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여자 이야기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내 머리칼 사이를 지나갈 때
향긋한 꽃 향기가 내 코를 간지럽힐 때
따뜻한 이불속에 들어가 꼼지락 거릴 때처럼 포근한 그 느낌
널 향한 내 마음이 그래.
정말 추웠던 날이었어. 널 처음 봤을 때.
응. 처음엔 의식 못 했던 것 같아. 자리에 앉아 가방에서 책을 꺼냈는데 책과 함께 딸려나온 핸드폰 보조배터리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조용했던 그곳의 적막이 깨졌지.
그때 넌 고개를 들고 내쪽을 바라봤어. 1초남짓이었나?
그게 내가 너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 계기였어.
자꾸 신경 쓰여 바라보던 너의 모습은 내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어.
널 보던 그 시간은 정말 세상에 너와 나 단 둘만 있는 것 같았어.
시간이 멈추고 마치 세상이 너와 나를 중심으로 빙글빙글 도는것 처럼 그렇게 넌 나에게 너무 큰 기쁨이었어.
칸막이 위로 보이는 책을 보던 네 눈빛, 집중할때마다 미간에 살짝 비친 주름, 글씨를 쓸때마다 사각사각 들리는 소리
나의 모든 신경은 너에게 집중되고 시종일관 두근거렸는데..
가끔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들어올때는 앞을 보는척 하면서 네 모습을 바라봤었어.
네가 나갔다 들어올 땐 나를 볼까봐 괜시리 옆머리를 귀 뒤로 넘겨보기도 하고, 공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책을 뚫어져라 응시도 했었지.
몰라. 내가 그때 무슨 내용을 보고 있었는지.. 눈은 공부를 하는 척 책을 요리조리 왔다갔다 하는데 혹시라도 나를 보는건 아닐까 라며 설레발도 치고..
첫사랑의 기억, 그게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꼭 첫사랑처럼, 하얀 물감이 넓게 칠해진 도화지위에 빨간 물감이 한 방울 떨어져 분홍색으로 쭉 퍼져 나가는 것 처럼 그렇게 넌 내 마음에 들어왔어.
얼마나 수없이 바라고 또 바래왔는지, 그리워 했는지 몰라.
너무 보고싶었어. 한번만이라도, 마지막이라도 괜찮아.
정말 다시 한번 널 볼 수 있다면 그걸로 난 다시 내 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을 텐데
기다려도 기다려도 넌 오지 않았지.
왜 난 네가 언제나 거기 있을거라고 생각했을까? 어느새 나의 일상이 되어버린 너인데, 널 바라보는 그 규칙적인 내 일상이 무너졌을때의 그 공허함.
용기내볼걸, 그동안 시간은 충분히 있었는데 말이야.
정말 많이 후회했어. 사랑은 용기있는 자가 갖는다는 그런 흔하고 진부한 이야기가 왜 자꾸 머릿속을 맴도는지..
사실 혹시 우연히라도 마주칠까 싶어서 네가 있을 법한 곳에서 서성이기도 했어. 이내 그만 두긴 했지만..
나는 긴 꿈을 꾼거야.
너무 현실같은, 그래서 더 생생한, 아쉽지만 이제 꿈에서 깰 시간이야.
그렇게 난 일상으로 돌아갔어.
그런데 거짓말처럼 널 보게 된거야.
잊은줄 알았어. 아니, 잊고 지냈었는데, 어쩌다 한번씩 그래, 그런일이 있었지 라고 추억하던 네가 정말 거짓말처럼 내 눈앞에 있었어.
한번만, 제발 한번만 보게 해달라고 했던 내 기도를 들어주신걸까?
날 알아본 네 모습에 왜 그렇게 벅차올랐는지 몰라. 정말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어.
너에게 말을 건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어.
그리고 지금 넌 내 옆에 있지.
내 일생중 가장 잘한일이 있다면 그날, 그곳에서 너를 부른거, 그렇게 용기낸거.
첫 데이트때 잡은 네 손, 첫키스 했던 낙산공원, 둘이 처음 여행간 제주, 그리고 지금까지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사랑해
사랑해
정말 너무 많이 사랑해
아, 어떻게 해야 내 이 마음이 다 표현될 수 있을까?
앞으로도 지금처럼 처음과 같이 영원히 사랑해.
- 그남자 이야기
오늘도 왔다.
서울인구 1000만명, 내 나이 또래면 20대, 그럼 160만명, 그 중 남녀 절반으로 나누면 80만명.
그중 대학생 또는 대학원생일 확률 x 장애인일 확률(확실치않음) x 통학가능거리에 거주할 확률 x 그녀가 나에게 관심이 있을 확률...
∴그녀와 내가 사귈 확률 = 0에 수렴
고시생주제에 무슨..
다시 집중하자.
아니 집중이 안된다. 아 미치겠네!!!!!!!
이름이 뭘까?
다리는 왜 불편한거지?
몇살일까?
어디에 살고 있을까?
남자친구는 있을까?
안돼. 지금 시험이 얼마나 남았다고 이런 생각이야!
너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야.
몇년을 매달린 시험이야. 망치면 안된다고!
...
아.. 집중이 안된다..
집으로 가자.
눈에서 안보이면 좀 낫겠지.
딱 한달만 집중하자.
시험 끝나고 죽이되든 밥이되든 당당하게 말 거는거야.
아니야. 혹시 나한테 관심이 있을지도 몰라.
쪽지라도 줘볼까?
뭐라고 쓰지? 당분간 못오니까 기다려달라고?
내가 누군지 알고? 이름을 적어야 하나?
아 몰라! 그래도 반년을 같은 자리에 있었는데 모르면 나한테 관심없는거지!
그땐 깨끗이 포기하자.
「저 당분간 공부하러 못 올거 같습니다. 다음에 보면 밥이라도 같이 먹어요. 많이 좋아합니다.」
.
.
.
안보이네..
역시 부담스러웠나..
많이 좋아합니다가 뭐냐 이 등신아.
이제 영영 안오나..?
혹시 도서관으로 자리 옮겼나?
병신.
그냥 쳐다나 볼걸 괜히 쪽지 보내서 부담스럽게 만들고 뒤져라 그냥.
.
.
.
「저기요..」
헐.....
말도안돼!!!!!!!
그녀다!!!!!
어? 왜 불러놓고 가요!!
멍청아 번호를 받았어야지 내 번호를 주면 언제 연락할 줄 알고!!!
나는 왜 이렇게 멍청하냐!!
제발.. 제발.. 연락와라!! 이번에는 절대 안놓칠꺼니까!!!
연락안오면 매일 가서 기다릴거야.
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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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귀중한 시간 내서 와주신 하객분들께 먼저 감사인사드립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도 분명 기뻐하실거라 믿습니다.
어머니가 오늘 제 앞에서 일년만에 걸으셨습니다.
낳아주셔서, 길러주셔서,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서 지금 이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제게는 새로운 아버지 어머니가 생겼습니다.
아들로 거둬주셨으니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하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 울리지 않겠습니다. 슬프게 하지 않겠습니다. 어려운 일이 있어도 같이 헤쳐나가겠습니다.
그리고 하객 여러분.
저와 ○○. 정말 어렵게 다시 만났습니다.
기적과도 같은 지금을 함께 축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야, 사랑한다.
앞으로도 평생 영원히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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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 첨가 팍팍 한 번외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