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결혼식장 간다며? 그럼 나 태워주고 자기가 차를 가지고 가." 라는 그녀에 말에 졸린눈 부비며 일어난다.
직업특성상 주말이 더 바쁜 와이프를 바래다 주려 입던 잠옷 위에 후드티 하나 모자 하나 걸치고 집앞에 나가 담배 한대를 입에 문다.
제법 쌀쌀한 아침. 하늘은 잔뜩 흐려있고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낼것 같은 얼굴이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그녀의 직장으로 그녀를 태워주고 홀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문득 어린시절 힘들었던 기억이 스믈스믈 기어나온다. 그때 부모님께 무언갈 잘못해서 침대에 던져지고 머리채를 잡혀 바닥에 내동댕이 쳐지고 밟혔던 기억. 아마 난 바지에 오줌을 쌌던것 같다. 중학교 무렵 부쩍 자주 싸우시던 부모님 핏자국이 흥건했던 차가운 겨울날에 시멘트 바닥. 우는 동생을 달래며 재우고 혼자 숨죽여 흐느꼈던 그날의 밤. 술냄새,깨진유리조각, 불안한 마음, 공포가 다시금 떠올라 지금의 나를 그곳으로 데려간다. 나를 데려간다.
슬프고 짜증나는 기억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에게 찾아와 나를 괴롭힌다. 나는 아무것도 할수 없다. 그때의 어린 나도 그랬었다.
왜 그랬을까 그들에게 되물어 봤지만 그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오히려 나를 별것 아닌걸로 유난떠는 사람으로 매도한다. 그래 그런거겠지. 사과를 받고 싶었지만 왜 내가 사과하는걸 구걸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어 그냥 그렇게 놔두기로 했다. 굳이 풀기 힘든 아니 어쩌면 풀수 없는 문제로 내 관심과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단지 내 감정을 이 작은 공간에 끄적여가며 조금 덜어놓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 그런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