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져 공게 눈팅이 부쩍 늘었습니다.

 

뭐 워낙 오래되고 돌고돈 이야기들이라 생각하는데,, 

심심풀이로 보고 넘길만한 어릴적 고전괴담을 떠올려 올려봅니다ㅎㅎ

 

추억속으로~

 

 

 

깊은 밤 곤히 잠들어 있는데, 누군가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는 기분에 부시시 눈을 뜹니다.

불꺼진 방이지만, 창문으로 새어들어오는 가로등 불빛 덕에 방 천정에 뭔가가 희미하게 보입니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고 서서히 눈의 초점을 맞추니, 천정에 사람 얼굴 형상이 보이는데,, 무표정하게 본인을 쳐다보고 있더랍니다.

마치 금속을 주조틀처럼 천정에서 사람의 형상이 입체적으로 튀어 나와 있어 얼굴에는 그 방 벽지무늬가 그대로 보이는데, 몸은 없고 사람얼굴의 형상만 있습니다.  

비현실적인 상황과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과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 두렵지만.

귀신을 만났을 때, 무섭더라도 기싸움을 하면 이긴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것 같습니다.

두려움을 애써 누르며, 시선을 피하지 않고 누운 상태 그대로 그것을 바라봅니다.

계속 보고 있다보니,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것이 자기에게 해를 끼치지는 못하나보다 하며, 점점 용기가 생깁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지만, 천정에 나타난 얼굴이 뭔가 패배를 인정하는 표정을 지어 보입니다.

의기양양해진 승리자는 씨~익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방 문 밖을 가리킵니다.

그것은 스스스스스 천정을 타고 승자의 손가락 방향으로 나가 버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내가 귀신을 이기다니!,,! 승리의 쾌감과 턱하고 긴장이 풀리며 몰려오는 피로에 다시 기분 좋은 잠에 빠집니다.

다음 날 아침 부모님의 곡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 났습니다.

밤 사이 그 집 할머니가 급작스레 돌아가셔서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고 합니다.

사유는 심장마비..

아차! 싶습니다.... 귀신을 기싸움으로 이기고 생각 없이 의기양양하게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문 건너편이 하필 할머니가 주무시던 방이었네요.

아,,, ..오는 구나,,, 눌리는구나,, 

기분 좋게 자다가 가위에 눌립니다. 가끔 눌리는 가위지만 언제나 기분 나쁩니다.

목소리도 안나오고 몸도 못 움직이겠고, 그러나 납량특집 라디오에서 들었던 몇 가지 가위대처법을 떠올립니다.

가위는 늘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을 때만 오는 걸 봐서 영적인 문제가 아니라 신체적인 차원의 현상이라고 굳게 믿는터라, 두려움은 전혀 없습니다.

경험상 손가락 끝에서부터 꿈틀꿈틀 작은 움직임을 시도하며 마비된 몸을 조금씩 풀어나가는 게 제일 효과가 좋아, 공포보다는 귀찮음과 불만 섞인 마음으로 꿈틀 꿈틀 움직여 봅니다.

그런데, 오늘은 평소와 달리 뭔가가 옆에 있는 것 같습니다.  희끗희끗 희미한 여자가 보일랑 말랑 하는데,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그것이 웃고 있다는 확신은 듭니다.

노련한 대처법으로 빨리 몸을 움직이려고 하지만, 효과가 없습니다.

꿈틀 꿈틀 할 때마다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거리는 냉소가 들리는 듯 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몸은 조금도 움직이기 어렵고, 이 가위와 연관된 무언가가 지금 이곳에 있다는 건 점점 확신을 넘어 사실이 되어 갑니다.

식은 땀이 흥건해지고, 눈물이 날 지경으로 무서워 자기도 모르게 열과 성을 다하여 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합니다.

다행히 기도빨이 먹히는지 그것이 슬슬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볼 수도 없고, 확실히 알 수도 없지만 그것은 이제 방 구석까지 물러나 모서리 기대어 꽂꽂하게 서있는 게 느껴 집니다.

조금 물러났다고 해도 무섭기는 마찬가지, 혼신을 다해 기도문을 떠올리며 끝까지 외웁니다.

 "~~~,,,~~`,,,~~~ 아멘" 

",,,,,,,,,,,,,,,,,,,,,,,,,,,,,,,,,,,아멘"

 

기도의 마무리를 같이 소리내어준  여자의 목소리만큼은 생생하고 또렷이 들립니다.

아직도 희미한 여자형상은  이제야  끝났냐는 듯이 비웃는 듯 구석에 꼿꼿이 서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