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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그 여자 이야기(45).
게시물ID : love_427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21
조회수 : 1675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8/05/27 20:01:05
D는 나에게 애정표현할때...특히 푸욱,소리내며 내 품에 안길때보면 항상 얼굴이 빨개졌었다.
나도 안다. 이 아이. 저혈압인거. 
애가 매일 새벽 4시 5시에 일어나서 알바가려면 전날 1시에 잠들어서 한 30분 전부터 일어나서 정신가다듬고온 몸에 피돌게 하려고 자기 손으로 손발 꾹꾹 주무르고 간신히 정신차리고 일어났다는거...

그런 애가 나한테 애정표현할때는 이거 어디 혈관 터지는거 아냐??? 싶을 정도로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나한테 안기던지 오빠 좋아해 사랑해.라고 했었다.

얼마나 무리하는건지 잘 안다.



워낙에 술 좋아하는 나란 사람이라, D도 거기에 맞추느라, 내가 좀 취해있을때 애정표현이 좀 있었다.

내가 D. 이 아이에 대해서 꽃뱀인가...하고 했던게, 이 아이는 항상 내가 조금이든 많이든 취했을때 내 귀에 듣기 좋은 애정표현을 잘해서...
이 아이의 진심을 항상 의심했었었다. 아놔...애가 진짜 표적 잘못 잡았네. 하고...
이렇게 예쁘고 그런 아이면, 진짜 연봉 묯억 되는 사람도 홀릴만한데하고...

지금도 이 점은 D. 그 아이의 순수성을 의심해서 너무 미안할 따름이다.




"...언니. 나 출근해야돼. 나 오늘도 안나가지??? 우리 이제 산나물캐러 댕겨야돼...그것도 사유지면 땅주인, 국유지면 산림청사람들 눈치보며 캐야돼"

D 할머님의 발인 끝나고 하루 더 휴가를 더 냈던 그 날.
나는 D 죽 쒀맥이고, D는 하루 종일 내 품에 안기든, 죽쑤고 세탁기돌리는 내 등 꼭 안고, 하루 종일 소리없이 울어대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나한테 안 떨어지려고 했다. 화장실도 따라오려고 그러길래, 어머 언니. 문 살짝 열어놓을께 그르지는 말자. 내가 온갖 변태여도 스캇물은 별로여.라고 겨우 측간 갈때나 좀 떼어 놓았다.

맘 같아서는 연차 특휴 정기휴가 다 땡겨쓰고 싶었는데, 거래처 바이어들 만날 약속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놔서, 이 아이를 두고 출근을 해야했다.

"...뚝...너는 웃는게 제일 이뻐...아니. 안 웃어도 예뻐. 그런데 이렇게 눈물 그렁거리는건...안 이쁘다고는 못하겠는데, 오빠가 좀 힘드네."
끄덕끄덕.
"...A양이랑 B양이 너 열심히 대출해주고 있대. 너 이러다 출석미달로 학점 안나오다잉."
"..."
"...오늘 일처리만 냉큼하고 반차든 뭐든 내고 일찍 들어올께. 자신있는 메뉴로 저녁차려놔. 두유 언더스탠드?"
끄덕끄덕
"유아베리베리굿그얼. 냉큼 다녀올께...오빠가는데 뽀뽀 한번 안해주나?"
D는 그 말에 고개를 푹 숙이고는 아까보다 더욱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착해착해. 나 진짜 최대한 일찍 들어올거니까. 그리고 오늘 외식 안해. 너가 해주는 밥 먹을껴. 기대한다?"
그제야, D는 살짝 나랑 눈 마주치고 희미하게 웃어주었다.

그 살짝 웃는 얼굴에 내가 얼마나 마음을 놓았는지 모른다.



"네. 약속장소 그 쪽으로 괜찮으시겠어요???....우리가 하루이틀 아는 사이도 아니고...제가 오늘 진짜 땡하고 가야할데가 있어서 미팅장소 그 쪽으로 부탁드릴께요. 아유 참...네네. 감사합니다. 그럼 그 쪽에서 뵈요. 네네."
다이어리에 또 한 줄 약속을 적어놓는다.
집 근처 까페. 
어느 거래처는 S벅스. 다른 거래처는 ㅌ앤ㅌ스. 또 다른 거래처는 ㅇㄷㅇ....이런 식으로 오후에 약속을 잡아나간다.
아우 김과장. 거긴 너무 멀다. 왜 이래. 회사에 있기 싫어서 잘 찾아오고 그르드만. 하던 양반들이 계속 되는 내 전화목소리에 뭔가 눈치챘는지, 어휴. 알았다. 내가 나간다나가. 하고 이 억지스러운 약속들을 승낙해주신다.

