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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게 분들은 각오가 되어있으신가요? (장문주의, 뻘글주의)
게시물ID : sisa_10677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cphee
추천 : 5/9
조회수 : 1008회
댓글수 : 28개
등록시간 : 2018/06/04 12: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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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게에는 일년에 한두번 정도만 글을 씁니다. 워낙 격렬한 곳이라 저처럼 심약한 사람이 놀기에는 힘들거든요.

그러나 항상 관심을 가지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려 애씁니다.

일단 저는 경기도민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 민주당원도 아닙니다. 제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죠.

그러나 평생 민주당에게만 투표해온 지지자로서 한마디 쯤은 할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목포시 윤소하 의원과 아주 약간의 친분이 있어서 한번 정도는 윤소하 의원에게 투표한 적 있습니다만)

최근 이재명 후보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자세히 읽어보았습니다.

제 의견도 여러 시사게인과 동일합니다. 이재명이 경기도지사가 되면 안된다고 생각하지요.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무효표를 만들 것인가 와 남경필로 역선택을 할 것인가  이 두가지로 좁혀지게 됩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과정을 중시하는 분은 무효표를 택할 것이고, 결과를 중시하는 분은 남경필을 찍을 겁니다.

이재명은 정말 아니지만, 때려죽여도 딴나라당은 못찍겠다 이런 생각이 드시는 분은 무효표로 갈 것이고,

이재명이 정말 아닌 것은, 지금까지 지은 죄도 죄지만 앞으로 만들어낼 부작용이 더 큰 문제고, 그 부작용은 치명적일 것이기 때문에
화근의 싹을 제거하기 위해서, 정말 큰 대의를 위해서는 남경필에게 역선택을 하는게 현실적으로 더 낫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남경필을 찍을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불자이기도 합니다.

불교에 보면 '보살'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상구보리 와 하화중생을 동시에 추구하는 존재죠.

개인적으로는 부처가 되기 위해 깨달음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사회적으로 중생을 구제하는 일에도 적극나서는
불교의 이상적인 '성인'의 모습 중 하나이죠.
이 보살이 행하는 사회적인 행동을 '보살행'이라고 하는데, 보살이 보살행을 행한다고 해서 그 과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또 그 보살이 그런 사실을 모르고 보살행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미 자신에게 닥칠 과보가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옳은 일을 행하고 그 후에 과보가 따르면 거기에 순응합니다. 기꺼이 받는다는 거죠. 그래서 '성인'입니다.

법륜스님이 보살행을 설명할 때 이런 예를 든 적이 있습니다.
< 어떤 보살이 다른 사람이 늪에 빠진 걸 봤다. 구하기 위해서는 길고 튼튼한 막대기가 필요한데, 주변의 집을 살펴보니 어떤 집에 마침 길고 튼튼한
막대기가 있었다. 그런데 그 집에 주인이 없었다. 즉, 저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보살이 그 막대기를 훔쳐와야 하는 것이다.
계율을 어기지 않기 위해서는 그냥 지나가면 된다. 보살은 그 사람이 늪에 빠지는데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았으니, 그냥 지나간다고 해도
그것은 보살의 책임이 아니다. 이때, 본인의 계율과 수행을 중시해서 그냥 지나가는 사람을 '소승'이라 하고, 본인이 불투도계를 어겨서 그 과보를
받을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지만(불투도계를 어기면 승단에서 축출됩니다) 이를 인정하고 거기에 불평하지 않고, 막대기를 가져와서
사람을 구하는 자를 '보살'이라 한다>  이런 예를 드셨죠.

저는 지금의 상황이 딱 그런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다만,

막대기를 가져온다 해서 반드시 그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막대기를 가져와서 불투도계를 어겼는데, 구하려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죽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기껏 자비심을 내었는데 계율만 어기고, 아무 결과가 없는거죠.
보살이 보살행을 한다는 것은 이런 위험성까지 모두 인지하고, 그래도 그렇게 행하는 것입니다.

시사게의 여러분들은 과연 그런 각오까지 되신 것입니까?

지켜보는 저는 이 상황과 겹쳐 두 개의 상황이 오버랩 됩니다.

저는 정동영이 싫었습니다. 그러나, 죽어도 이명박을 찍을 수는 없었죠.
그때는 이명박이 어떤 인간인지 몰랐습니다만, 단지 딴나라당이기 때문에 무조건 정동영을 찍었습니다.
정동영이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그래도 정동영을 찍었습니다.

원균도 떠오릅니다.
우리는 모두 원균이 조선 수군을 말아먹는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100%확실하죠.
원균을 놔두면, 조선 수군이 전멸하고 결국 이순신 장군까지 죽는 흐름으로 간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에게 조총이 생긴 겁니다. 원균은 저 앞에서 일본군과 맞써 싸우는 중이구요.
여러분은 과연 본인에게 닥쳐올 '일본군과 내통한 첩자'라는 오명을 기꺼이 감내하고 원균을 향해 조총을 발사할 수 있습니까?
조총만 발사하고, 결국 원균은 무사하고, 여러분은 첩자가 되고, 이순신은 죽는 그런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인지하고 계십니까?

저는 이런 문제들이 선악을 판별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소신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뿐인 문제지요.

그 중간에, 무효표를 택하든, 역선택을 택하든 그걸 욕해서는 안된다고도 생각합니다.
미래는 알 수 없고, 혹시 명백하게 알 수 있다해도, 그걸 바꿀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의 정의대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겠죠.

모두 후회없는 선택을 하셨으면 합니다.                역시나...쓰고보니 뻘글이네요. 분명히 제목에 경고했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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