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을 보며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것 한가지는,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저런 사람을 여전히 지지할 수 있는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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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당대회 사진 속에서 이재명의 손을 굳게 잡고 파이팅을 외치는 그들의 눈빛을 본 후의 기시감은, 약간의 공포를 불러 일으키며 기억을 더듬게 했다. 어디서 봤더라. 언제였더라 저 눈빛.
20대 중후반, 과천 경마장에 처음 갈 기회가 있었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고 가끔씩 떠올려지는 그 때 한 광경의 장소는 화장실이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 아주머니가 종이들이 흐트러져 있는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아 무엇인가를 체크하고 있었고, 들어서는 나를 보자마자 누가 이겼어? - 나를 보며 뱉어낸 말이였지만 메아리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분명 혼잣말이였다. 충혈된 안구, 그때까지 본적이 없었던 기이한 눈빛.
'광기'.
상대의 반응이나 의견에는 관심이 없는 혼자만의 광기. 그 광기에 적잖이 충격받고 보니, 화장실을 나가서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니 어렵지 않게 같은 느낌의 눈빛을 찾아볼 수 있었다. 시기로도 내용으로도 전혀 연계될 수 없는 그 두 장면이 왜 내 머리 속에서 결국 연결되고 말았을까. 그에 대한 해답을 며칠 전 어느 누구의 트윗 글에서 찾았다.
근거없는 비약적인 집착과 결과에 대한 맹신, 실패를 떠올렸을 때의 비정상적인 분노 표출. 기십년 전 경마장 사람들이 자신들이 쥐고 있던 한 줌의 배팅 종이와 지금 저 가열찬 지지자들이 부여잡고 있는 이재명이라는 정치인, 양자는 '잡기 쉽지 않은 상상하기만 찬란한 로또' 라는 점에서, 배팅인들과 저 지지자들은 심정적 동지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둘에게서 다르지 않은 눈빛을 발견하게 된 것이 꼭 비루한 끼워맞추기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경마장 사람들에게 확률이라는 것과 그에 따른 실패의 파장, 일반인들의 배팅에 대한 시각 따위는 언젠가 내 손에 쥐어질 보상과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 나를 비웃었던 사람에 대한 심리적 물리적 복수를 생각하면 오히려 더 배팅에 빠져들게 하는 요인일 뿐이다. 이 가열찬 지지자들에게 남들이 말하는 이재명의 근본적인 결함,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저 거리낄 것 없는 인격은 오히려, 이재명이라는 로또가 당첨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비상식적인 보상을 더욱 부풀리는 꿈 같은 기재가 되는 것이다. 이재명이 최고의 권력을 잡게 되면 세상을 확 뒤집을 수 있을 것 같은가? 억울하게 당하며 살고있는 당신들의 비뚤어진 피해의식을 속 시원히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은가? 그 무리한 세상을 위해 이재명의 스킬은 당신들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인 건가?
이 시점에서 이재명이란 똥물에 그만 배팅하라고 지지자들을 설득하는, 하마터면 백 날 해 봤자 쓸데없는 짓에 크게 시간낭비를 할 뻔 했다. 도박에 이미 빠져든 사람에게 너 왜 그러냐 정신 차려라 류의 이야기는 당연 소 귀에 경읽기요, 도박에 빠지지 않도록, 혹은 살짝 혹했거나 호기심을 가진 자들을 구하기 위해 그 폐해와 부작용을 널리 알리는 것 말고 다른 할 일이 있겠는가.
그러니 '도대체 왜 그리 이재명을 싫어하세요?' 류의 글에도 역시, 논리적인 댓글을 달기보다는 '안 사요' 류의 일갈로 일관하며 오늘도 이재명 알리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오유 여러분들은 지금 더 할 나위 없이 아주 잘 하고 계신 거다. 화이팅이다.
그러고 보니, 도박 그만둘 생각은 안 하고 도박의 위험성과 폐해를 알리는 사람들 보고 도박이 어쨌다고 그러냐 가만 좀 놔둬라 게거품 무는 모습도 닮아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