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생연후살타

뜬금없지만 바둑 얘기 좀 할게요.

'세계 최고의 공격수', '천하제일검' 이라는 애칭으로

이창호9단의 일인천하 시대에 유일한 대항마역할을 했던 유창혁9단.

유창혁 9단은 화력한 공격바둑으로 세계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며

한시대를 풍미했던 한국바둑의 또다른 영웅입니다.

천하제일검 유창혁9단이 대국중에도 버릇처럼 읊조리는 바둑 격언이 있는데 바로

'아생연후살타' 입니다.

'상대돌을 공격하기에 앞서 내돌의 안전을 도모해놓는다' 쯤으로 해석할수 있겠습니다.

바둑 두시는 분들은 이따금 경험해보셨을겁니다.

무리하게 상대돌을 공격하고, 잡으러 가다가 오히려 내돌에 약점이 생겨나고,

급기야 상대돌을 공격하던 내 돌들이 되잡히는 경우 말입니다.

이 때처럼 허무하고 열받는 때가 없지만, 아마추어 바둑애호가들에겐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 헤프닝입니다.

'아생연후살타'라는 격언은,

공격의 최고 전략이 화려하고 비상한 공격방법에 있는것이 아니라,

어떠한 변수와 위험에도 나의 안위를 돌볼수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연유로 바둑을 배울때 바둑은 두텁게(허점없이) 둬야한다,

바둑돌의 행마는 무리하지 않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아마도 우리사는 삶에도, 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격언이고 진리라는 생각입니다.

나를 돌보지 않고, 나의 상태를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하면,

내가 뜻한바를 절대 이룰수 없을겁니다.

내가 온전하고, 건강하면 한판의 바둑이든, 한판의 정치든 꼭 한번의 기회는 오지만,

내가 건강하지고, 온전하지도 못하면, 기회는 고난과 역경으로 변질되는게 세상의 이치라는 생각입니다.

당을 깨끗하게, 튼튼하게 만들지 못하면 당이 지향하는 개혁도, 세상도 한낱 망상에 불과하게 됩니다.

힘들고, 어렵고 난처할수록 단순하게, 상식과 이치에 맞는 처신이 필요합니다.

정치가 뭐그리 대단해서 고차원의 셈법과 전략이 필요한듯이 말들 하지만,

우리 정치의 상식과 진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라는 말속에 다 들어있다는 생각입니다.

당을 사랑하는 마음에 애타게 울부짖는 당원들에게 가르치고 외면하는 당신들..

'민주당의 당권은 당원에게 있고, 민주당의 모든권력은 당원에게서 나온다'는 이 단순한 진리를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당신들에게 때로는 맞춤법조차 틀리며 격앙된 문자메세지를 보내는 흔들리는 청춘들이,

하나둘 손잡고 한곳을 바라볼때는 세상을 바꿔내는 지혜가 되고 진실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