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얘기를 먼저 해보려고 한다.
3년 전 15일 정도 미국여행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월마트와 코스트코 같은 대형마트를 자주 갔었는데
우리나라와 눈에 띄게 다른 점을 하나 발견했다.
계산대에 물건을 담아주는 직원이 한명 더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계산대에서 자기 물건을 허겁지겁 카트에 담고 계산하기 바쁘지만
미국에선 직원이 담아준다.
아주 친절하게 생선은 생선끼리 육류는 육류끼리, 의류는 의류끼리
각각의 비닐봉투에 담아서 고객에서 건네준다.
당연히 시간은 지체되고 기다리는 사람이 불평할 만도 했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고
오히려 즐거운 모습들이었다.
나에겐 신선한 문화적 충격이었다.
이것을 보기 전까지 난 현재 우리나라 대형마트 시스템이 - 고객이 주워담는 -
미국에서 물건너 온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고객이 수고하는 대신 물건을 싸게.. 미국넘들 참 실용적이야."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우리나라 대형마트에서 전면적으로 비닐봉투를 사용하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현재 우리나라 마트의 시스템으로 가장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거 같다.
솔직히 난 지금 방식 별로다. 즐겁게 쇼핑하고 나서 허겁지겁 카트에 주워담고 결제하고..
그렇다고 대형마트가 엄청 싸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있는 일자리도 없애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기업혁신과 시스템 개선으로 비용을 절감해야 할 기업이 가장 손쉬운 방법인
인건비 따먹기로 수익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요즘 CJ택배 공짜 노동 사태를 보면 황당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CJ택배의 수익구조를 보면 배송비 1900원 중 800원이 택배기사 몫이고
나머지 1100원을 본사와 대리점이 나눠먹는 구조다.
본사와 대리점이 얼마씩 나눠 먹는지는 보도된 자료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통상적으로 기업이 이윤을 내기위해서는 원재료를 가공해서 만들어진 제품에
인건비와 관리비 유통, 판매비 등을 더해 매겨진 가격에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수익구조가 결정된다.
그런데 택배는 이런 통상적인 구조가 아니다. 소비자가 미리 서비스에 대한 대금을
지불하고 이걸 관계자들이 나눠 먹는 구조다.
원료나 원자재를 가공해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기업활동에 비하면 거의 땅 짚고 헤엄치기다.
물론 최초 택배물품을 이송할 차량과 인력, 보관하기 위한 건물, 이를 분류하는 인력 등이
필요하지만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감수해야할 리스크에 비하면 새발에 피라고 생각된다.
각 지역의 대리점도 개인 사업자이고 그 밑에 택배기사들도 직영 직원 몇 명을 빼면
대부분 차량 지입 용역계약 형태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분류 작업까지 택배기사들이 해주니 추가적인 인건비가 들어가지 않는다.
택배 본사와 대리점주는 택배기사 관리만 잘 하면 큰 리스크없이 좋은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CJ택배 같은 경우 당연히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던가
분류작업에 새로운 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지금 공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택배기사들은 개인사업자로 되어 있어서
주52시간 근로 제한에도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800원으로 고용주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재벌들은 상생의 정신이 너무 부족하고 근시안 적이다.
미국의 대형마트들도 우리나라처럼 물건 담아주는 직원을 없앨 수 있었을 것이다.
그로인해 엄청한 비용이 절감되고 그만큼 이익으로 돌아오는대도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바보라서?
아니 그 직원들이 현재와 미래의 고객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취업률이 저조한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조직적 반발이 우리나라 사회와 기업 곳곳에서 눈에 보이지 않게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번 압구정 현대아파트 경비원 해고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