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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강풀과의 인터뷰
게시물ID : humorbest_1448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얀형
추천 : 68
조회수 : 2714회
댓글수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6/09/23 02:09:59
원본글 작성시간 : 2006/09/23 00:46:38
만화가 강풀을 만나다

 
 

26년, 강풀과의 인터뷰

 

 

 

 

본격적인 이너뷰 내용을 적기 전에, 먼저 강풀 작가와 저와의 예전 인연을 잠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강풀 작가를 알 게 된 건 지난 2003년, 저는 딴지일보 기자로 재직하던 시기였고 강풀 작가는 자신의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똥과 토사물 등의 소재만을 엄선해 작품을 만들며 소위 엽기 만화가로 주목을 받던 시기였습니다.

 

딴지일보가 과거 '엽기'라는 문화코드를 생산, 유통시킨 장본인이다보니 당시 엽기적 창작물을 만들던 분들과는 묘한 전우애(?)같은 무언가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교류를 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강풀 작가의 엽기 내공을 간파했던 저는 딴지일보 내 성인커뮤니티인 남로당(남녀불꽃노동당의 줄임말입니다. 113에 신고하실 필요 없어요.)에 새로운 작품을 연재하자는 제의를 하였고 강풀 작가는 흔쾌히 그 요청을 수락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작품이 <강풀의 보나마나>였습니다. <순정만화> 이후의 작품만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좀 낯설겠지만 <보나마나>는 성적 유머와, 정치적 풍자가 가미된 성인을 대상으로 했던 작품입니다. 아무튼 <보나마나>를 계기로 강풀 작가와 저는 가끔씩 술도 한 잔 하면서 만화에 대해, 사회에 대해, 인간에 대해 진지한 척 고민과 의견을 나누곤 했었지요.

 

그리고 2006년 9월 20일. 미디어 다음에 연재 중인 <26년>의 최종회를 앞두고 팬과 작가로써, 이너뷰어와 이너뷰이로써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이너뷰 컨셉은 강풀 작가의 작품 전반에 대한 얘기, 그리고 문제작 <26년>에 대한 얘기, 인간 강도영에 대한 얘기로 잡았고 이너뷰를 정리하면서는 중간중간 대화 내용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부분에 대해 저의 개인적 사견을 첨부하였습니다.

 

 

강풀(이하 강) : 어이구. 너부리 기자님 오랜만입니다.
너부리(이하 너) : 네. 오랜만이네요. 앗!(강풀 작가 옆의 미모의 여성분을 보자 눈이 번쩍)

강 : (어색한 웃음)으허허. 놀라지 마세요. 11월에 결혼할 사람인데.. 같이 사는 게 아니라 오늘 일 도와주느라 같이 있는 겁니다. 놀라지 마세요. 으허허(왠지 더 어색..).
너: 흠... 같이 살지 않는다는 게 더 놀라운데요..

 

 

일동 어색한 웃음(이하 본격적 이너뷰를 위한 버퍼링적 인사멘트, 농담멘트 생략)

 

 

 

작품 전반에 관한 얘기

 

너 : 최근 명실상부 인터넷 최고의 인기 만화가로 인정받고 있는데요. 본인 작품의 힘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강 : 뭐, 다들 제 만화가 착하다고 말씀하세요. 이 놈도 착하고 저 놈도 착하고.. 안착할 줄 알았던 놈도 알고보면 착하고, 원래 착했던 놈은 나중에 가서 더 착해지고 뭐 이래서 제 만화가 좋다고 말씀들 해주시더라구요.


 

너 : 그 착하다는 기준이 뭘까요?
강 : 아마도.. 남을 위한다는 거.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거. 물론 사람이 착하기만 하면 기운 빠져요. 남의 말 잘 들어주면 착하다는 말 듣는 세상이니까. 착하다는 이야기 듣기쉽잖아요. <26년>에서도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착하게 살기는 쉬운데 올바르게 살기는 어렵다. 저도 대학 다닐 때, 제법 착하다는 소리 많이 들었거든요. 도영아 부르면 '네!' 이러고 하다보니까 착하단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착하다는 게 서글퍼 보이기도 하고.. 아무튼 여태까지 제 만화에 등장하는 사람은 <26년>까지 통틀어서 한명만 빼고 다 착해요.

 

 

너 : 아 '그분' 한 분만 빼고.
강 : (웃음)그렇죠. '그분'만 빼고.

 

 

제 개인적 관점에서 강풀 작품의 힘이 마냥 착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착함이 있기 전에 그 착함을 연출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충만한 이해'가 강풀표 만화들의 근원적 힘이 아닐까 싶네요.

