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천 권 넘는 책을 읽었다 자부하고
군대에서도 백 권 넘게 읽었다는 것이 자랑거리인 제게도
감명깊게 읽은 책 3권을 대 봐라 하면
제일 먼저 튀어나오는 책은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중학교 도서관에 백과사전만한 크기
미하엘 엔데의 '동화'라는 어울리지 않는 분류
한창 허세 내세우고 싶던 그 시기의 제 마음에 쏙 드는 겉표지를 가진 책이었지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소년, 바스티안 발자타르 북스는 칼 콘라트 코레안더의 책방에서 '끝없는 이야기'라는 책을 훔쳐서 읽기 시작합니다. 책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몰입하다가, 서서히 책 속의 등장인물들과 책 밖의 자신이 연동되어가다가...
로 이어지는 줄거리는, 결말까지 쉴 틈 없이 읽게 되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책 밖의 주인공이자 괴롭힘당하는, 그러나 이야기를 짓는 능력이 뛰어난 바스티안
책 안의 주인공이자 용기있는 아트레유와, 그와 같이 다니는 행운의 용 푸후르
바스티안의 히로인이자, 목걸이 아우린을 가진, 환상세계를 통치하는 여제 달아이
수없이 많은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주인공의 고난, 그리고 극복
주인공에게 있는 상처
주인공의 아버지가 가진 슬픔
환상세계 주민들이 가진 각자의 이야기
그리고 챕터가 끝날 때 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다음에 이야기하도록 하자'
라며, 그들의 이야기 또한 아직 살아숨쉬며
그러면서도 주인공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어머니의 애정을 다시 느끼게 해주던 아이우올라 부인도
그림을 캐는 눈 먼 광부 요르도
모두에겐 각자의 슬픔과 고뇌가 있고
그렇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가 끝나면 또 하나가 시작하며
이 책을 덮고 나면 다시 멈췄던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겠죠.
'모모'의 작가 답게, 어릴 때 읽어도, 커서 읽어도 좋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부모와 자식이 같이 읽기에도 좋구요.
스물 여섯 챕터는 각각 A로 문장이 시작되는 챕터부터 Z로 문장이 시작되는 챕터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런 미묘한 언어유희가 번역이 안 된 건 살짝 아쉽습니다.
※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자면, 남은 두 권은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루시퍼 이펙트 - 필립 짐바르도
그 외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정도 꼽습니다. 한국 작가도 하나 있었지만, 표절작가인걸 보니 정나미가 떨어져서...
p.s. 제 닉네임인 Xayide는, 여기에 나온 메인 악역 크사이데의 이름입니다. 자신을 창조한 주인공을 타락시키려다가, 자신이 창조한 철갑 기사들에게 밟혀 죽는 결말을 맞는 것을 보고, 아이러니함의 매력을 처음 느끼게 해 준 것이 너무 기억에 남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