다고 한 의리도 있어서 다른 선생님한테 말도 못하겠고...
실없이 던진 말이 씨가 된, 웃기기도 하지만 내가 정녕 교육자의 자리에 서도 되는 사람인가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사건이었음.
써보고 나니 1편보다 훨씬 더 재미없네요 ㅠㅠ
여기는 벌써 자정이 넘어서 잘 시간이기 때문에 3편은 내일 올리도록 할게요.
3편은 웃긴 썰보다 원어민교사로써 억울하거나 어이없었던 썰을 풀어볼까 생각중입니다. (너무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올수도 있음)
2편이 너무 재미없어서 기대하셨던 분들한테 죄송하다고밖에 드릴 말씀이 없네요 ㅠㅠ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리고 좋은 금요일 오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