 

예를 들어 <타이밍>에서 나왔던 교장선생님은 아이들과 교직원이 매일 밤 자살하거나 살해당하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는데도 학교의 위신과 고3 학생들의 수험분위기를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방치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대신 그 노쇠한 몸으로 야간에 방망이를 들고 다니며 범인을 잡기 위해 순찰을 돌지요. 그런 그를 착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작가도 그를 착하다고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교장선생님도 나름의 원칙(학생들에게 공부할 장소를 제공해야 하고 학습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 그 원칙을 지키려는 것일 뿐, 마냥 나쁜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표현하지요.

 

 

 

너 : 스토리는 본인이 직접 다 구성하나요?
강 : 네. 제가 직접 하죠. 제가 내세울 수 있는 거라곤 스토리밖에 없는데요. 뭐. 허허(또 어색한 웃음). 저는 작업을 하기 전에 대사까지는 아니더라도 결말까지, 이 주인공이 어떻게 되고 얘랑 얘랑 어떤 관계가 되고 이런 것들을 전체적으로 만들고 나서야 안심을 하고 작업을 할 수 있어요. 안그러면 작업에 못들어가요.

 

 

너 : 스토리 구성하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세요?
강 : 시간이란 것이 항상 평소에 생각 많이 했던 걸 작업으로 쓰기 때문에. <26년>도 3년 전부터 생각했던 거구요. 각잡고 앉아서 쓰는 건 두달 세달정도. 만화 한편 끝나면 보통 두세달 쉬거든요. 쉬는 동안 청평같은 데 들어가서 글쓰고 나와요. 인터넷 되는 곳은 안되더라구요. 딴짓하기 떄문에.

 

 

너 : 그렸다가 다시 그리고 그런 적도 많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강 : 그렇게 많진 않습니다. 업데이트가 걸려 있기 때문에 그림이 마음에 안들어서 다시 그린 적은 많지 않고, 그리다가 콘티를 다시 보면 이게 재미가 없어요. 그래서 갈아 엎은 적은 무지 많아요. 왜 내버려두면 마음 약해져서 그냥 내보내고 싶단 말이죠. 독자분들이 왜 업데이트 안하냐고 원성도 있고 하니깐. 하지만 제가 봐서도 재미가 없을 때는 갈아 엎은 적 많았어요.

 

 

너 : 등장인물의 관계가 굉장히 복잡하게 얽히곤 하잖아요. 예를 들어 <바보>에서 고물장사 아저씨 같은 경우.. 그냥 엑스트라에 불과할 줄 알았는데 나중에 꽤 감동적인 역할을 하더라고요. 그런 캐릭터도 다 미리 준비를 했었던 거군요.
강 : 네. 내용을 미리 써놓고 하면 좋은 게 그런 거지요. 이 사람의 끝을 알기 때문에 앞부분에서 아기자기하게 복선을 깔 수 있어요. 그러면 내용이 잘 나오더라고요.

 

 

너 : 스토리를 짤 때는 어떤 형식으로 기록을 하나요? 만화가 마치 영화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짜임새가 있어서 거의 시나리오 형식의 스토리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강 : 네. 시나리오에요. 행동 쓰고 나레이션 쓰고... (시나리오 보여줌) <26년> 마지막회 분이에요.

 

너 : 와. 한 회분이 이렇게 두껍나요? 몇 장이나 되지요?
강 : 28장이에요.

 

 

 

 

 

 

<26년>은 지금까지 30회가 연재되었습니다. 단순한 계산이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그의 만화가 완결되기까지 약 900페이지 정도의 시나리오가 든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보통 영화 한 편의 시나리오가 120~150장 정도의 분량임을 생각할 때 그야말로 엄청난 양의 시나리오라 하겠습니다.

 

 

너 : <타이밍>에서는 무당도 나오고 하던데, 독실한 크리스찬이잖아요. 아버님도 목사님이신 걸로 알고있고. 아버지한테 안혼나세요?
강 : 전혀 노터치. 사실 <아파트>부터 귀신도 나왔고. 하지만 아버지도 만화가 창작이라는 걸 인정하시고요. 아버지도 과거에 라디오 방송 작가를 하신적도 있어요. 창작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으세요. 허구일 뿐이고, 그런 소재를 크리스찬이라고 가두면 이야기가 잘 안나오겠죠.

 

 

너 :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작품을 뽑는다면?
강 : 항상 지금 하고 있는 게 애착이 가죠. 그래서 지금은 <26년>이 가장 애착이 가구요.

 


너 : 너무 착한 대답인데요(웃음).
강 : 그건 있어요. 애착이 가는 캐릭터. <바보>의 승룡이. 제가 만들어낸 캐릭터인데도 특히 애착이 가요. 다른 분들은 <순정만화>에 나왔던 캐릭터들에 무지 애착을 가질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물론 애착이 가죠. 근데 유독 승룡이에게 애착이 가더라고요(웃음). 왠지 미안하고. 내가 죽여가지고(웃음).

