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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다른 길
게시물ID : lovestory_856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골드총각
추천 : 1
조회수 : 45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6/09 01: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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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막 다른 길

                                                  /골드 총각


요즘 내가 미치도록 싫다
절대로 잊어 선 안 되는데 김치가 떨어진 줄 모르다니
정신을 고물상에 팔아먹은 것도 아닌데 점점 흐려지는 영혼에게
친구 라면서 기억도 따라가고 있나 보다
 
저녁에 김치찌개 끓이려고 돼지고기 숭덩숭덩 썬 반 근 들고 신나게 집에 와보니
김치가 병 바닥에 달랑 한 숟가락뿐이다, 그래도 당황은 하지 않았다 워낙 자주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느 때에는 담배 사러 슈퍼에 갔는데, 내가 왜 왔지? 생각하며
다시 집으로 가는 길에 정신머리가 돌아오곤 했으며 그럴 때면 내 뒤통수는 중증이
라고 놀리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낸다 우라질 놈이라는 투덜거림과 함께


한 숟가락 남은 김치와 돼지고기 반 근 으로 끓이면서 심심할 것 같아 몸에 좋다는
양파를 한통 몽땅 쓸어 넣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냄새는 정말로 환상적 신기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맛 대가리 없는 냄새가 오묘하여 어처구니없는 웃음뿐이다
언뜻, 찌개는 조합이다, 라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 이미 내 손은 냄비에 가 있었다
손에 들려있는 조미료는 기대에 찬 미소로 망설이지 말라며 윙크를 보낸다


오묘하고 어처구니없는 맛에게 조미료는 그야말로 환상적 짝꿍임을 느끼면서
설마, 그 맛은 악마의 장난은 아닐 거라 생각하면서 의심에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조미료의 예술적 감각을 동반한 감탄이 냄비 주위를 맴돌 때면 고달픈 삶이 눈에
아른거린다 마누라 없는 인생에는 허무가 잔뜩이라는 것을 느끼면서 밥상을 차린다


항상 만족을 선사하는 조미료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않고 아침에 해놓은
찬밥을 말아먹기 시작했고 얼마 후 창자의 투덜거림이 들려온다
자신의 노동력은 한계가 있다는 신호로 꺼~억이라는 소리로 반항하면서
당장 숟가락 놓지 않으면 잠잘 때 소화가 덜된 가스로 복부를 한대 거더찰 거라는
경고의 울림에 남은 음식은 눈물을 머금고 쓰레기 통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창자에게 야근을 시키면 남은 음식 다 먹을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동네 한 바퀴 시찰을 나선다 그래야만 창자에게 아부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새벽에 복부의 통증으로 인한 악몽이 나에게 쓴맛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말이 좋아 시찰이지 솔직히 말해서 동네를 어슬렁 거리는 것일 뿐
그 흔한 애완견도 없이 골목 어귀를 혼자 돌아설 때면 그리운 향에 젖으며
담장 밑에 쭈그려 안아 담배 물고 있는 나를 보며 한심한 생각이 든다
김치 떨어진 병과 정신 떨어진 내 머리는 무엇이 다른가 라는 생각은
막다른 길에 들어선 나의 삶에 애착이라는 물감이 내 마음을 슬프게
물들이고 있었나 보다 간사스럽게 떠오른 달밤에 슬그머니 떠오르는 자존심 하나
인생의 끄트머리를 부여잡고 아직은 쓸만하다고 소리치기 위해서
한가닥 나의 희망을 온 세상에 뿌리고 싶은 마음은 나에게 마지막 삶으로 다가오는
이 분위기 때문인지 오늘 밤도 잠들긴 틀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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