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을 취소한 트럼프의 이유들.. 북한의 펜스 디스, 실무회담 약속 불이행, 연락두절. 그래서 북한의 회담의지를 신뢰할 수 없다는 거다.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이게 개소리인 이유는 풍계리 핵시설폐기 후 나왔기 때문이다. 앞선 상황에서 북한이 보인 태도가 불확실해 보였다 하더라도 풍계리 폭파로 그 불확실성은 제거된 것이며 북한의 핵폐기 의지도 확인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합리적인 사고인 것이다.
만약 북한이 풍계리 폭파를 실행하지 않았다면 트럼프의 회담취소는 전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미국의 입장에선 그럴만한 필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트럼프는 왜 이런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일까?
추론의 영역이므로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내 생각은 다음과 같다.
트럼프는 국내외 적으로 적이 많다. 미국내 언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지금까지 북미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전면에 나서서 노력한 것은 트럼프와 폼페이오 정도였다. 그렇다보니 북한에 끌려간다거나 너무 많이 양보하는 것 아니냐는 공격을 받았다.
트럼프가 북미회담에서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더 커다란 리스크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것을 뒤집을 묘책이 필요했을 것이다.
풍계리 폭파 이후 회담 취소를 하므로써 외교적 결례, 비상식적인 태도 라는 욕을 당장이야 먹겠지만 반대급부의 여론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도 있는 것이다. 회담 재추진 쪽으로.
그렇게 되면 트럼프로서는 한결 정치적 부담을 덜고 북미회담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 좀 더 유리한 고지에서 회담을 주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 김계관의 성명서에도 나타났지만 김정은의 개방의지는 매우 강력해 보이고 트럼프는 이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리얼리티쇼를 오래 진행한 트럼프로서 인간의 심리를 어떻게 이용할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번 회담취소는 트럼프가 이런 모든 계산하에 도박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든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그것이 어느 정도 통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북한이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대화의지를 드러냄으로써 희망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알렸고 매우 다행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