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부터 들어왔다.
정치 하는 놈들 다 거기서 거기야.
저런놈들 신경끄고 우리만 잘 살면 돼.
어른들이 토해내던 쓰레기는 차곡 차곡 몸에 들러붙었고, 결국 나를 감싼 알이 되었다.
20대, 누군가는 세상과 싸우며 피를 흘린 뜨거운 청춘의 시간. 난 그 알 속에 안주한채 게임과 연애에 몰두하며 세상에서 눈을 돌렸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이 있던 날 알 속에서 혼자 중얼거렸다.
저봐. 정치인 다 똑같네.
근데 이상했다. 놀라운 광경. 탄핵을 반대하며 광화문을 가득 뒤덮은 촛불에 경이로움마저 느꼈다. 처음으로 알 속의 내가 꿈틀거렸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비통에 잠긴 대한민국.
알에 금이 갔다. 내가 모르던 무언가가 더 있음을 직감했다.
세월호.
최순실.
다시 한번 광장을 뒤덮은 엄청난 촛불들은 내 알을 부셔버렸다. 아니 태워 없앴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같다. 알에서 깨어난 뒤 불에 대인것처럼 너무 아팠으니까...
30대가 되어서야 세상과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인터넷으로 미친듯이 검색도 하고 책을 사서 읽기도 했다. 그리고 울었다. 너무 너무 죄송했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알 속에서 중얼거리던 과거의 내게 무수히 많은 욕을 쏟아냈다.
아냐 다른 정치인도 있어.
정직하고 모범이 되는 정치인도 있어.
그래 있었다...
죄송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알 속에 숨어 진실을 외면했던 과거의 제가 밉습니다. 당신이 겪은 부당함에 촛불하나 들지 못한 무지했던 저를 용서하세요. 대통령님께서 죽음과도 맞바꿀만큼 지키고자했던 민주주의와 정의를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꿈틀대게 해주셔서. 당신이 없었다면 저를 감싼 더러운 알껍질은 평생 깨지지 않았겠지요.
자라는 제 아이에게도 옳바른 길을 바라볼 수 있도록 교육시키겠습니다. 흔들리거나 현혹되지 않도록 당당히 눈을 들게 하겠습니다. 그래서 대통령님께서 보실 수 있을만큼... 그때 당신을 위해 들지 못한 촛불만큼이나 아름답게 빛나는 눈동자로 만들겠습니다.
그곳에선 힘들어하지 마세요.
그곳에선 더이상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의 자랑스러운 친구가 아주 잘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당신과 친구분 덕분에 이젠 수 많은 사람들이 믿습니다.
그래 있어... 라고.
그곳에선 부디 평안하세요.
나머진 저희가 지킬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