 

 

너 : 본인이 만화 그리면서 스스로 울거나 한 적은 없었나요?
강 : 딱 한번 있어요. 승룡이가 죽기 전에 방바닥 쓰는 장면. 사람이 자기가 죽기 전에 정리하면서 방 쓸고, 설겆이 하고 그러는데. 그러고 집밖에 나가서 깡패들 만나잖아요. 제 만화 그리면서 그런 적 없었거든요. 근데 그때 딱 한번. 괜히 눈물이 나가지고 옥상가서 바람쐬고 그랬어요(웃음).

 

 

너 : 저도 사실은 <바보>를 가장 재밌게 봤었어요. 처음에는 좀 의구심도 들었어요. 이런 진부한 소재로 과연 어떻게 독자들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하고. 근데 중반 이후부터는 그야말로 죽음이더군요(웃음).
강 : 이상하게 나이 많이 드신 분일 수록 <바보>를 좋아하는.. (웃음, 놀리는 듯한) 저희 아버님도 좋아하시고. 연세가 좀 되시는 분들이 바보를 좋아하는 경향이(또 놀리는 듯한 웃음)... 사실 저도 바보를 제일 좋아해요.

 

 

저는 사실 강풀 작가보다 한 살이 많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게 사실이어서 놀리는 듯한 웃음으로 들릴 수밖에 없었지요. ㅇㅇ;

 

 

너 : 한 살밖에 안 많은 거 알면서. 허허(씁쓸한 웃음).. 몹시 젊은 친구들은 그럼?
강 : <타이밍>을 많이 좋아하더라구요.

 

 

너 : 그럴 거 같아요. 조금은 SF적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타이밍>도 마지막에는 찡한 뭔가가 있더만요. 그런데 저는 강풀의 작품을 보면서 느꼈던 것 중에 하나가 등장 인물들이 어눌한 것 같으면서도 참 말도 잘 하고, 아주 작은 것에서도 깨달음을 갖을 수 있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인간끼리의 의사소통 능력을 보여주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참 따뜻한 부분이기도 하고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아쉬워지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강 : 그거는 아마 나레이션이 많기 때문일거에요. 그래서 그렇게 느껴지는 거 같아요. 예를 들어서 <아파트>를 그릴 때 여섯편으로 각 주인공별로 나눠서 그렸거든요. 그렇게 표현한 거는 쉽게 말해서 공포는 내가 느껴야 무서운 것 같아요. 내 공포가 중요한 거니까. 그러다 보니 <아파트>나 <순정만화>나 등장인물에게 감정이 이입이 되려면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다보니 대사는 그렇게 많지 않지만 나레이션으로 속마음을 옆에 많이 써놨거든요. 그래서 그런 느낌을 받으신 거 같아요. 그런 부분을 <아파트>할 때 많이 느꼈어요. 어떻게 하면 무섭게 할까. 옆집의 누가 느끼는 게 아니라 내가 겪는 것처럼 하려면 여섯명의 시점을 차라리 나눠서라도 그 사람이 겪는대로 하자. 그래서 똑같은 사건을 여섯 번이나 다른 시점으로 그리게 된 거지요.

 

 

 

너 : <아파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장편 만화 모두가 영화화 될 예정이잖아요? 그 중에 <아파트>가 가장 먼저 나왔는데 보시고 어떠셨나요?
강 : (약간 난처하다는 표정)아 네... 사실 좀 실망했어요. 아니 아니. 실망이라기 보다는 좀 아쉬웠다고 할게요. 어허허(본심을 감추는 웃음)

 

 

너 : 어떤 점이 많이 아쉬웠나요?(물론 '좀' 아쉬웠다고 했지만)
강 : 영화가 원작이랑 어느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많이 다르거든요. 원작에서 사람들이 왜 재미있어 했던가를 좀더 분석해주셨더라면, 원작에서 설정만 가져가는게 아니라 원작에서 재미있어했던 부분을 가져갔으면 좋았을거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너 : 완전 공포물이 되서 실망했다는 말씀?
강 : 아니요. 그냥. 좀... 여태까지 많이 봤던 공포가 되어서 실망...(아까는 아쉽다 했으면서)

 

 

너 : 뻔한 공포가 되서?
강 : 그렇죠. 좀 돌려가면서 말할라 했는데(웃음, 이젠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우리나라 공포영화는

너무 사다코가 지배하고있는 것 같아요. 걔가 한번 텔레비젼에서 기어나온 이후로 너무 많이 그게 지배하는데다가. 그 <아파트> 만화 그리면서 절대 할 수 없었던 게 뭐였냐면 깜짝 놀래키는 거에요. 스크롤로 만화를 보는 거기 때문에 소리도 없고 그래서 놀래키게 할수가 없었거든요. 갑자기 스크롤을 확 내릴 수도 없는 거고(웃음).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와 상황을 가지고 무섭게 만드려고 노력을 했지요. 그런데 공포영화들이 착각하는 게 놀라는 거랑 무서운 거랑 같은 걸로 아나봐요. 저는 만화에서는 놀라게 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무서운 상황을 만들려고 했는데. 비단 <아파트> 뿐만이 아니라 공포 영화들이 주로 놀래키는 데 주력하는 거 같아요.

