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어떤 여자가 있었는데 평소 '작은 운'이 많았다고 합니다. 큰 행운 말고 소소한 작은 운들요.
예컨대, 자전거가 크게 고장나서 자전거를 고치러 갔는데, 마침 자전거가 필요없어서 싸게 팔려고 그 자전거포로 온 어떤 할머니를 만나서 수리비용보다 훨씬 저렴하게 그 자전거를 가져 올 수 있었다는 것 같은.
평생 살면서 한번도 겪기 힘들지만, 그렇지만 결코 크다고는 할 수 없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그 여자의 생활을 주변 사람들도 참 많이 궁금해 했답니다. 그러다가 신내림을 받았다고 알려진 가족지인이 와서 그 여자가 왜 그렇게 작은 행운들이 많았는지 얘기해 주더랍니다.
얘기인 즉슨, 여자가 어렸을 때 집에 모시던 불단(일본에는 집집마다 불단을 모시는 경우가 많이 있대요) 옆에 낙서를 했다고 합니다. 여자는 원래 말을 그리려고 했대요. 말을 그리려고 하는데 워낙 꼬맹이일 때 그리다보니 말의 형상을 제대로 그리지 못했고, 그 불단을 지나가던 '너구리 귀신'이 그 그림을 보고서 자기를 그린거라고 착각했다고 합니다. 불단은 '신'을 모시는 곳인데 자기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본 너구리 '귀신'이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나는 고작해야 귀신밖에 안되는데 왜 불단에 나를 그렸지?'
그래서 그 이유가 궁금해진 너구리 귀신은 그 그림 주변에 계속 머물렀다고 해요. 그런데 그 집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에 자꾸 절을 하고 맛있는 것도 가져다 바치고 인사를 하고 하니까 너구리 귀신이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고작 '귀신'밖에 안되는 자기에게 성의를 다하니 감동을 하게 된거지요. 그래서 너구리 귀신은 이 집 식구들에게 행운을 베풀자. 특히 이 그림을 그린 저 여인에게는. 이라고 마음을 먹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너구리 귀신은 아직 '귀신'일 뿐이라 대단히 큰 힘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었죠. 할 수 있는 것은 일상의 작은 일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일 뿐. 그래서 너구리 귀신은 최선을 다해서 여인에게 행운을 빌었고, 그 여인은 평소 작은 운을 많이 누릴 수 있게 되었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