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우대리. 네가 이겼어. 축하해.
네가 그렇게 싫어하던 후배인 내가 나간다.
꼴보기 싫었던 게 나가니까 속 시원할거야.
왜 이제서야 나가나 싶지?
왜냐하면 버틸 수 있는 만큼은 버텨보자 싶었거든.
네가 기억도 희미한 반년 전 실수를 꼬치꼬치 들먹여도
남자 사원들이나 윗 상사들한테는 상냥하게 대하다 나한테는 개차반같이 굴어도
당연하다는 듯이 인사를 받아주지 않아도
상사 몰래 네이트온이나 카톡으로 숨 쉴 틈도 없이 힐난 메세지를 보내도
내가 난처할 때마다 여유롭게 관조해도
업무 중에 실수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쏘아붙여도
다른 직원들한테 내 욕하는 것도
다 참았다. 부모님 생각하면서 참았다.
배울 게 있을거라 생각하고 참았다.
그런데 배울 게 없더라.
인성적인 면은 그렇다쳐도 업무적인 면에서도 배울 게 없더라.
난 그동안 조금씩 준비했던 창업 준비하려고 해.
언제 시작할까 망설인 것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너 덕분에 과감한 결단 내릴 수 있었어.
고마워.
그 고고한 프라이드 높이 지키면서 앞으로도 훌륭히 업무를 해나가길 바라.
항상 결혼, 남자에 목 메달았는데 그 소원도 이루기를 빌고.
퇴사 하는 날까지 내가 하지 못한 말이 있는데, 우리 팀 없어진데.
경영지원팀 선배가 나한테 몰래 얘기해주더라고.
넌 실력이 출중하니까 오라는 회사 많을거야, 그렇지?
저번 회사처럼 퇴직금 못 받아서 전전긍긍하지 말고.
나한테 하는 태도로 대하면 충분히 돈 받았을텐데. 의문이다.
그리고 너한테 딸랑이짓 잘하는 애, 걔 너 때문에 정신과도 갔었데.
앞으로도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 굳이 내가 이런 말하지 않아도 잘 지내겠지만.
이렇게 익명으로 해서 부끄러운 점도 없지 않아 있지만, 잘 있어, 나의 반면교사님.
넌 진짜 나의 최고의 반면교사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