 

 

너 : 그러게요. 영화 <아파트>는 사다코 뿐만 아니라 주온의 음향 효과도 많이 참고(?)를 했던 거 같더라구요. 길 게 늘어지는 트림 소리 같은 거.
강 : 나름대로 뭐 애쓰신 것 같아서(웃음).

 

 

강풀의 만화가 영화화 되었던 <아파트>

 

 

너 : 기사 검색 해보니까 원래는 영화화 작업에 관여를 안하려고 했는데 <아파트>때문에 관여할 생각이라고...
강 : 이미 예전에 영화작업 들어간 것들은 그렇게 못하고요. <타이밍>부터는 좀 관여를 하려고요. 다른 것들은 시나리오 작업이 다 되었거든요. 원래는 영화 작업에는 전혀 관여를 하지 않았어요. 심지어 영화사에서 시나리오 트리트먼트할 때 오라 그래도 잘 안갔거든요. 그때 생각에는 만화는 강풀꺼지만, 영화 <아파트>는 안병기 형님 당신꺼에요. 알아서 하세요. 그렇게 했었는데. <26년>이나 <타이밍>이나 이런 것들은 회의할 때 들어가서 보고 의견을 내놓는 정도는 하려고 해요. 조금은 관여를. 관여라기보다는 참여를 하려구요.

 

 

너 : <바보>의 승룡이는 혹시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하신건가요?
강 : 실존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제가 풍납동에 실제로 살았거든요.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떄까지 계속 살았는데 우리 동네에 실제 바보가 하나 있었어요. 추리닝입고 맨날 자전거 끌고다니는 형이 하나 있었죠. 어느 동네나 대표바보가 있잖아요. 어렸을 때 그 형 생각이 나더라구요. 제가 초등학교 때였는데 그 형은 많아야 고등학교 정도? 그정도 나이였는데 학교는 안 갔죠. 우리가 놀고있으면 자전거를, 무지 깨끗한 자전거를 끌고 다녔어요. 타지는 못하고. 우리가 오징어나 짬뽕을 하고있으면 옆에서 자전거랑 같이 서있는 거에요. 걸리적거리게. 그러면 우리 어렸을 때는 너무 철이 없었으니까 바보를 때리면 용감한 애였잖아요. 왠지 나이 많고 덩치 큰 사람을 혼내줬다는 것으로 인정받는 것 같고. 괜히 "야이 X새끼야" 막 이러고 놀았어요. 때리기도 하고. 어렸을 때.

 

 

너 : 본인도 떄린 적이 있겠죠(웃음)?
강 : 저는 욕은 좀 했어요. 가서 때린적은 없었고(웃음). 괜히 그런 거 있잖아요. 바보를... 물론 지금 생각하면 철딱서니 없고 엄청 못된 행동인데 그때 또래들 보면 남자애들이 쎈 게 인정을 받는 그런 거였거든요. 참 못됐던 거 같아요. 그 형 생각이나요. 얼굴도 기억이 나고. 면도 잘 안했고 똑같은 추리닝 입고 다녔던 그 형이 <바보>의 모티브였죠.

 

 

너 : <바보>에서 동생이 굉장히 희귀한 병에 걸리잖아요. 부모는 40대에 발병하고 유전된 자식은 10대에 발병할 수 있으면서 병에 걸리면 이상하게 성격이 못되지는 병. 그런 듣도 보도 못한 병은 실재로 취재한 내용인가요?
강: 네. 수소문 다 하죠. 의학 관련해서는 오영진 선생님이라고 있어요. 제가 만화에서 요구했던 그 병이 정말 굉장히 까다로운 거였어요. 유전이 되야 하고, 사춘기 때부터 병이 나타나야 하며, 죽을 수도 있는 병이어야 한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께서 찾아내주신 병이 바로 '다낭성신질환'이었죠. 당연히 만화 그리다보면 주위의 많은 분들한테 자료 협조를 받게 되는데 <26년>에서 나오는 총기와 관련해서는 펜더님(과거 딴지일보의 군사전문 기자)한테 문의를 드리기도 했고요. 또 '그분'의 집 구조라든가 상세 정보는 MBC의 이상호 기자님을 만나서 직접 듣기도 했습니다. 그밖에도 제 애인, 부모님, 주위 만화가 선후배님들한테는 포즈 모델로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고요.

