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누가 사과 하나를 사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 같았는데 알고 보니 고등학교 동창, 지훈이었지 뭐야. 지훈이 걔는 살아있는 걸 감사해야되. 내가 살렸거든. 기억나? 아름이라는 여자애. 그 애가 지훈이한테 주려고 사과쨈을 바른 샌드위치를 학교에 가져왔잖아. 근데 내가 샌드위치 안에다 지렁이를 넣어버렸지. 그래서 지훈이는 사과쨈을 먹지 못하고 살 수 있었어. 그 사건 때문에 내가 유명해졌는데 부모님은 다시는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말라고 나에게 신신당부 하셨어. 아 참 얘기가 다른 데로 샜네. 고등학교 때를 생각하니까 네가 생각이 나더라. 너도 내가 말해서 기억하겠지만 우리 가족이 대대로 과수원을 물려받아서 일하고 있잖아. 근데 과수원이라고는 뭣한 게, 딱 한 그루만 기르고 있으니까 뭐.
난 새벽부터 일어나서 직접 손으로 만든 비료에, 한땀 한땀 작은 가지를 자르고 어린 열매를 솎아. 근데 어떻게 한 그루로 생계가 유지가 되? 하고 물을 수도 있어. 믿기지 않겠지만 이어가고도 남을, 아니 좀 부담스러운 돈이 통장에 꽂히고 있어. 도대체 한 그루의 사과나무가 뭐길래. 그치?
백설공주가 먹은 독사과가 사실은 우리 조상님이 건네준 거라고 하면 믿겠니? 하긴 넌 한번도 직접 이 독사과에 대해서 들은 적도, 보지도 못했을 거야. 당연해. 이건 아무나 살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철저한 신원확인 등 절차도 무지 까다롭거든. 아니다. 의외로 간단하려나? 나도 아직까지 자세히는 몰라. 부모님이 가르쳐주지 않으셔.
아 참, 금액이 중요하지! 사과 한 개와 바꿀 수 있는 금액은 자그마치 2억. 좀 더 크고 색이 빨간 것은 가격이 2배로 뛰지. 이 많은 돈을 주고 누가 사가냐고? 슬프게도 너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큰 돈이겠지만 왜그렇게 싸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어. 그래서 요즘 가격을 좀 더 올릴까 생각 중이야.
우리 가족이 기르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에서는 독사과만 열려. 그걸 만지는데 왜 넌 죽지 않냐고 묻는다면 껍질에는 독이 없거든. 사과안에 있는 꿀 같은 있는 거 알아? 그 있잖아. 가장자리에 퍼져있는 노랗고 투명한 부분 말이야. 뭐 어쨌든 사과 하나를 정성스럽게 깎아서 죽이고 싶은 사람에게 먹이면 게임 끝나! 사과 꿀에 퍼져있는 독을 베어 무는 순간, 그 사람은 즉사하거든. 아무런 고통없이 깔끔하게. 조사하면 독이 있다는 것과 독사과를 팔았던 내가 살인자가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도 있어. 사실 나도 처음에 그게 걱정됐어. 아니 근데 부검을 하면 의문사로 밝혀지는 거야. 나도 처음에는 진짜 신기했어. 뭐 이런 사과가 다 있냐고. 사과 안에 있는 꿀도 사람 몸 안에만 들어가면 순간 독으로 바뀌는 거라서 사과 자체를 조사하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 완전범죄를 꿈 꿀 수 있지. 그럼 2억이 아깝지 않을 이유가 여기에 있지.
이 가격은 얼마 뒤엔 훌쩍 뛸 거야. 부모님이 아주 진지하게 고민하고 계셔. 암암리에 거래되는 독사과의 주문이 폭주했거든. 세상에 죽이고 싶은 사람이 많나봐. 그걸 생각하면 좀 슬퍼져. 말이 길어졌네. 아 그니까 내가 이 편지를 쓰는 이유는 넌 내 베스트 프렌드였으니까 가격이 훌쩍 뛰기 전에 사과를 살 마음이 있는지 물어보려고. 미리 나한테 귀뜸해주면 좀 더 싸게 줄 수도 있어. 부모님은 아직 내가 못 미더운지 일을 잘 맡기지 않으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