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별 5점 중에 2개 반 정도 드리고 싶은 영화였습니다.
단점 먼저 나열해보고 장점은 나중에 적어볼게요.
단점
1. 배우들이 대사 칠 때 대사 사이 침묵이 너무 길어요. 그러니까 한 20년 전 쯤 연극 무대 특유의
대사 같이 한 쪽에서 대사 완전히 치고 다 이해했음 다음 대사 칠게요 수준으로 텀이 깁니다. 상영 시간이
대략 2시간 정도 되는데 과장 좀 보태서 대사만 정상적으로 치면 1시간 40분으로 줄겠는데 싶을 정도입니다.
2. 대사가 질적으로 너무 형편 없어요. 일차원적이고 평이를 떠나 수준 이하입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
영화 각본 쓰는 사람들 좀 알아야 할게 욕은 잘 쓰면 평타 못 쓰면 작품 질을 확 떨어뜨립니다. 그동안
조폭 영화들이 너무 많았던 이유였을까 현실적으로 쓴답시고 대사에 욕이 많이 들어가는데, 보고 오신 분 중
공감하시는 분들 계실거에요. 배우들이 하는 욕 완전 붕 떠서는 연기 잘하는 배우들 연기 못해보이게 만들만큼
대사 질이 형편없습니다.
3. 인물들 중에 능력자 중 메이드 인 USA 라고 한국말과 영어를 섞어 쓰는 인물들이 나오는데 요건 컨디션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능력자들의 복장이 좀 촌스러워요. 흔히 중국 쪽 능력자물 영화에
나오는 전형적인 캐릭터처럼 외형 설정이 돼서 좀 아쉽습니다. 이건 장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4. 캐스팅 미스인거 같은 배우들이 좀 있어요. 영화에서 연기 못한다는 말 듣는 배우 없었는데, 그 배우들 연기
못하게끔 보이게 하는 대사와 캐스팅 미스가 좀 보입니다. 중년 연기자들이 특히나 그런데 김병옥씨 얼굴하고
캐릭터하고 너무 안 어울려서 복선인가 싶을 정도로 오해하게끔 만들어요. 그리고 조민수씨. 이 분 연기 못하는
분 절대 아닌데 진짜 극에서 완전 붕 떠 있습니다. 이 정도면 각본과 연출의 문제에요. 박희순씨도 좀 붕 떠있는데
메인 악역 둘이 이러고 있으니 영화 집중 진짜 안됩니다.
5. 설명충. 극을 서사와 장치에 따라 관객이 이해하게끔 해야지 후반부에 줄줄이 다 설명하고 앉았습니다. 심지어
한 문단 안에 똑같은 문장이 두 번이나 들어가요. 진짜 최근 영화 보면서 대사 이렇게까지 후진 영화 없었던거 같아요.
6. 여기서 조금 스포 나옵니다. 사실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반전이 있습니다. 그런데 뭐 경악할만큼 놀랄만한 얘기는
아니라 심지어 알고 있어도 별 상관은 없습니다. 문제는 그 반전을 위해 감독이 관객한테 거짓말을 합니다. 김다미씨가
최우식씨에게서 부모에 대한 위협을 들었을 때 친구에게 친구 아버지인 경찰을 부르라 하고 자신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데 이 때 시내부터 집까지 내내 혼자 다닙니다. 이 때 김다미씨 울고 불안해하는 걸 다 보여줍니다. 그런데 후반에
반전이랍시고 보여주는 장면에 최우식씨가 위협하고 차 창문을 올리고 떠나갈 때 김다미씨가 씨익 하고 웃는 장면을
보여줘요. 물론 키워준 부모가 걱정돼서 그런 표정을 지을 수는 있습니다만 시간 순서 상으로 나열하면
최우식씨가 위협하고 차 창문 올리고 감 ㅡ> 김다미씨 씨익 웃음 ㅡ> 친구에게 경찰 아버지 호출 부탁 ㅡ> 울면서 택시 타고 집에 옴
아무리 봐도 이상하고 감독이 관객을 속인게 아니라 거짓말을 했다는 점에서 더 깊게 실망했습니다.
쓰다보니 너무 기네요. 이제 장점 얘기하겠습니다.
장점
1. 요 몇 년 사이 이런 식으로 20대의 젊은 여배우들을 영화 원탑으로 등용시키는 경우가 간혹 보입니다. 언론에서 김다미의 발견!
이러면서 호들갑을 떨긴 합니다만 뭐 호들갑 좀 떨어도 될만큼 연기도 괜찮고 액션씬도 나무랄데 없이 준수합니다. 마스크가
워낙 깨끗하고 맑게 생겨서 그런지 이런 쪽 능력자물 스릴러에 오히려 어울리고 신선함도 동시에 줍니다.
2. 미국쪽 능력자 중 여자 캐릭터가 한 명 있는데 극 중에서 이름을 못 들어서 집에 와서 찾아보니 정다은씨라고 합니다. 아이돌
출신인 거 같은데 극 중 이름도 다은이라고 하네요. 이 분 연기 생각보다 안 어색하고 괜찮습니다. 액션도 괜찮은 편이라 다음
어느 작푸에서라도 봤음 좋겠어요.
3. 저 위에 단점 중에 하나로 촌스런 능력자들 캐릭터 설정인데, 사실 이런류의 영화는 중2병스러움이 조금 들어가야 재밌는건
사실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워낙 흥행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이런 류의 영화 시도를 거의 안하는 편인데 이게 어느 정도 그 포문을
연다고 생각하면 감안할 만한 능력자들 캐릭터 설정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 속편이 나올까요.
4. 액션씬. 아저씨나 용의자로 대변되는 최근의 그나마 현실적인 액션씬. 중국 스턴트에 영향을 받은 그 이전의 쓸데없는 공중돌기와
발차기 현란한 발차기 위주의 액션은 거의 사라지고 있지만(물론 리스펙트는 합니다) 이런 능력자물 영화에 대한 액션은 한참
기대에 못 미쳤죠. 암만 찾아봐도 초능력자란 영화 말고는 머리에 떠오르는 영화가 없습니다. 요즘이야 워낙 마블이나 디씨 영화의
능력자 배틀에 익숙해져 눈은 높아졌습니다만 여전히 국내외 여러 능력자 영화를 보면 특히 사이코키네시스, 염동력을 이용한
싸움을 보면 눈을 부라리고 혈관 튀어나오게 얼굴 빨개지고 이런 수준을 많이 못 벗어납니다. 그런데 마녀는 주인공이 먼치킨
수준의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염동력이든 괴력이든 재생능력이든 별 힘 안 들이고 해냅니다. 이게 은근히 영화 볼 때 시원하고
깔끔하거든요. 무술 감독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능력자 배틀이라는 장르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대사 때문에 진저리
쳤음에도 그 액션씬들 때문에 다시 볼까 지금 고민일 정도로 액션씬은 기대 이상입니다.
거의 일기처럼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져서는 더 쓸 단점도 장점도 있습니다만 그만 줄여야겠네요. 재밌게 보고 오신 분 그렇지 않으신
분들 제 글에서 공감하거나 그렇지 못한 부분 당연히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염두에 두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별 5개 중 형편없는 대사와 연출로 4개 깎아먹고 근래 본 액션씬 중 가장 괜찮았던 점으로 1개 반 추가해서 총점 2.5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