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니에게는 분신과도 같은 3살위의 언니가 있음.
우린 사이도 굉장히 좋음. 나에겐 언니가 엄마같은 존재임. 물론 엄마랑 있을땐 엄마가 최고지만...
그당시 나는 일을 하면서 특수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었고 언니는 모 대기업에서 일하는 인텔리 여성이었음.
언니가 대학교 1학년때부터 자취했는데 나도 언니랑 같은 대학을 다니게 되서 언니랑 같이 살게됨.
어느 겨울날 언니는 출근하다가 빙판길에서 벌러덩 넘어져 오른쪽 다리에 철심을 박는 큰 수술을 하게됨.
회사에는 병가를 내고 수술후 한달 남짓 입원을 했음.
입원해 있는동안 언니는 전문직시험을 준비하였고 퇴원을 해서도 거동이 살짝 불편해(전철타고 출근은 불가능ㅠㅠ) 병가를 연장해 공부를 했음.
우리 학교는 대학원 건물에 대학원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라운지가 있는데
이 라운지에 독서실 책상이 있어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가 있었음. 도서관이랑은 조금 다른게 떠들어도 어느정도 허용이 가능한 그런 곳임.
매일 집에만 있는 언니가 안타까워서 내가 일갈때는 언니에게 학생증을 줘서 내 학생증 찍고 들어가 언니는 그 라운지에서 공부하게 시킴.
어차피 나는 수업이 일 끝나고 저녁 늦게나 있는데다가 그 라운지에는 잘 갈 일이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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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용 라운지는 이런식으로 책상이 있고 아무나 앉아서 사용할 수 있는 구조임.
언니가 공부하던 책상 대각선 방향에 한 남자가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언니가 보기에 참 좋았다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굉장히 열심히 공부 하는 모습에 언니도 자극을 받아서 인지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 얘기함.
어느샌가 언니는 내가 수업이 없는 날에도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함.
라운지 문을 열고 들어갈 때 언니가 늘 앉는 그 대각선 자리에 그 남자가 있으면 괜시리 기분도 좋고 공부도 잘 되는 것 같다고 하는게
언니가 그 남자에게 흥미가 있는듯이 보임.
언니는 대학시절부터 6년 사귄 남친이랑 헤어진지 1년정도 됐었고 헤어지고 나서도 많이 힘들어했었음.
주위에서 소개팅도 많이 들어오고 언니좋아하는 같은 회사 과장 아저씨도 있었지만 언니가 철벽침.
그런 언니에게 관심가는 남자가 생긴거임.
퇴원하고 나서도 거의 한달넘게 다리를 절뚝거렸는데 어느날은 그 훈남이 문을 잡아줬다고 함. 그날 언니는 집에와서 치킨시켜먹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느덧 언니의 병가는 끝났고 언니도 처음보단 잘 걸을수 있게 되서 다시 회사에 복직함.
그 훈남 못보게 된다고 복직하면서 아주 아쉬워함. 말이라도 걸어볼걸, 쪽지라도 줘볼걸, 아니야 내가 오바하는걸꺼야, 그런 훈남에게 여친이 없을리 없어 등등
복직하는 날은 가기싫다고 거의 울다시피하며 회사에 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니는 토요일만 기다렸음. 왜냐면 학교가서 공부도 하며 그 훈남 볼 수 있으니까
그렇게 주말에 약속도 안잡고 무조건 공부하러 학교에 감.
나도 같이 가서 학생증 찍어주고 같이 못가는 날은 내 학생증 들고 가기도 하고 그렇게 언니는 공부도 하며 그 남자도 보는 생활을 하게됨.
그렇게 3개월이 지났나?
집에 온 언니가 이야기 하기를 그 남자가 더이상 라운지에 안온다는 거임.
끝에서 끝까지 계속 둘러봐도 없고 1주차는 그냥 넘어갔지만 2주차, 3주차가 되고 그 남자가 오질 않으니 언니도 아쉬워함.
언니는 더이상 라운지에 가지 않게 되었고, 그냥 한여름밤의 꿈처럼 그 훈남에게 잠시 즐거움이 되어줘서 고맙다고 생각하게 되어버림.
그런데, 그러기엔 생각보다 언니의 마음이 더 컸었나봄.
이름도 모르는 남자 혼자 짝사랑한게 거의 반년이 다 된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불쌍한 우리 언니를 위해서라도 그 남자랑 말이라도 한번 섞게 만들어주고 싶었음.
그래서 언니에게 그 남자에 대한 정보를 캐내기 시작함.
일단 라운지에서 공부를 한다는건 우리학교 대학원생이라는거고
그 남자가 공부하던 책중에 헌법책이 있었다고 하는건 로스쿨이나 법대 대학원인거 같은데
근데 딱 거기까지인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름도 모르고 로스쿨이나 법대 대학원은 나랑 관계없는 곳이라서 더이상 해줄게 없었음 ㅠㅠ
내 예상으로는 그 남자는 자기 연구실로 들어가서 공부하게 된 것 같았음.
