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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집에서 와인 마시길 즐겨한다.
그리 비싼 와인은 내 주제에 맞지도 않거니와 그 맛의 차이를 느낄 만큼의 미주가까지는 아니어서 마트표 만원 내외의 와인이 좋다.
물론 이러니 "좋은"(여기선 "비싼"의 의미)와인의 맛을 더 모르게되고(경험을 하지 못하니 그럴 수 밖에) 이러한 과정이 순환되기 때문에 와인에 관한 내 나름의 싼마이 취향이 만들어졌다고 보면 얼추 들어맞겠다.
여튼, 내가 좋아하는 술상은 마트표 와인에(요즘은 주로 "G7"인데, 가끔 사치를 부릴때면 "옐로테일"이나 "디아블로".)
순대(특히 간)나 편육(일편단심 육식편애자로서 어떤 술에도 조화롭다)을 놓고
한 잔 하는 것. 딱 좋다.
뭐 항상 여러가지 고민을 안고 살아가지만,
요즘엔 좀 크게 고민할 거리가 있어 심각한 표정으로 술상에 앉아 첫 잔을 들이키고 안주로 젓가락을 들이밀다
갑자기 사고(思考)의 길이 옆 길로 샌다.
안주를 먹고 술을 마시는게 좋을까
술을 마시고 입가심을 안주로 하는게 좋을까.
술자리에서 만난 주당들을 떠올려본다.
안주부터 맛있게 한 입 먹고, 술 잔을 드는 부류.
술 부터 한 잔 털어 넣고, '쓰읍'하면서 안주를 집는 부류.
물론 안주를 씹음과 동시에 술을 들이키고 술과 안주를 동시에 삼겨버리는 변태같은 부류도 있다.
친구 Y군은 고기집에서 만나면 늘 한결 같다.
상추와 깻잎을 탈탈 털어 한 손위에 펴고 잘 익은 고기 두 서너 점과 쌈장을 찍은 마늘과 양파를 아슬아슬하게 올리고 잘 오무려 손가락으로 쥔다.
그 상태로 소중한 고기쌈을 꼭 쥐고선, 잔을 들고 건배를 청한다.
알싸하게 한 잔 들이키고 인상 한 번 써주고 미리 준비해둔 고기쌈을 입으로 가져간다.
안주 우선 주의자 중에서도 철저한 준비성이 돋보이는 타입이다.
반면 후배 P군은 뭐랄까..도통한 도사같은 느낌이다.
워낙 주당으로 유명한 녀석인데,
한 모금 싸악 식도로 잡아넣고는, 테이블 위에 안주 중 손이 가는대로 한 점 스윽 집어 넣는다.
유유자적한 선술(先술)주의자 타입.
...이런 생각을 하다 시계를 보니 시간은 어느덧 새벽이고, 와인병은 빈 병이 된지 오래다.
이렇게 오늘도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진 못하고 테이블을 정리하고 침대에 몸을 던진다.
나는..애초 고민을 해서 답이 나오는 타입이 아닌게다.
결론은..동전던지기나 이파리 많은 가지에서 이파리를 떼면서 결정하는 방식이 잘 어울리는 나는..
술을 먼저 마시고 안주를 먹는 타입이다.
출처 | 출처-내뇌망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