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어.
어디선가 갑자기 담배냄새가 나더라고.
주변을 살피니까, 버스정류소 표지판 옆에 여자아이들 셋이 서 있었어.
그 중 한명이 담배를 피고 있었는데,
단발머리에 아디다스 반바지, 아디다스 슬리퍼...
고3이나 많이 봐줘도 스물한두살처럼 보였어.
고등학생이 담배피는건 난 뭐라하는 사람은 아니야.
어른 지들은 피면서 애들한테 피우지 말라는건 웃긴 얘기지.
하지만, 공공예절은 지켜야지 않겠어?
끼고 있던 이어폰 한쪽을 살포시 빼며
최대한 상냥하게 웃으면서 이야기했지.
'버스정류소는 금연이에요~~'
셋 다 나를 한꺼번에 띡 쳐다보는거야.
다행히 담배피던 여자아이가 골목으로 가더니 담배를 끄고 오더라고.
나를 여러번 쳐다보며 자기들끼리 수군수군했어.
난 최대한 한가닥하는 삼촌으로 보이기 위해 애를 썼어.
어깨를 쫙펴고, 손에 낀 반지를 들어보였지.
진즉에 문신이라도 할걸 그랬다고 생각했어.
버스가 왔는데, 아이들이 먼저 타더라고.
기다렸다 다른거 탈까생각하다가, 가오가 있지 하며 그냥 탔어.
사람이 별로 없었어.
역시나 그 아이들은 맨뒷좌석으로 가더니 털썩 앉더라고.
나도 중간쯤 앉았는데,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거야.
일부러 볼륨을 높여서,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고 애를 썼어.
네 정거장쯤 가서 내가 내릴려고 일어섰는데,
그 아이들도 일어서는거야.
아, 얘들아 그러지마...
최대한 날렵하게 내렸어.
운동하는 삼촌처럼 보일려고.
계속 따라오더라고.
머리뒤가 쭈뼛쭈뼛했어.
갑자기 뒤에서 쇠붙이가 쑥 들어오는게 아닌가...
서늘했어...
남자친구들 있는 곳까지 몰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
마침 편의점이 보이는거야.
아, 물을 사야겠구나, 생각하며(말했는지도 몰라) 가게로 들어갔지.
물을 집어들고 유리문을 쳐다보니, 그제서야 아이들이 지나가는거야.
운동하는 삼촌에게도,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일은 참 무서운 일이었어.
그래도 담부턴 버스정류소에서 담배피진 않을거야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