 

 

 

 

 

 

<26년>에 관한 얘기

 

 

 

 

너 :  작품 전반에 대한 얘기는 이 정도로 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26년>에 관한 얘기를 물어 볼게요. 먼저 <26년> 종결을 앞두고 지금 심정이 어떤지?
강 : 빨리 마감을 해야되겠다.. 라는 생각이(웃음). 마지막 회가 지금 분량이 너무 많은 데다가 여태까지 그린 만화 중에 <26년>에 나온 주인공이 제일 많아요. 모두 13명이더라구요. 대사라도 있고 분량있는 사람이. 주인공의 죽은 부모까지 치면 거의 스무명이 넘어가는데. 그 한 회에 13명이 다 나와야 하고 누구하나 놓칠 수가 없으니까. 어이구 지금 시간이...

 

 

'어이구 지금 시간이...' 이 대목을 읽는 분들 중에 혹자는 <26년> 최종회가 이번 이너뷰로 시간을 뺐겼기 때문에 더 늦어진 게 아니냐. 기자 죽어라 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단언컨데 그렇지 않습니다. <26년> 최종회의 업데이트는 이미 다음주 월요일. 그러니깐 9월 25일에 업데이트 될 것이라고 작가는 고백을 했더랬지요.

 

 

<26년>하면서 이거를 지금 끝마친다는 생각에 너무 홀가분한 것도 있어요. 내가 살면서 두 개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중에 하나가 이거였거든요. 이거를 이제 올해 못하면 내년되서도 더 못할 거 같고, 내후년되면 더 못할 거같았어요. 그래서 또 우리사회가 이정도 되었으면 이런 만화가 하나쯤 나와야 한다. 만화든 뭐든간에. 그래서 삼년을 고민했는데 결국은 저질렀고 현재까지는 만족해요. 부족한 것도 잇지만 현재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족해요. 물론 아직까지는 최종회 작업이 덜 끝났기 때문에 긴장을 하죠.

 

 

너 : 꼭 해야 한다는 다른 하나는? 예수님 얘기라 했던가요?
강 : 네. 어린 예수. 예수님의 밝혀지지 않은 생애를 창작으로 해가지고 한번.. 그동안 신학공부도 좀 하고 마흔 넘어서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너 : <26년>만큼이나 논란이 될 수도 있겠네요?
강 : 논란 안 될 거에요. 착하게 그릴 거기 떄문에(웃음).

 

 

너 : <26년>의 댓글을 보면 1회분에 보통 천 개 이상의 네티즌 댓글이 달리던데요. 현재 워낙 논란이 되고 있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댓글들을 자세히 보니까 사실 50% 이상은 '언제 올라오냐', '강풀은 거짓말쟁이' 뭐 이런 댓글들이 흐흐..
강 : (머쩍은 웃음)처음에 그 딜레이 되는 상황이 언제부터 벌어졌냐면, 사실 <순정만화> 때는 굉장히 잘 지켰어요. 근데 <아파트> 후반 때부터, 내가 너무 조급해지는 거에요. 너무 미안하고. 솔직히 얼굴 안보이는 사람들한테 별로 안미안하거든요. 으하하(쎈척하는 웃음). 솔직히 제일 눈치보이는 게 누구냐면 다음 미디어 담당자 분. 얼마나 짜증나겠어요. 나때문에 야근하고 그러는데.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제는 내공이 쌓인 게 아니라 뻔뻔해져 버렸어요. 그래서 '기다려. 기다리면 내가 진짜 재미있게 해줄지도 몰라.' 이런 생각 있잖아요(웃음). 예전에 타이밍에서 그런 적이 있었어요. 대충 내보내자. 마감 넘기 전에. 딱 한 회를 그렇게 내보냈는데 정말 땅을치고 후회하게 되더라구요. 이게 한 주가 문제가 아니라 내 평생에 남을 만환데 내가 왜 이렇게 한 두 시간을 못참아가지고. 좀더 손을 봐서 빗방울 하나라도 더 그렸어야지.

