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10월 7일 공간사 주최 현대 음악제인 에서, 작곡자 자신의 가야금과 현대무용가 홍신자의 인성(人聲)으로 초연되어, 한국음악계에 커다란 충격을 준 문제작이다.
<미궁>은 가야금의 최저현(最低絃)을 활로 때려서 진동하는 신비로운 음향으로 시작된다. 초혼(招魂)을 하는 듯한 인성이 나타나, 가야금과 인성의 대화로 전개되면서, 하나의 파고(波高)를 만든다. 문득 가야금의 최저현에서 피아니시모로 트레몰로가 나타날 때부터 인성은 허밍으로 메아리친다. 가야금의 트레몰로가 차츰 높은 음역으로 상승하여 여운을 남기면서 끝나면 인성도 멎는다.
가야금에서 문득 웃음 소리같은 음향이 시작되고, 이에 호응하듯 인성이 심연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웃음소리를 내어 두 소리가 엉겨진다. 그러나 웃는 소리는 어느덧 우는 소리로 변하는가하면 여전히 웃는 소리로 남아 있어서 웃는 듯 우는듯한 절박한 상황을 이룬다.
웃음소리가 사라지면서, 정적 속에서 두 개의 장구채로 가야금의 뒷판을 비비는 소리와 함께 인성의 비장한 신음 소리가 계속된다. 가야금의 두 줄 사이에 거문고의 술대(볼펜 크기의 대나무 막대)를 찌르고 흔드는 조그만 소리가 차츰 커져서 마치 싸이렌 소리처럼 고조되면, 인성의 신문 기사를 읽는 소리가 시작된다. 그러나 읽는 소리의 발음이 점점 흐트러지고 급기야 절규하는 소리로 변한다.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가야금의 안족(雁足)들을 장구채로 맹렬히 연타(連打)하는 충격적인 음향이 연발하고 강렬한 톤 클러스터(音塊)가 모든 음향을 삼키면서 정적으로 변한다.
겁에 질린듯 멎었던 인성이 몽유병자 같은 노래 아닌 노래를 흥얼대고, 가야금의 괴기한 리듬이 노래를 뒷받쳐 준다.
활로 가야금 줄 전체를 문지르는 음향과 인성에서 다문 이빨사이로 새어 나오는 소리가 섞여져서 지금까지의 모든 체험을 씻고 아득한 피안의 세계로 향한다.
드디어 <미궁>의 마지막 부분이 시작된다. 가야금의 최저현을 활로 가볍게 때리는 소리가 이 곡의 시작할 때를 상기시켜 주면서, 반야심경(般若心經)의 주문(呪文)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숭아제 모지사바하 옴->을 읊는 성가(聖歌)가 가야금의 점묘적(點描的)인 반주로 흐른다.
사실 <미궁>은 놀라운 작품이다. 그 음악정신의 깊이에 있어서 그렇고, 그 표현의 창의적이고 참신함에 있어서 그렇다. 그리고 형식과 내용이 음악으로서의 조형적인 균형을 잃지 않았기에 더욱 놀라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