언니는 이름이라도 물어볼걸 하며 그게 그렇게 통탄의 나날을 보냄.
일과 공부를 병행하던 언니는 공부에 집중하겠다며 회사를 그만두었고 집 근처 독서실을 끊어서 열심히 공부함.
그렇게 그 라운지 훈남은 잊어가는 듯 함.
해가 세번 바뀌고 내 대학원 수료와 함께 언니는 원하던 전문직 시험에 합격하게 되었고 수습으로 한 회사에 들어감.
다시 회사생활을 하던 언니는 아주 많이 바빴지만 원하는 일을 하게 되서 즐거워보였음.
그러던 어느날 언니한테 급히 전화가 옴.
내 직업 특성상 일하는 중에는 전화를 못받는데 마침 쉬는 시간이어서 다행히 전화를 받았는데 언니 목소리가 너무 다급함.
그 훈남을 봤다는 거임!!!!!!!!!!
언니 회사는 역삼역에 있었는데 회사근처 스타벅스에서 커피사려고 서있는데 거기서 그 훈남이 말끔하게 정장입고 폰을 보고 있다고함.
지금 자기 앞에 사람 2명이 있는데 그앞에 서 있는데 어떻게 하냐고 손보니까 반지도 없다고 강조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굴 확인했는데 그 훈남 맞다고 헤어스타일이 좀 바꼈을 뿐이지 키랑 체격이랑 안경쓴거랑 얼굴이 딱 그 훈남이라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난리였음.
그래서 그동안 후회했던거 생각해보라고 조언해줌.
밑져야 본전이고 어차피 같은 회사도 아닌데 뭐 어떠냐 가서 인사나 해라! 라고 했더니 전화가 뚝 끊김.
쓰니도 도저히 언니 전화를 기다릴수가 없을 정도로 초조해짐.1분이 억겁같았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 생각이 나서 가슴이 콩닥콩닥 거림 ㅋㅋㅋㅋㅋㅋㅋ
5분인가 지나고 언니한테 카톡이 옴.
자기 지금 울고있어서 전화 못하겠다고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전화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하는데
스타벅스는 주문하고 픽업테이블가서 기다리지 않음? 훈남이 주문하고 픽업테이블가서 기다리고 있는걸 언니가 확인하고 언니도 주문하고 재빠르게 훈남 뒤로 가서
어깨를 통통 쳤다함.
그 남자가 뒤돌아보고 언니를 보더니 [언니를 기억하듯이(언니의 망상일지도 모름 ㅋㅋㅋㅋㅋㅋㅋ)] "어!" 라고 했다고 함.
언니가 순간 머리가 하얘져서 안녕히계세요 라고 말하고 뒤돌아 그냥 나와버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자기가 시킨 음료도 안나왔는데 그 훈남 보자마자 아무 생각도 안나서 나왔다는데 거기서 안녕히계세요는 뭐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언니 되게 똑똑하고 일도 잘하고 인정받는 사람인데 왜 저 남자한테는 저렇게 순둥순둥하게 되는지 모르겠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 남자가 언니 잡았다고 함!!!!!!
○○대 ◇◇(라운지이름) 맞죠? 라고 했다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니 이거 말하면서 통곡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서 자기가 지금 바로 사무실 들어가야한다고 수트 가슴팍에서 볼펜 꺼내더니 스타벅스 영수증 뒷면에 전화번호랑 이름 적어주고
꼭 연락주세요 라고 얘기했다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다시 스타벅스 들어가서 자기가 주문한 음료 들고 나와서 꼭! 꼭! 연락주세요 라고 했다함 ㅋㅋㅋㅋㅋㅋㅋ
아 우리 언니 혼자 영화찍고있었음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그 훈남은 지금 나의 형부가 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사이의 일은 진짜 로코 50부작은 될듯..
여기까지가 언니의 짝사랑이야기임. 사귀고 난 후는 짝사랑이 아니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끔씩 드는 생각인데 언니랑 형부를 보면 인연이라는게 정말 있구나 싶기도 함.
알고보니 언니회사랑 형부회사는 역삼역 큰길을 마주하고 있는 곳이었음. 가깝기도 했지만 많고 많은 회사중에 어떻게 그렇게 됬는지도 신기하고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있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시기에 같은 동네에서 일하게 됬다는 것만으로도 참 인연이란 오묘한듯 함
지금 언니랑 형부를 딱 반반씩 닮은 아기 낳고 행복하게 살고있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언니와 형부의 러브스토리도 쓰고싶기도 하고...
어떻게 끝내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