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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줍는 할아버지께 거짓말했어요
게시물ID : freeboard_17633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고추짱이찌
추천 : 6
조회수 : 33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6/25 15:05:20
현직 편의점 점주입니다.

저희 가게에 가끔 오시는 할아버지 한분이 계신데 나이가 지긋하신데도 폐지를 모으시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처음 오셨을땐 우유 작은거(900원짜리)를 사드셨는데 식사도 못하시고 그걸로 끼니를 대신 하시는 것 같아 안타까왔습니다.

이미 가시고 난 뒤에 후회가 들더군요.

빵이라도 하나 드릴걸 하구요.

다음에 오실땐 꼭 빵을 드리자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에 오셨는데 이번에도 우유를 사시면 증정행사라고 해서 빵을 드려야겠다 했는데 

우유를 안사시고 쥬시쿨(400원) 하나를 사셨어요.

우유를 사셨을 때 빵을 증정행사라 하고 드리려 했는데 너무 저렴한 제품을 사셔서 순간 망설였죠.

사실 우유 900원짜리나 400원짜리 쥬시쿨이나 남는건 별루 없지만 그래도 이 할아버지가 적선한다 생각하실수도 있고 기분 나빠하실수도 있어서 또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이날도 후회를 좀 했습니다.

400원짜리 쥬시쿨로 끼니를 때우시는데(이건 저 혼자만의 착각일수도 있겠지만요)

그런데 오늘 그 할아버지가 또 오셨습니다.

가게앞에 세워진 리어카에는 폐지가 한가득입니다.

그 할아버지 들어오시기 바로 전에 50대 아저씨 한분이 생수 두병을 사시더니 그 할아버지께 한병 드리면서 

"이거 드시쇼" 하고 쿨하게 가시더군요.

마침내 온 기회.

오늘은 우유를 고르시길 간절히 바랬죠.

우유를 집으시다가 다시 내려놓고 쥬시쿨을 집어드십니다.

카운터로 쥬시쿨을 내려놓으시자 바코드를 찍고

"잠시만요"하고 얼른 빵매대로 가 단팥빵 하나를 가져왔습니다.

"이거 지금 행사기간이라 빵은 서비스에요"

하고 거짓말을 했죠.

상식적으로 400원짜리 쥬시쿨에 천몇백원짜리 빵이 증정일리 없지만 속아주시길 바라면서요.

다행이 그대로 믿어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가게앞 계단에서 빵과 음료수를 다 드시고 좀전에 가셨네요.

작년엔 폐지줍는 다른 할아버지께서 길을 잃으시어 경찰에 신고해서 경찰관이 모셔다 드린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폐지 주으시는 할아버지께서 폐지실린 자전거 놔두고 가지 못하겠다고 하여 제돈 2만원으로 그 할아버지께 폐지를 샀었습니다.

당시 모 커뮤니티에 글 올려서 칭찬도 좀 받고 그랬는데 (물론 주작 의혹도 일부 주작충들에게 받긴함) 오늘도 기분이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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