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친문(親文) 네티즌이 9일 한 일간지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후보를 공격한 것을 두고 여권 내부가 찬반(贊反)으로 갈리며 내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날 경향신문 1면에는 "혜경궁김씨는 누구입니까?"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가 실렸다. 광고를 낸 사람은 '지나가다 궁금한 민주시민1들'이라고 돼 있다. 광고 문구에 등장한 '혜경궁김씨'는 온라인상에서 이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를 지칭하는 말이다.
'혜경궁김씨 의혹'은 지난달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다. 김혜경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상대 후보인 전해철 의원을 트위터로 비방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지난달 3일 트위터 계정 '정의를 위하며(@08_hkkim)'에 "자유한국당과 손잡은 전해철 때문에 경기 선거판이 아주 X물이 됐다"는 글이 올라왔는데, 당시 일부 네티즌은 이 계정 이니셜이 김혜경씨와 같다며 김씨가 쓴 글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리고 이 계정에 '혜경궁김씨'라는 별명을 붙였다. 당시 이 후보는 "아내는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를 전혀 쓰지 않는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이번 광고는 지난달 한 친문 성향 인터넷 카페에 "읍읍이 검증 요청 광고를 하겠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이재명 후보 반대자들은 명예훼손 피소를 피하기 위해 이 후보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고 대신 그를 '읍읍이'라고 부른다. 광고비 모금은 하루 만에 목표액인 1500만원을 달성했다.
당 관계자는 "이 후보와 경쟁했던 전 의원 지지자들이 상당수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모금에 참여한 이들은 이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 사이에선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이 후보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차라리 (자유한국당 후보인) 남경필을 찍겠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 5일 서울 광화문에서 "혜경궁김씨, 누구냐 넌?"이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촛불 집회를 열기도 했다. 12일부터 매주 토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혜경궁김씨 수사 촉구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기지사 경선은 지난달 20일 끝났지만 아직까지 그 후유증이 심각하다"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해 대선 경선 때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했고, 전 의원은 친문 핵심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혜경궁김씨' 논란은 민주당 내 친문(親文) 대 비문(非文) 대결로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날 광고가 게재되자 민주당 지지자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서도 격론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 팬 카페인 '문팬' 등에는 "이런 게 대통령한테 도움이 되겠냐" "내부 총질 적당히 해라"는 비판 글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내부 총질이 아니라 (이 후보를 낙마시키는) 정화 작업을 하는 것" "언젠가는 대통령에 등돌리고 자기 정치할 사람을 미리 쳐내자는 뜻" "전해철이 아니라 민주당을 위해 한 일"이라는 반박 글도 만만치 않았다. 민주당 내에선 "한국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내분을 노리고 '작업'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 후보 측은 이날 "광고에 대한 입장은 없다"며 "혜경궁김씨 의혹은 지난 경선 과정에서 다 해명했고 해소됐다고 본다. 이후엔 유권자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도 이번 사건에 대해 "당 차원의 입장은 없다. 당이 개입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