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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옵서예 1화
게시물ID : panic_988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홍삼맛캔디21
추천 : 2
조회수 : 80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7/05 17: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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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서울
 
[취조실]
5시간째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세 사람이 입을 연다.
지치기 시작했던 검사는 연일 사건 현장 사진만 들여다보고 있던 터라
그들이 고개를 들고 입을 땐지도 모른다.
약속이라도 한 듯 다른 공간 같은 시간에 그들은 같은 말을 내뱉는다.
 
“지금까지 모든
 
“일들은 모두
 
“우연일 뿐입니다.”
 
 
-6개월 전-
 
2017년 서울     
 
[경찰서]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사건 뉴스 타임입니다.
대방동 여고생 살인사건의 공범으로 조사를 받은 3명의 용의자가
무혐의로 풀려난 지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이들의 잔인한 범행 수법은 아직도 시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교회 옆 살인사건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하지만 경찰은 아무런 물적 증거와 목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이들을-“
 
띠리릭
 
“야 왜 꺼
 
“넌 형사가 되가지고 경찰의 실추를 떨어뜨리는
저런 뉴스를 굳이 봐야겠어?”
 
일주일 째 뉴스에 빠지지 않는 사건으로
전국에 있는 사람들이 한번쯤은 이 사건을 거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뉴스의 반 이상은 형사와 경찰의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다는 질책이 주를 이루었다.
의자에 기대어 앉아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동료형사는 방금 들은 말에 대꾸를 했다.
 
“우리가 뭐 풀어주고 싶어서 풀어줬나?
아니 그 흔한 CCTV 하나도 없는데-”
 
그때 경찰서 문을 힘없게 열어 들어오는 한 형사.
 
“저 왔습니다
 
동료 형사들이 김 반장과 한 형사를 번갈아서 쳐다봤다.
김 반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짜고짜 한 형사를 향해 삿대질을 하려는데
 
“야 너 왜 이제 오는 거야!”
 
김반장의 말을 옆에 있던 동료 형사가 가로챘다.
 
“요 며칠째 연락은 왜 안 됐던 건데!”
 
이번에도 말을 가로채는 동료 형사에게 김 반장이 화를 냈다.
 
“야 인마 네가 반장이냐!”
 
“저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여기가 너희 집 안방이야? 오냐오냐했더니 아주-
눈에 뵈는 게 없어 이제?”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한 형사는 자신의 책상으로 간다.
그리고 책상 밑에 있던 상자를 꺼내 몇 가지 서류와 책들을 담기 시작한다.
 
“너 뭐하는 짓이야?”
 
“그만두려구요”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오는 김 반장을 동료들이 눈치를 살폈다.
이 형사가 한 형사의 옆으로 와서 말을 건다. 하지만 옷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몇 걸음 뒷걸음질쳤다. 손으로 코를 막으며 말을 이었다.
 
“야 한 형사. 너 왜 그래, 반장님이 뭐라고 해서 이러는 거야?”
 
“아니. 전부터 생각했어.”
 
따르릉
 
“여보세요!”
 
짜증이 섞인 말투로 전화를 받지만 바로 나긋해지는 김 반장의 목소리다.
 
“네? 한 형사를요? 아 네. 알겠습니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김 반장은 알 수 없는 눈으로 한 형사를 응시했다.
 
“위에 있는 분 호출이다”
 
자신의 이름이 나왔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상자 덮개를 겹쳐서 정리하던 한 형사는
이제서야 제대로 김 반장의 얼굴을 마주했다.
 
 
 
[경찰청장 사무실]
경찰청장 박기백 이라는 문구가 달린 문을 보고 노크를 했다.
 
똑똑
 
몇 분이 흘렀을까.
둘은 한참 동안 말없이 있다가 청장이 먼저 말을 꺼낸다.
 
“방배동 살인 사건 말일세.
자네가 담당해주게
 
“더 이상 제 일 아닙니다.
저 형사 그만둘 겁니다.”
 
“사표 처리하는 게 누굴까.
그만두더라도 이번 사건은 해결하고 가야지.”
 
“싫습니다.”
 
청장은 예상했던 대답이라는 듯이 전혀 놀라지 않고 피식 웃는다.
 
“증인이 있네
 
“네?”
 
“이제 좀 관심이 가나?”
 
…....”
 
“방배동 살인사건 현장에서 공범 3명이
그 자리에서 잡힐 수 있었던 이유, 뭐라고 생각하나?”
 
“….잘 모르겠습니다
 
“밑에는 얘기해 놓겠네. 천천히 수사 다시 시작하게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 한 채 입을 다문 한 형사는
고의인지 아닌지 만지고 있던 난의 이파리를 부러뜨렸다.
청장은 한 형사가 나가는 모습을 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뒷짐을 지고 커다란 유리창 아래로 보이는 사람들과 건물들을 감상했다.
 
 
 
같은 시각
[제주도]
 
꽃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는 정원을 지나 세 사람은 한 저택 앞에 도착했다.
처음보는 멋진 저택에 잠시 넋을 잃었다.
가운데 서있는 수진이 멈춰 서서 무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여기인가?”
 
여자는 어깨를 약간 넘은 긴 머리에 뽀얀 피부를 가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약해 보이지만 캐리어를 잡은 팔을 보면 분명 힘이 있어 보였다.
 
“걸어온 보람이 있네
 
파마를 한 듯한 곱슬에 머리카락색은 갈색인 모습이 세운의 미소를 천진난만하게 보이게 했다.
동의를 구하듯 옆에 있는 두 사람을 번갈아 가며 본다.
 
“결국 여기까지 왔네
 
마지막으로 대답하는 동준은 정갈한 짧은 머리에
아직 고등학생 티를 벗지 않은 모습이 묻어났다.
셋은 다시 저택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들의 뒷모습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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