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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이 '취소'가 아니라 '연기'가 되는 시나리오
게시물ID : sisa_10629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호우주의
추천 : 21
조회수 : 202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8/05/25 10:20:03
1.
미국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이 성사 되지 않거나, 성사 되어도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은 꾸준히 제기 되었고, "내 눈으로 봐야 믿지" 정도의 skepticism으로 진행과정을 지켜보는 분위기였다.
일반적인 한국인들 보다 미국인들이 더 skeptic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한반도의 평화가 한국인들 만큼 간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 판돈이 걸리지 않은 장기판은 냉정하게 볼 수 있다.

2.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그 회담을 주도하는 인물이 트럼프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즉흥적인 성격(본인은 그것을 unpredictability라고 부르지만, 예측불가능성은 가장 잘 유지하는 방법은 모든 것을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그 둘은 별로 다르지 않다) 때문이라기 보다는,
오늘 워싱턴포스트의 Dan Balz가 쓴 것 처럼, (핵폐기, 종전 어젠다 같은) "복잡하고 조심스럽고, 엄청나게 어려운 협상이 상명하달식(top-down)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top-down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직도 행정부와 관료가 멀쩡하게 작동하고, 무엇보다도 선거로 지도자가 바뀌는 미국에서 아무리 트럼프라고 해도 성과가 불분명한, 정확하게는 언론으로 부터 "북한에게 당했다"는 공격을 받기 쉬운 어정쩡한 성과만을 얻어내는 정상회담은 부담이 되었을 수 있다. 그래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입을 빌어서 북한이 싫어할 말을 흘렸고 회담을 포기하는 수순을 밟았을 수도 있다. 이게 상식적인 추론이다.

3.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이번에 리비아를 예로 들면서 "심한 말"을 한 사람이 트럼프가 아니라 펜스 부통령이라는 점이다. 쉽게 흥분하고 화내는 트럼프가 리비아 이야기를 한 게 아니라, 펜스가 했다는 것은 평소 맡은 역할이 바뀐 느낌이다.
트럼프의 편지 내용은 북한으로서는 치욕적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나 회담 안 할래"하고 트윗을 날리지 않고 싸인까지 하고 김정은에게 정중한 호칭까지 붙인 편지를 공개한 것은 트럼프 답지 않은(?) 어른스런 행동이다.
대통령이 트윗으로 화를 내면, 부통령이나 보좌진이 점잖은 말로 해명하는 수순이 트럼프 백악관의 작동방식이었는데, 이번에는 좀 낯설다.

4.
미국이 펜스의 입을 통해서 북한을 자극한 거나, 북한이 최선희의 입을 빌어서 펜스를 공격한 건 계산된 행동으로 보인다. 그렇게 장기판에서 졸들이 전투를 벌인 후 트럼프가 (나름) 점잖은 편지를 날린 것이다.
그렇게 보면 트럼프와 김정은 모두 여전히 탐색전으로 딜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면, 김정은과 트럼프는 당분간 점잖은 언사를 주고 받을 것이다. 양쪽이 평소와 달리 점잖은 행동을 하면 그건 딜이 살아있다는 뜻일 수 있다. 그래서 당분간 트럼프와 김정은이 사용하는 어휘를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몇 달 전이나 지금이나 북미정상회담이 성사 될 가능성은 아주 적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3월이나, 4월이나, 그저께나, 어제나, 오늘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트럼프가 회담을 하겠다고 했을 때나, 하지 못하겠다고 했을 때나 아주 적은 가능성은 계속 그대로다.
 
-
 

요약 :

1. 애초에 트럼프가 해라! 식으로 진행하고 있던 북미정상회담은 불발 가능성이 높았음.
2. 이번 취소는 펜스를 내세워 회담 취소 시나리오를 썼을 가능성이 있음.
3. 그러나 이는 자신이 직접 주도하던 이전과는 확연이 다른 방식. 
4. 아직 성패를 논하기엔 이름.
 

봤던 분석중에는 가장 깔끔하고,
또 미국의 입장에서 쓴 글이다보니 납득이 가더군요.
 
TOP-DOWN이 가능한 북과 달리 미국은 양당 의회가 살아있다보니,
트럼프가 공화당 입지를 확보를 위해 카드를 써 보는 것 같아보이기도 합니다.
 
우선은 정부의 협상력을 믿고,
미국 의회와 트럼프의, 김정은의 납득할만한 결정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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