밀린 결재, 품의서등등을 처리하고, 부장님 팀장님한테 오후 내내 미팅있다하고 점심도 거르고 나가, 
그동안 밀리고 밀린 거래처 미팅들을 후다닥 처리했다.

아유. 김과장. 얼굴이 왜 그래. 요즘엔 얼굴에 꽃이 피더니만...
...김과장...혹시...이런 말 하면 진짜 안되는데...집안에 무슨 일...부모님 다 정정하시댔지??? 내가 지방이어도 꽃보내고 다 찾아갈어야...김과장한테는 내가 그 정도는 할거여...알지. 부모님 두 분 다 정정하시다는거...그런데 지금 김과장 얼굴 흙빝이라 그래. 그제 약속도 갑자기 싹싹빌며 미루길래, 나 그 날 깜장양복꺼낸 사람이야...부모님 두 분다 정정하시다니 됐어 그럼.
...김과장님 나오시느거 봤으니까 됐습니다. 조만간에 견적서 오려드릴테니 검토해주시고 연락주세요. 아유. 천천히 주세요.

나랑 진짜 거래처 관계빼면 둘이 술도 자기 개인 돈내고 잘만 마시는 꽤 친한 거래처분이
김과장...지금 진짜 얼굴에 근심이 가득해. 내가 아무리 힘없어도 김과장이랑 거래 두세달쯤 미루고 진행하게 미룰수 있으니까 기운차리고 다시 보자.
라는 말을 들었을때....
평소같음 이건 또 뭔 도그사운드요???라고 들이밀었을건데,
그 날은 아이고오. 이런 배려쟁이같으니. 그럼 쟈네.하고 냉큼 챙겨들고 일어났다.



D를 만난건 엘리베이터였다.
지하에다가 차대고 올라오는 나와, 저녁밥차리려고 두부사러 다녀온 D.
어? 어?
그렇게 잠시 뻘쭘하게 3층쯤 올라가니까, ㅋㅋㅋㅋㅋ하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웃음이 터져나왔다.
"왜 이렇게 빨리왔어?"
"너 보고싶어서."
D는 폴짝 뛰어서 내 어깨에 몸을 부딫혀온다.
어야야. 여기 엘리베이터 오늘 내일 하시니까 일정이상의 충격을 주면 안돼;;;;
그렇지만, 겨우 돌아온 D의 웃음과 다시 돌아온 그 장난스러운 반응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D는 두부 반모를 가져다가 된장국을 끓이고, 나는 남은 반모로 계란 풀고 소금간해서 두부전을 부쳤다.
TV소리도 없고 라디오도 안켜고 핸드폰도 안켜고 국끓고 전지지는 소리만이 집안을 가득채웠다.
그러다가 둘이 눈마주치면 또 ㅋㅋㅋㅋ하고 웃고는 다시 자기 앞에 놓인 국과 전에 시선을 돌린다.



"잘 먹었습니다. 감자된장국 좋네. 두부도 간 잘 배고."
"...."
"...왜?"
"오빠 그렇게 말하면 항상 뒤에 붙이는 말 있잖아."
"...뭐지?....한 그릇 더?"
"아니....그...너 시집가도 되겠다..."
D는 그 말하고는 고개를 푹 숙인다. 그 저혈압인 애가 또 귀까지 빨개져있었다.
나는 철렁했지. 오늘 하루 나랑 없는 동안 또 유학꿈 접었나하고.
나는 푹 숙인 D의 머리를 마구마구 쓰다듬어주며 나 맥주 하나 마신다?랬다가 오래간만에 엌ㅋㅋㅋ소리나게 옆구리 맞았다.



밥먹고 나는 하던대로 거실바닥에 배깔고 드러눕고, D는 빨래널러간다며 베란다로 나갔는데...
내가 유튜브 하나를 다 보는 동안, 애가 안들어온다.
뭐여뭐여 어디 연예인지나가? 여기 연예인 사는 동네 아닌디?하고 같이 내려다보니, 저기 아래 놀이터에서 애들이 배드민턴을 하고 있었다.

