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본 고향
윤 호 정
탱자나무 울 넘어 초가삼간 불길에 싸여
꽃분이는 동동대고 엄마는 울며 허둥댄다
동네사람들 아우성이 하늘을 찌르는데
아버지는 태연히 나락짐을 지고 들어선다
논 서마지기에 홀아비에게 팔려간 꽃분이는
친정아비 탈상이라고 왔던 길이었던가
양잿물 마시고 먼 길 떠난 와촌댁은 또 웬일이며
오늘내일한다던 구장어른은 아직 버틸만한지
이 난리에 정화수 떠놓고 외아들의 공을 비는
엄마의 헤진 옥양목적삼위로 앵두꽃이 흩날리고
간이역기적속에 끝순이 삼룡이 까지 떠나가면
연로한 부모님과 금년농사는 누가 감당할는지
휴전선의 새벽꿈을 기상나팔이 깨우면
동트는 철조망넘어 봄기운이 완연한데
오늘도 허기진 배로 애국을 배워야 하는
쫄병의 고달픈 하루가 어김없이 시작된다