 

 

 

 

 

그래서 지금 <26년> 그리는 자세가 그렇게 됬습니다. 지금 이 만화만큼 업데이트가 개판된 만화가 없는데. 그만큼 사활을 걸고있기 떄문에 더 좋은 걸 할라고, 차라리 하루 이틀 욕먹고 말지. 그래도 나중에 볼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 좀 잘좀해보자. 그런 생각이 많아요. 아무튼 일단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제가 맨날 공지를 스스로 띄우거든요, 수요일에 올리겠습니다 해놓고 막 목요일날 올리고 그러는데, 그것은 정말 반성하고 죄송할 일이죠. '잘못했습니다.'라고 꼭 써주세요. 헤헤헤(비굴한 웃음)

 

 

너 : 이번 <26년> 스토리가 완성되는데 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강 : 내용은 3년 전부터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요. 스토리를 준비하면서 제일 주안을 뒀던 게 광주 이야기 하면 오래된 이야기잖아요. 역사적으로는 물론 오래된 일이 아니지만. 현대로 끌어오는 게 중요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야기가 그렇게 나왔죠. 구체적 스토리에 대해서 각잡고 쓰기 시작한 건 연재 시작하기 서너달 전부터 썼고요. 원래는 <26년> 안 쓰고 <순정만화 시즌3>을 하려고 준비를 다 했었어요. 시놉단계까지 들어가고 하다가, 어디가서 운전하고 돌아오는데 아 진짜 안되겠더라구요. 만화가 영순이 형에게 전화해가지구  "영순이형. 나이거 정날 해야겠다. 이거 올해 안으로 못하면 영원히 안할거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니까 형이 "에효 니가 그렇게 하려면 해야지 뭐." 그러더라구요.

 

 

너 : <26년>의 경우 연재 도중에 정치 단체로부터의 압박이라든가 그런 게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많았는데요. 어땠나요?
강 : 없었습니다. 만화를 시작하기 전에 두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했었어요. 하나는 분명히 압박이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긁어 부스럼내려하지 않을 것이다. 근데 아마 후자쪽으로 가는 거 같아요. 사람들은 뭔가 압박이 있지 않았겠냐 싶은데.. 만화에서도 그런 비슷한 내용이 있잖아요. 그분 집에서 말썽이 있었을 때 만화에서도 괜히 소문내서 이슈화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게 그쪽 입장일 거라 예상했죠. 그런데 영화화가 되고 그러면 좀 뭔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26년중> 한 장면

 

 

너 : 만약에... 모방 범죄라고 할까요? 일단 범죄는 범죄잖아요?
강 : 일단 범죄죠.

 

 

너 : 본인의 <26년>을 보고서 누군가 모방 범죄를 저질렀다고 했을 때 어떤 느낌이 들 것 같은가요?
강 : .......

 

너 : .......?
강 : .......;;;

 

 

너 : 저라면... 좀 좋을 거 같기도 한데요(히죽).
강 : 풉. 돌려서 말할게요. 제가 굳이 원하는 일은 아니에요. 제 만화를 보고나서 뭐 행동을 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제가 만화를 그릴 때 제일 일착으로 생각했던 게 무조건 재미있게. 진짜 무조건 재미있게였습니다. 제가 <26년>을 하기 전에 광주에 갔었어요. 광주 가서 518묘소 갔었거든요. 제가 그렇게 피가 뜨겁고 그런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518묘소가면 묘비뒤에 다 사인과 그 사람의 유언같은 거가 적혀있어요. 돌 뒤에. 묘비 뒤에. 그거 보면서 마음이 너무 무거워지는 거에요. 무조건 거룩하거나 엄숙하게 해야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 518문제나 광주문제를 이야기하거나 만화로 그리면 꼭 보는 사람만 봐요. 저는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기분은 굉장히 무거워지는데 오히려 정말 재미있게 만들고, 정말 개성적으로해서 사람들이 더 많이 보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고요.

 

 

 

처음에는 오션스일레븐 분위기로 갈까 그런 생각까지 했었어요. 근데 그건 너무 518을 가볍게 생각하는 거 같기 때문에. 이야기의 3할정도는 그 518 당시의 아버지들 얘기로 가고. 나머지는 그 후손들의 얘기로. 아무튼 저는 저의 만화로 모방 범죄가 일어난다거나 하는 것은 원치 않는 일이고 사람들이 518에 대해서 잊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왜 만화에서 조직폭력배가 나오잖아요. 그것도 사실 고민 많이 했어요. 조폭 미화는 아닐까. 너무 멋있게 나오고 온갖 폼은 다 잡고 있고. 근데 캐릭터 상에서 칼 들고 미친듯이 날뛸만한 캐릭터 직업군이 하나도 없는 거에요. 이종격투기 선수로 할까(웃음) 이런색각도 하고 별 생각을 다 했어요. 완전 양아치로 할까. 그러면 양아치 동네 친구들이 갑자기 와서 도와준다는 것도 말이 안되는 거 같고. 지금 내가 이걸 대중성으로 승부를 걸려고 하는데 그런 것까지 따지지는 말자. 그래서 만화가 출발되기 2주 전까지만 하더라도 조직 폭력배는 빼려고 그랬어요. 근데 그냥 넣은거죠. 더 재미있게하기 위해서. 대답을 엉뚱한 대답을 했네(웃음).

