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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최악의 면접 후기 썰
게시물ID : menbung_583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삽삽하다
추천 : 12
조회수 : 363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6/19 14: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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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우선 말씀드리지만 스압입니다.;;;
 
 
 
 
가전제품 제조회사 연구소쪽에서 10년정도 코딩밥 먹으며 생활하는 삽삽하다 입니다.
여차저차 하는 개인과 회사 사정덕에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고, 이력서를 구직포털에 올렸더니
여기저기서 헤드헌터들이 연락이 꽤 오더라구요. 그중에 LCD 검사장비 제조 업체에서 면접 신청이 들어왔더랍니다.
회사 이름은 밝히지 않겠고 최근에 사옥을 이전한 금정역 부근의 직원수 한 30명 되는 회사 입니다.
 
지원 가능 포지션이 영상처리 알고리즘 개발과 영상처리 S/W 개발 두 가지였는데,
제가 하던 일이 둘 다 였기 때문에 헤드헌터에게 두 가지 분야에 다 지원해도 좋을거 같다고 알렸었어요.
면접 당일, 그러니까 어제였는데요. 회사를 찾아가 문 앞에서 어떻게 여는 줄 몰라 헤드헌터에게
문 여는 방법을 묻던 중 지나가던 그 회사 직원 분 하나가 문 열어주길래 들어갔습니다.
인사 담당하는 사람도 딱히 없는거 같았고, 로비라고 하기에 많이 비좁은 공간에 1분정도 방치되어 있었더니
아까 그 직원 분이 연구소장실로 안내하더군요.
 
경력이 근 10년인 터라 면접 볼때 가정환경이나 성장과정 따위의 인성위주 질문은 아니었고
연구소장이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하며 지금껏 무슨일을 해 왔는지 물어서, 솔직하게 지금껏 해왔던 일들에 대해 설명했죠.
그러다 갑자기 저한테 프로젝트 참여율은 얼마나 되냐고 묻더라구요. 근데 이게 제가 했던 일 쪽에서의 프로젝트라는 개념은
일반 SI업체에서 말하는 프로젝트 성 일들이 아닌 제품 수명이 4~5년이 되는, 그래서 한 제품 개발하면 최소 3년은
그 제품에 대해 유지보수 하는 일들이기 때문에 짬찌였던 첫 회사의 4년은 거의 어시스트에 가까웠고,
그 후 이직한 회사에서도 이미 신규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중인 단계에서 입사했기 때문에 기여도가 적었어요.
그래서 이런 점들에 대해 설명했더니 굳이 참여도를 퍼센트로 말해 달라길래 영상처리 부분에서는 판매되는 나라에 따라
100% 제가 작업을 했었지만, 기계 동작 전반에 걸친 개발에는 30%정도 기여 했다고 답변 했구요.
그부분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고 연구소장이 이해한듯 해서, 스스로 뭐 그냥 했던 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물어봤나보다라고 생각했어요.
대화가 끝날 무렵 갑자기 코딩 시험을 보는데 준비 해왔냐고 묻더라구요. 헤드헌터한테 그런 내용 통보 받은 적이 없었고
어제 면접 시간이 오후 1시였는데 그 코딩시험에 걸리는 시간이 최대 3시간 최소 2시간이라는 겁니다.
사전에 시험에 대한 얘기는 통보 받은 적도 없고  서울에서 오후에 선약이 있었던 터라 매우 당황해 했더니
집에서 온라인으로 문제를 풀어도 상관 없다길래 그렇게 하기로 하고 회사 밖으로 나왔어요.
 
회사 밖으로 나와서 헤드헌터에게 면접 분위기 괜찮은거 같았는데, 왜 코딩시험에 대해 말하지 않았냐고 물으니
제가 지원한 두 분야중에 한 분야는 코딩 시험을 보고 다른 분야는 코딩 시험을 보지 않기 때문에 자기가 설명을 안했답니다.
그래 뭐 그럴수도 있지 하고 통화 끝낸 후 차에 타서 시동 걸으려는데 다시 헤드헌터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원래 오늘 면접을 연구소장이랑 사장이 같이 보기로 했는데 사장이 갑자기 일이 생겨서 연구소장 혼자 보게 됐다면서
사장 면접을 다시 보러 회사로 들어오라네요.
 
아무 생각 없이 다시 회사로 들어가려는데 여전히 저는 그 인터폰 누르는 방법을 몰랐고
(보통은 입구에 방문객은 몇번을 누르세요 라는 안내가 있지만 그 회사는 그런거 없더군요)
또 다시 헤드헌터에게 전화해서 인터폰 하는 방법을 물으려는데 지나가던 다른 직원분이 문을 열어 주었고,
또 다시 로비라고 하기엔 우리집 거실정도(59제곱미터 빌라의 거실) 밖에 되지 않는 곳에서 서성거리다가 사장실 근처까지 가게 되었어요.
사장이 살짝 불편한 표정으로 저한테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라고 질문해서 저는 그냥 '지나가던 여직원분이 문 열어주시던데요?'
라고 했더니 그 여직원이 누구냐고 저한테 묻습디다. 처음 간 회사에 처음 보는 사람이 문 열어줬는데 제가 어떻게 알까요...
 
