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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령의 우화화>4 칼고래를 물리친 청새치
게시물ID : lovestory_855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하령의우화
추천 : 1
조회수 : 29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6/04 00: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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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령의 우화화> 4
 

칼고래를 물리친 청새치
 

바다가 잉태의 계절로 들어서면 거대한 우물이라 불리는 이곳, 대양은 사랑을 나누려는 생명들로 열풍을 이룹니다. 얕은 바다에서 깊은 바다에까지 거대한 우물 이쪽에서 저쪽까지 가늠할 수 없이 많은 바닷속 생명체들이 모여들어 하늘이 선물한 무지개 조명 아래 몇 날 며칠 밤낮을 열광적인 춤을 추지요.
 

이들이 몇 달의 지루하고 험난한 여로를 통해 이 거대한 우물에 온 까닭은 자신에게 꼭 맞는 짝이 이곳에 있다는 환상이 이들의 영혼에 심겨 있기 때문이지요.
 

거대한 우물이 비좁도록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체가 모여들어 그룹마다 다른 박자 다른 춤에 몰두하면서도 질서를 지키는 모습이라니! 짚신도 제짝이 있다는 오래된 언사를 실현하는 모습이라니! 이 꿈의 공장에서 사랑은 구현되기 위해 빛나는 실재입니다.
 

이 질서와 배려의 거대한 우물에 피와 살육이 날뛰게 된 것은 어처구니없게도 한 마리의 무법자 칼고래 때문입니다. 단지 한 마리라지만 청새치 30마리를 모아놓은 몸집에 일본도 같은 지느러미와 사자 이빨로 온 우물을 헤집으며 도륙을 자행하는 모습. 그것은 사랑의 공장을 파괴하기 위해 나타난 도살자였어요.
 

모든 생명들이 청새치무리에게 달려갔어요.
 

저 살육자를 물리칠 수 있는 분들은 청새치들이잖아요. 부탁해요.
 

청새치무리는 회의를 거듭했어요. 칼고래의 숨통을 끊을 방법은 무엇인가? 멸종을 각오로 합심해도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어요. 그때 사랑의 환상을 막 실현한 암컷 청새치가 말했어요.
 

일본도 같은 지느러미와 사자 이빨을 빼앗을 묘안이 있어요. 깊은 해저 사구에 가면 바위도 녹이는 저승 물이 있어요. 그것을 떠다가 칼고래의 지느러미와 이빨을 녹여야 해요. 그 일을 하려면 많은 희생이 따르겠지만 이 거대한 우물의 평화를 위해서는 미룰 수 없는 일이잖아요.
 

청새치들은 저승 물을 떠 올 전사들을 뽑았어요. 묘안을 제시한 암컷의 짝인 용감한 수컷도 전사로 뽑혔어요. 암컷은 굳은 마음으로 말했어요.
 

가세요. 가서 저 도살자를 녹여 없앨 저승 물을 떠 오세요. 우리의 아들딸들이 당신을 기릴 거예요.
 

수컷 청새치는 용감하게 앞장섰어요. 눈앞에 다시 평화로워진 거대한 우물과 아름답고 푸른 청새치 아이들이 그려졌어요. 청새치 전사들은 자신들의 긴 부리가 다 녹기 전에 저승 물을 떠다가 칼고래의 지느러미에 뿌리고 칼고래의 아가리로 뛰어들어 산화했어요.
 

칼고래의 마지막 몸부림에 거대한 우물이 출렁거렸어요. 살아남은 청새치들은 전사들을 기리며 칼고래의 살점을 나누어 먹었어요. 그 살점 안에 깃든 사랑하는 짝인 전사들의 영혼이 영원히 자기 안에 사는 것을 느끼면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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