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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일이란
게시물ID : readers_316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노낫띵스뇨
추천 : 1
조회수 : 22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5/16 12: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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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서랍을 옮기다 머리 끈 몇 개와 이니셜이 새겨진 반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참으로 단순하게 이야기는 시작되는 것이다

아이디어란 마치 일상이라는 투박한 케이스에 숨겨진 아주 작은 보석과도 같은 것이다.

그 찬란함은 글쓴이의 시각과 빛의 조도와 명암에 따라 각기 다른 색을 뿜어낸다

그러니까 나는 이야기이란 건 아주 게을러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주의 깊은 관찰자로부터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나는 글을 쓰면서 이 사실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아무리 이야기를 잘 풀어내려 노력해 봐도 여기서 엉키고 어쩌면 손 쓸 수도 없을 정도로 뒤틀리게 된다.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실타래를 가지고 노는 것 같은 모양새다.

허나 보통 인간의 잣대로 생각해보자면 어떤 길로 가던 간에 옳고 그름을 분간할 만한 기초적인 토대 따위도 존재하지도 존재한 적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볼 쌍 사나운 모양새라 할지라도 남에게는, 나의 민망함에 전혀 공감을 하지 못한 채, 엉뚱하게 본질 그대로 순수하게 받아들여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전달된 기억은 영구적인 운동을 하는 기계처럼 달그닥 달그닥 평행선을 질주해 나간다

허나 이런 식으로 위안을 해봐도 작가로서 부끄러움은 가시지 않는다. 잘될 거 에요. 나를 닮은 누군가가 말한다. 하지만 잘될 리가 없다

잘되어 본 적 조차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자리에서 흐름을 끊고 나가버릴 수 있느냐 그럴만한 용기도 없다.

결국 나는 실을 풀어내기 시작한다. 혹은 자꾸 어지럽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참이나 지나 앞발톱에 실이 걸리고 꼬리를 휘감았을 때 무엇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새끼고양이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냥 뭔가 이상하구나 하고 그 자리서 앵앵대며 울어버릴 지도 모른다. 정말 그 정도로만 그친다면야 내 마음은 조금이나 진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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