사장이 또 다른 지나가던 직원한테 저를 회의실로 안내하라고 하고 본인은 사장실로 들어가더군요. 아마도 제 이력서를 출력 해 왔던거 같아요.
어찌됐건 제가 일하게 될지도 모르는 회사의 사장과의 면접 자리이기 때문에 회의실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장이 회의실 오자마자 저를 보지도 않고 '앉으세요' 한마디 하더라구요.
제가 앉자마자 몇가지 영문약어에 대해 저에게 질문했었는데, 업종이 달랐기 때문에 그 쪽 계통에서 일하는 사람들 간에 쓰는 약어를
심지어 오늘 처음 듣는 단어들을 저는 알 수 없었고 모른다고 대답했더니, 김 샌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더군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리 회사는 우리가 만든 제품을 고객사(주로 LCD 제조 공장)에 가서 설치하고 디버깅하면서 고객사 요구에 맞춰서
이것저것 유지보수 해주는게 주업이라, 한번 출장가면 한달이고 두달이고 밤새서 일하게 되는데 삽삽하다 씨는 이런거 못하겠네요?'
라고 답정 질문을 하더라구요. 전에 일했던 업체에서는 고객 지원이라고 해봐야 해외에서 기계 입찰이 있을때나 제품 능력을 평가받는
인증 시험을 할때 출장을 가서 업무를 해보긴 했다 라고 답변하던중에, 사장이 갑자기 말을 탁 끊더니 '그러니까 우리는 그런거 아니라구요.
삽삽하다씨는 안맞을거 같아요.' 라고 하면서 '제가 지금 많이 바쁜데 시간 더 뺏겨봐야 좋을 것도 없고 면접 여기서 끝내시죠' 라고 말을 했어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그럼 아까 연구소장이랑 면접 본건 깡그리 다 없던 일이 되는거냐 물으니 그 거에 대해서도
제가 해왔던 일의 수준으로는 자기들 연구소에서 하는 일을 수행 할 수 없기 때문에 안된다고 말하더라구요.
 
고작 그런얘기 5분도 안걸려서 할 거였으면, 굳이 집에 가려는 사람 불러다 놓고 말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었어요.
어쨋거나 그 회사를 나와서 돌아가는 도중 헤드헌터에게 다시 전화를 해서 뭐 이런 그지같은 회사를 추천했냐,
그 회사 사징이 저랑 당장 면접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당신이 설명한 부분과 많이 다르지 않냐 라고 항의 했더니
헤드헌터도 당황해 하며 자기가 그 회사에 전화해보고 자초지종을 듣고 다시 연락 주겠다고 했어요.
 
20분정도 후에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왔는데 제가 겪었던 위의 내용과는 아예 다른 말을 사장이 했더군요.
우선 처음부터 면접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제 면접시간에 급하게 바이어에게 전화가 와서 전화통화를 하느라 그렇게 된 거였고
연구소장이랑 면담할때 말했던 프로젝트 기여도가 너무 적어서 자신들이 필요한 프로젝트 메니저에는 부적합하다고 판단 한 와중에,
면접 내용에 대해서는 사장 본인은 실제 자기네 회사에서 하는 업무에 비해 약간 과장되게 설명하면서 살짝 겁을 줬던건데
제가 무조건 못하겠다고 답변 했다는 식으로 말을 했대요.
이미 면접 전에 그 사장을 봤을때 인상이 좋지 않았고,짧은 면접시간 동안도 계속 굳은 표정으로 질문같지도 않게 넌 안되지 맞지?
라고 묻는게 무슨 압박면접인지 모르겠네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설명했던 내용 싹 다 날아가고 마지막에 굳이 비중을 알려달래서
일반 구동부 참여 비율 30%정도라고 말한것만 꼬집은 것도 어이 없었구요,
까놓고 아무리 좆소기업이라고 해도 인사팀장은 겸직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어느 회사에나 다 있잖아요?
근데 그런것도 없이 면접 오라고 불러다놓고 아무런 안내도 없이 방치한 점도 웃기네요.
진짜 살다살다 인터넷에서 글로만 보던 개같은 회사 면접 후기를 제가 직접 적게 될 줄은 몰랐어요.
 
 
 
요약
1. 경기도 어딘가의 좆소기업에 면접 보러 감.
2. 연구소장 면접 후 갑자기 사장이 다시 오래서 면접 두 번 봄.
3. 연구소장과의 면담내용중 극히 안좋은 일부만 사장에게 전달되고 사장과 개답정인 시간을 5분 가진 뒤 바로 면접 종료됨.
4. 이래서 좆소기업 좆소기업 하나부다 생각하는데 글 쓰면서 다시 빡침.
출처 본인의 어제 행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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