 

 

너 : 자 다음 질문입니다. 아직 마지막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일겁니다. '그분'이 죽나요?
강 : (..................)

 

 

너 : 아 그래요?(환한 웃음, 뭐라 설명하기 힘든) 
강 : (..........................)

 

 

너 : 아항.
강 : (....................................................................................) 제 만화가 항상최정점까지 올라갔다가 그 다음에 막 잔잔한 얘기하고 끝
냈거든요. 이번엔 그냥 거침없이 올라가서 롤러코스터 맨 위에서 끝내버리려구요.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봤을 때 허탈해 할 수도 있고. 이게 누가 죽은거야 이런 분위기에서(웃음) 끝내려고 하는데. 제 깊은 속마음은 사실... 푸하하!
너 : 네이버 지식인에 질문들 많이 올라오겠군요. (웃음)

 

 

독자분들께서 가장 궁금해 하실 수 있는 부분이 되겠지만, 처음에는 그냥 공개할까 생각도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작품의 결말은 작가의 작품으로 직접 확인을 하는 것이 마땅하기에 지금은 공란으로 처리했습니다. <26년> 최종회가 업데이트 되고난 후에 공란의 얘기도 공개토록 하겠습니다.

 

 

너 : 아직까지는 별다른 정치적 압박이 없었다고 했지만 이제 최종회가 나가고 나면 더욱 이슈화가 될 수도 있고 그래서 만약 정치적, 법적인 압박이 들어 온다면 어쩌실 생각인가요?
강 : 제가 그런 고민 떄문에 이걸 못했었어요. 친한 만화가 형님들이나 주변의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안하는게 낫겠다고. 그런데 이런 거 저런 거 다 따지면 못하겠더라구요. 그때 일은 그때가서 대처하는 방법밖에 없다. 정말 단순 무식한 걸로... 뭐 네티즌들이 알아서 해주겠지. 네티즌들의 빽을 믿고 무대뽀로 하는 거에요(쫌 잘보이고 싶어하는 듯한 웃음). 그래서 그런 생각 안해요. 뭐, 어떻게 되겠지. 솔직히 저는 이거 빨리 끝나고 영화 쪽으로 넘어갔으면 좋겟어요... (웃음)

 

 

너 : <26년>을 비판하는 분들 중에는 이런 분들도 있습니다. 사실 518의 직접적 피해 당사자는 물질적인 보상이 더 현실적 위로이고, 직접적 보상이다. 지금 518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정치인이 됬든 예술가가 됬든 1차적으로는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려는 것이다. 뭐 이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도 있지요.
강 : 그것도 저 동의해요. 아, 가끔 짜증나더라구요. 가가지고 광주 영령 앞에서 절하는 정당들 보면. 그것도 그 정당이 그걸 할만한 당이 아닌데 하고 있더라구요. 저 당은 왜 저러고 있지 이런 생각도 가끔 들고(웃음).

 

 

 

 

강풀 작가 작업실에서 키우고 있는 고양이가 소란을 피워서 이너뷰가 잠시 중단.

 

 

누가 물어보면 그렇게 대답해요. 그냥 재미있는 만화 하나 그리고 싶었습니다. 나는 뭐 의도도 없고..(웃음)

 

 

너 : 그리고 하필 왜 광주냐? 역사적 부조리는 그것 말고도 많은데. 예를 들어 친일파 청산의 실패 문제 같은 것들도 있지요.

강 : 저한테는 광주 문제가 중요했어요. 그 전부터 물론 있었지만. 어쩌면 친일파 떄무터 내려온 건지도 모르지만. 가장 극명한 곳은 광주가 아닐까 싶어요.

 

 

너 : 그 이유는?
강 : 전혀 청산이 안됐으니까요. 다른 것도 물론 청산 안됐어요. 근데 저는 그 광주를 생각할 때 드는 생각은... 그 잔재들이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거든요. 다 남아있는데... 심지어 그때 그 사람들에게 아직도 지배를 받고 있는 게 사실이거든요. 그리고 광주를 생각하면서 가장 열받는 게 뭐냐면 처벌 받고 이런 걸 떠나서 가해자가 일단 용서를 빌었으면 좋겠어요. 만약에 그 피해자들이, 저는 그 계엄군들도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만화에도 그부분을 많이 표현했지요... 계엄군도 어떻게 보면 피해자다. 어쩔 수 없는 그 상황을 만든 사람들이 진범인데. 누가 누구를 화해하고 용서해주고 싶어도 용서를 빌어야 용서가 되죠. 지금 전혀 안그렇잖아요. 지금까지도 그냥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죠. 심지어는 그 정권이 바뀌고 난 후에도 단죄는커녕 당선됐다고 인사하러 가더라구요. 와 그걸 보면서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렇게밖에 못하나..