더운디...땀난디...
이게 내 평소의 반응이지만, 셔틀콕이 오락가락하는 걸 시간가는줄 모르고, 보고있는 D를 보니...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발장 구석 우산꽂이 있는데에 있는 배트민턴라켓이랑 셔틀콕.
...예전 그녀가 배드민턴 치고 싶다해서 샀던 이것들...버린다버린다해놓고 실연의 아픔보다 더 가까운 귀찮음(...)때문에 먼지내려앉고 방치되어있던 라켓과 셔틀콕.

"자."
"어? 어? 이거..."
"보면 뭐 아냐. 쳐봐야지. 가자."



아파트 근처 공원에 가서 마주보고 섰다.
나 고등학교때 이후로 처음 쳐봐. 오빠는?
...애가 고등학교때래봤자 겨우 몇년전인데...
예전 그녀랑 헤어지기 3달전?...너랑 비슷하겠네. 라는 말이 나올뻔했지만 참아 넘기고 셔틀콕을 통~하고 날려주었다.
그렇게 한 시간 좀 안되게 치고 났더니 땀이 나고, 내일 출근해야하는데 가기 싫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재밌다."
"잘치네? 나보다 더 몸치인줄 알았더니?"
"뭐라는거야. 어떡게든 안 움직이려고 나만 좌우로 움직이게 양쪽으로 쳐대는거 모를줄 알아?"
"들켰네?"
"그래도 재밌었어."

언제 물건 갈아넣은지 알 도리가 없는 자판기를 보니, 사막에 떨어져서 3일만에 오아시스를 봐도, 원효대사님이 한밤중에 해골바가지 물을 마셔야했어도 이 꼬라지보면 안마시고 말았을것 같은 그런 상태라, 타박타박 좀 돌아가서 편의점에 갔다.
"이온음료이온음료. 수분빠져나가는데 소금물 맥여서 배탈나게 만든 중대장횽떠오르게 만드는 이온음료~어? 뭐야?"
D는 내 눈 앞에 쏘옥 맥주 한캔을 내밀었다.
"잠깐. 옆구리 가드 좀 하고."
"쪼끄만 캔 하나는 봐줄께."
"...안마셔도 되는데?"
"그럼 말고."
"아. 아닙니다. 쇤네가 입방정을."

그렇게 작은 캔 하나씩에 한봉지에 천원하는 D가 편의점에서 사먹는 단 두 개. 바나나우유에 이은 콘소메맛 팝콘 사들고, 인적드문 벤치에 앉았다.

"뭔일이여. 나한테 술을 다 허하고?"
^^
D는 말없이 생긋 웃고 맥주를 한모금하고 팝콘을 집어먹었다.
"맛있다."
"독일가면 더 맛있어. 내가 독일에서 일주일 있는 동안 그 놈의 독일말을 몰라서 맥주만 먹어대서 알어. 배부르고 화장실급한데도 맥주가 넘어가."
"...오빠랑 이렇게 재밌는데...꼭...가야될까..."
"내가 또 이런 말 할 줄 알고, 스케일크게 벌렸지. 야. 어디서 너 석사때까지 학자금에 주거비에 생활비까지 지원해줘. 그것도 문과를."
그 말에 애가 히끅하고 딸꾹질을 하자, 어이쿠. 이런. 물도 하나 사올거를. 했지만, 얼른 맥주 한모금 더 마시고 숨을 꾹 참고는 횡경막을 다스린다.
"...열심히 할께."
"오케바리. 열심히 하도록."
"기다려."
"..."
부끄러워서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까딱하면 이 아이랑 40살 30살 되서 만날지도 모른다. 
아직도 고등학생같이 어린 얼굴의 소유자인지라, D는 그때가야 20대 중반 정도의 얼굴을 할지 모르지만,
나이 하나는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처먹어가는 나는 얼굴로 들이밀면 지하철 정도는 공짜로 탈수 있을정도로 삭아있겠지.



왜 대답 안해~하고 D는 가볍게 내 어깨를 툭툭 친다.
나는 아퍼~하고 D의 주먹을 얍얍.하고 잡아내고는 그 반듯한 이마에 쪽 하고 뽀뽀를 해주었다.
"..."
"...짜..."

그 날은 D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게 박치기를 한 날이었다.
출처 내 가슴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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