 

 

너 : 이런 의견도 있습니다. 역사적 관점에서 봤을 때, 518의 발포명령과 관계된 사람들, 심지어는 '그분' 역시도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같이 맞물려간 개인일 뿐이다...
강 : 제일 골까는게.. 죄송합니다(웃음, 약간은 흥분). 웃기는 게 뭐냐면 이런 이야기 나올 때마다 이러는 사람들이 있어요. 역사에 맡기자. 아니, 그럼 우리가 살고있는 건 역사가 아니야? 그런 거 있잖아요. 지금 살고 있을 때는 왜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역사에 맡기기는 개뿔. 지금 역사가 그렇게 흘러간지가 삼십년이 다 되가는데.

 

 

너 : 그러니까 아무리 역사적으로 생각해봐도 나쁜 놈 맞다?
강 : 절대악이라고 생각합니다.

 

 

너 : 일종의 정치적 표명이라 볼 수 있는데 이건. 굉장히 직설적인...
강 : 헤드라인을 '전두환 절대악' 이렇게만 안하면(웃음). 환장하겠더라구요 그런 거... '뜨거웠던 마감의 현장' 뭐 이런 걸루다가. 으허허(웃음)

 

 

너 : 그동안 중간중간 FTA에 대해서도 만화화한 적도 있고, 사회적 문제의식을 많이 표출해오셨죠? 지금 느끼는 문제의식 중에 518 외의 다른 것들이 있다면?
강 : 지금은 뭐, 별 생각 없는데요. 최근에 열 받는 건 중국애들 때문에. 아 놔, 이건 뭐 #$%^&(*&^!##@$#$%@#$@$&&(알아서 해석들 하세요). 일본에 채이고 중국에 채이고.. 다 지들 땅이래. 씨바!!!

 

 

너 : <26년> 완결 이후에 하고 싶은 일들은?
강 : 일단 11월 11일에 결혼을 해야지요(웃음). 결혼하고 나서는 그냥 좀 쉴 거에요. 다음 작품 생각하고 있는 게 지금 몇 개 있기는 한데. 그중에 하나 선정해서 글쓰고... 그리고 지금까지는 온라인으로만 계속 활동을 했는데 다음 작품도 계속 온라인에 올릴지 아니면 오프라인에 연재를 할지 고민도 해봐야 할 거 같고요. 어쨌든 예전 <타이밍> 끝나고 너무 힘들어서 이년 쉬겠다고 해놓고선 다시 돌아왔는데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그냥 몇달 쉬면서 글 쓰고 그러고 나서 다시 시작하려구요. 내년 뭐 늦어도 초여름이면 다시 만화로 독자분들 찾아 뵐 수 있을 거 같아요.

 

 

너 : 네. 오늘 바쁘셨을텐데 많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 : 네. 감사합니다. '뜨거웠던 마감의 현장' 잊지 마시고요.

 

 

 

 

정말이지 '뜨거웠던 이너뷰의 현장'이었습니다. 어쩌면 조심해야(?) 했을 말들도 거침없이 나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인터뷰를 진행한 저는 강풀 작가의 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너뷰가 진행되는 시간내내 즐거웠습니다. 특히 <26년>과 관련된 얘기를 진행할 때는 더욱.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라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검찰의 논리지요. 하지만 이 말은 애매합니다. 먼저, '성공한'의 의미가 애매합니다. 아마도 정권을 획득한 쿠데타가 '성공한' 쿠데타라고 정의하는 것 같습니다만 그렇다면 성공으로 인정할 수 있는 시한은 영원불멸인지가 애매합니다. 그리고 '처벌할 수 없다'고 하는 문장의 주체가 누구한테까지 적용되는지도 애매합니다. 쿠데타 정권이 실질적으로 행정부를 장악한 상태이기 때문에 사법부의 판결을 실행할 행정부가 유명무실하다고 가정함으로써 '처벌할 수 없다'라고 한다면 처벌 불능의 주체는 아마도 사법부에만 국한된다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주체가 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처벌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그분'

 

 

사실 이너뷰 내용은 지금까지 정리한 것보다 더 많았습니다. 서두에서도 밝힌 것처럼 '강도영은 어떤 인간인가' 하는 컨셉으로 더 오간 얘기들이 있었습니다만, 정리를 하다보니 그야말로 스크롤의 압박이 도가 지나친 것 같아 여기서 줄이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의 어린 시절 얘기와 가족 얘기, 그밖에 백수 시절의 얘기 등도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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